티스토리 뷰

2차/글

[Thor] 떨어지는 순간

쿠밀 2013. 11. 22. 02:09

줄거리:그리고 찰나의 순간 로키는 진실과 마주했다.

글쓴이 주:글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망조각썰 입니다. OTL 한 2~3개월 전에 머릿속에 떠올랐던 걸 문자화 시키려니 참으로 힘드네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필력의 한계를 느낍니다.ㅠㅠㅠㅠㅠㅠ

뭘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여...





떨어지는 순간

The Falling Moment





written by windmill





그리고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모든 순간이 재빠르게 일어났다. 그가 여기서 토르가 아닌 그를 둘러싼 적들과 싸우고 있는 것도, 그의 등을 노리고 흉측한 무기를 들이미는 마지막 놈을 본 것도, 로키 그가 제 손에 단검을 불러낸 것도, 모든 것이 짧은 순간에 일어났다. 또한 충동적이었다. 고개를 들기 전에 눈이 먼저 토르를 쫓았고, 머리로 계산하기 전에 발이 먼저 그를 향해 움직였다. 마치 숨을 쉬는 본능처럼, 어린 날 그의 등을 지켜줬던 날처럼. 로키는 놈의 목에 단검을 빠르게 내리꽂았다. 죽음이 단검을 타고 기어오른다 생각했을 때, 그것은 마지막 발버둥 마냥 반신을 내던졌다.


그러자 로키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의 모든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부유했다. 건물도, 바닥도, 지탱할 것조차 없는 곳에서 두 다리는 땅의 감각을 잃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망할 토르. 애초에 그를 발견하지만 않았다면, 이렇게 하늘을 날고 있지도 않았다. 멍청한 토르의 멍청한 미드가르드 밴드만 이 자리에 있었어도, 적어도 토르가 혼자 적들에게 둘러싸여 피를 흘리지만 않았어도 로키는 언제나처럼 모든 걸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웃기게도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그는 차라리 번개 망치를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하는 뇌신을 향해 비웃어 주려 했었다. 이 귀찮은 것들을 모두 없애고, 멍청한 미드가르드의 밴드마저도 너의 우둔함에 질렸나 보지, 토르? 라며 놀란 눈을 한 채 피를 흘리고 있는 그를 보며 한껏 비웃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노른들이 정해 놓은 운명처럼, 로키의 계획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 걸림돌이 되어 발을 채이게 했다.


망할 나.


세상은 한 바퀴 회전했고, 동시에 중력은 날개 없이 날려하는 로키를 끌어당겼다.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는 것처럼, 저는 속하지 못하는 곳에 있는 것처럼 사정 없이 당겼다. 그러자 황금 덩어리의 투구가 머리에서 벗겨지는 것을 로키는 느꼈다.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그의 머리에서 벗어나 땅을 향해 돌진하려 하고 있었다. 이제 저것은 혼돈의 신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질 것이다. 차가운 바닥으로, 더러운 땅으로, 부딪칠 곳조차 없는 암흑으로.


그러나 괜찮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손에서 멀어져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끝없이 굴러가도 상관하지 않았다. 제 아무리 멀리 가버려도, 언제나 그의 가벼운 손짓 한번이면 다시 로키의 품으로 돌아와 있었다. 가벼운 주문 하나 만을 그려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그에게로 돌아왔다. 몸을 감싸고 있는 황금 갑옷처럼, 날카로운 단검처럼 투구는 그에게 속한 것이었다. 그것을 하사 받은 날부터, 온전히 그의 것이었다.


"로키!"


이제 로키는 눈을 굴려 토르를 쳐다봤다. 건물의 끝에 위험하게 무릎을 꿇고는, 떨어지는 그를 불러 세우려(언제나처럼 멍청하긴) 하는 이전의 형을 보았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로키는 진실과 마주했다.


아.


이전의 형을, 절대로 그의 형이 될 수 없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와 나눠 가진 것은, 기억은, 추억은 오래전 의미를 잃고 사라졌다. 그와 함께한 모험은, 유대는, 따스한 손의 무게는 오래전 차갑게 식었다. 결국 진실로 나눠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로키 자신이 부정당하고, 부정하고, 거짓이 되어버린 날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존재하지 않은 것을 부를힘은 없었다. 아무리 바라고 원한다고 해도, 절대로 그의 형이 아닌 이에겐 마법은 닿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다시 부를 수도, 제 품에 돌아오게 할 수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되돌릴 수도.


아.


토르는 그의 이름을 외쳤고 그때처럼 그는 멀어지고 있었다. 진짜의 세상에서 거짓 하나만 뚝 떨어져 나와 추락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에 부서진 무지개 다리가 다시 한 번 펼쳐졌다. 그래서 로키는 외치고 싶었다. 어린 날 그를 향해 걱정스레 달려오던 토르에게 외쳤던 것처럼. 괜찮아, 형! 이번엔 금방 끝날 테니까-


"흐흐흐."


그러나 그는 웃었다. 마음 어딘가에서부터 생겨난 웃음은 그의 목을 타고 입으로, 눈으로 번져갔다. 눈에 퍼진 웃음은 투명한 것들이 되어 다시 바이프로스트의 파편이 되고,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이 되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파편과 별들 사이에서 그는 무의 공간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괜찮아, 형!


로키는 눈을 감지 않았다. 깜빡이지도 않고, 펼쳐진 데자뷰를 새겼다. 이 순간을, 어쩌면 유일하게 토르와 그가 서로 진실일 순간을 눈으로 새겼다.


괜찮아!


그리고 로키는 소리 없는 외침처럼 정말로 금방이길 바랐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