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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번역/글

[Thor/번역] 거래(1)

쿠밀 2014. 6. 26. 17:58

※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원문: Bargaining

글쓴이: proantagonist

줄거리: 토르가 없는 영원과 마주하게된 로키는 과거를 바꾸기위해 거래를 하게 된다. (토르: 다크월드 이후)

Original published: 2013-12-29

Copyright ⓒ by proantagonist


1편 글쓴이 주: 줄거리에 죽음소재가 들어있기에, 경고를 해야하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과거를 바꾼다는 로키의 의도 또한 들어있기에, 따로 경고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스토리에는 엄청난 형제 감정들이(slash적인게 아니라) 산재해있습니다. 여튼, 걱정말아요, 토르 팬들.

챕터 색인: 1편 > 다음편 (전체 목록)





거래

Bargaining




written by proantagonist

translated by windmill





chapter 1


“꽤 놀랐어, 제인 포스터.” 로키는 황량한 사막 주변을 둘러보듯 천천히 한 바퀴 돌며 말했다. 버려진 도로는 흙먼지가 내려앉아 어슴푸레했으며, 그 길을 반이나 사라진 달이 무시무시하게 비추고 있었다. “물론, 날 소환했다는 사실보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아냈다는 사실보다. 혼자 와있다는 사실에 말이지.” 그의 입가에 웃음이 퍼졌다. “이제 용감한 짓인지 멍청한 짓인지를 확인만 하면 될 것 같군.”


제인은 그의 비아냥에 반응하지 않았다. 너덜너덜해진 지도를 가슴팍에 움켜쥐었다. 강력 접착테이프로 붙여놓은 과학 장비들은 시동만 켜진 지프 차의 후드 위에 놓여있었다. “토르가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고요했다. 말을 내기에는 공기가 턱없이 부족한 듯, 소리가 없었다. 입술은 부러 텄으며, 머리는 감아야 할 정도로 부스스했다. 로키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그 모습 전체를 훑었다.


“터무니없는 소리를.” 로키가 그녀의 어조를 따라 말했다. “난 죽었어. 조금은 영웅답게,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지.”


제인이 그의 갑주로 시선을 내렸다. “아니란 것도 알아냈죠.”


사막의 공기는 얼어붙을 듯이 차가웠지만, 그녀의 소맷자락은 얇았다. 그걸로 인간이 이 추위를 막기란 어려웠다. 로키가 그녀 너머로 눈을 흘겼고, 조수석엔 재킷이 뭉쳐져 있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선, 등 뒤로 양손을 끼고 아주 느리게 그녀 방향으로 두 걸음 걸어갔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가슴팍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직 가볍게 긴장하는 어깨만이 그녀가 그를 두려워한다는 이성을 아직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냉소적이었다면 사과하지.”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터무니없다. 토르는, 감사하게도, 본 것을 그 즉시 쉽게 믿어버려서 말이야.”


“그랬죠.” 마침내, 그녀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달빛에 이채를 띠었다. “그랬었죠.”


로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를 지켜봤다. 기다렸다. 귀를 열고서.


그가 짐작하고 있는 걸 그녀가 건방지게 확인 사살해준다면 그녀의 목을 꺾어버릴 듯이 손가락들이 꿈틀거렸다.


“제게 당신이 반복해서 같은 속임수를 쓸 거라고 얘기했어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냥, 얼마나 같은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는지 보기 위해서라고.”


로키는 미소를 띄웠지만, 그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네 번이야. 내 속임수를 먼저 알아챈 적은 몇 안 되지.”


제인이 눈썹을 슬쩍 올렸다. “거기서 두 번은 더 해야 할 것 같군요.”


로키는 한쪽 어깨를 으쓱했다. “세 번이라고 해두자고. 우리가 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논다고 날 잊자 강에 빠져 죽은 척한 적이 있었어. 내가 사라졌단 걸 몇 시간 뒤에서야 알아차리더니, 아버지신에게 질질 짜며 내 죽음을 상술하더군. 내 가장 멋진 승리 중 하나지.”


그는 거짓말했다. 속이기 위해서가 아닌 그녀의 기분을 가볍게 하려고, 혹은 그녀에게서 반응을 끌어내 보려고 한 거짓말이었다. 그 어떤 반응이라도. 하지만 어떤 불행도 다 받아들이고 있는 저 끔찍한 표정은 조금도 꿈틀거리지 않았다. 그는 그 표정 뒤에 무엇이 숨어있을지 겁이 났다. 이채를 띤 눈에서 눈물이 강줄기를 이루며 뺨으로 흘러내리자, 그는 숨을 천천히 들이켰다. 갑자기 폐에 공기를 채우는 일이 힘들어졌고, 그 이유가 문득 궁금했다. 어쩌면 정말 물에 빠지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몇 주간을 누구에게라도 연락하려고 했어요.” 제인이 말했다. “아스가르드의 그 누구도 답하지 않았어요. 아니면 제 전달들이 잘 못 간 거겠죠. 그래서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토르가 당신을 찾고 있었으니까요. 그가 죽-"


로키는 그녀의 뺨을 힘껏 쳤고 그녀는 지프 차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충격에 가득 차서. 두려움에 가득 차서. 그는 그 인생 처음으로, 저가 만들어낸 이 혼란에 즐거워할 수 없었다.


“그 말을 끝냈다간―.” 그녀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찔러대며 그는 숨을 헐떡였다. “네 눈에서 빛을 없애주겠어."




말해.


아니. 로키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듣고 싶지 않은 질문들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인은 이미 슬픔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를 모두 거쳤었다. 그래서 그녀는 토르의 비뚤어진 동생이 첫 단계의 압도적인 무게에 발버둥 치는 것을 지켜보며 기다렸다.


그는 그녀의 집에 같이 가자는 말에 동의했지만, 한 두 마디 이상을 말하게 두지는 않았다. 그녀의 말을 중간에 자르며 대화를— 물론 그걸 대화라 부를 수 있다면 —다른 쪽으로 돌렸다. 제인이 지프 차로 집으로 향하는 내내, 말은 로키의 입에서는 동요하는 듯한 정보가 잇따라 흘러나왔다. 마치 침묵을 없애기만 하면 그 진실이 깊이 뿌리내릴 듯한 사실이 되지 않을 것처럼.


로키가 스바르탈페임에서의 속임수에 관해 설명할 때쯤, 지프 차 안의 공기는 외부보다 더 차가워졌다. 너무 차가워서, 동상을 입을 정도로.


“피부색이 변하는 부분이 가장 훌륭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해.” 로키가 미소 같은 걸 멍하니 흘리며 미친 듯이 말했다. “좀 역겹고.” 그가 웃었고, 숨은 그의 폐를 떠나 밖으로 나올 때마다 얼어붙었다. “적당히 놀라게 해서 내 몸을 더는 쳐다보기 싫게 했으니까.”


제인은 그가 울고 있단 걸 아는지 궁금해졌다. 로키가 얘기하는 그의 가짜 죽음은 언급해선 안 될 화제에 아주 많이 가까워져 왔고, 그는 이어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던 그녀를 칭찬했다. 아스가르드에 닿고자 했던 노력이 왜 수포가 되었는지를 말했다. “그들이 한낱 인간에게 답할 거라 생각했다니.” 대시보드의 버튼들이 뭔지를 물었고, 그녀가 대답하려 할 때마다 다른 질문을 하며 말을 가로막았다.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적당한 때에 맞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을, 시선을 도로에서 떼지 않으며 들었고 떨었다. 누구도 그가 그녀를 때렸단 사실이나, 그녀의 목숨을 무참히 끝내버리겠다고 위협했던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혹은 그 뒤, 부풀어 오른 뺨에 손을 올리고선 뭔가를 중얼거려 아픔을 그 즉시 사라지게 했던 데 대해서도 얘기하지 않았다. 로키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일어났고, 그도 알고 있었다.


토르가 죽은 것을 알았고, 로키는 그저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미쳐가고 있었다.




광기 서린 떠들어댐이 침묵 속으로 빠지자, 제인은 경로를 바꿨다.


부정의 단계가 끝나자, 진실이 로키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은 것처럼 그는 앉은 자리에서 몸을 앞으로 굽혔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졌다. 그녀는 매우 조심스레 말과 행동을 골랐고, 순간 그를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실수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몰고 있던 지프 차의 방향을 황무지로 돌렸다. 수 마일 내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이내 찾아올 분노로 그가 살육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 말고는 아무도.


“제인.”


이를 딱딱거리며 부딪치는 걸 멈추고자 그녀는 입을 꽉 다물었다. 하지만 추위와 커져만 가는 공포는 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 탈것을 멈춰주게."


그의 요청대로 길가에 지프 차를 멈췄다. 도로 주위엔 가로등조차 없었다. 오로지 달과 수 마일의 끝없는 모래, 돌 그리고 굶주린 초목뿐이었다.


로키는 문을 닫지 못한 채 지프 차 밖으로 벗어났다. 제인은 그를 부르지 않았고, 놀랍게도 그는 흔들림 없이 걸어 나갔다. 발은 여전히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지만 기어는 드라이브 모드였다. 차를 몰아 그가 광기에 더욱 가라앉도록 내버려 둔 채 이곳을 벗어난다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그녀는 열린 문을 5분 동안 바라보다가 지프 차의 기어를 주차 모드에 놓았다. 어깨 위로 재킷을 걸친 뒤 턱까지 끌어올리며 단추를 잠가 올렸다. 이를 딱딱 부딪치며 기다렸다. 그녀는 반쯤은 비명이 들릴 거라 예상했었다. 이상할 정도로 과장되며 극적인 뭔가 있을 거라고. 어쩌면 폭발이 일어나거나 달에서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나와 지구의 대기를 태워버릴 거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로키의 분노는 그 어느 쪽이라도 예상보다 조용했다. 혹은 정말로 사라져버린 것처럼.


토르가 로키를 사랑했단 것엔 틀림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쩌면 함께했던 수년간을 고려해본다면, 그가 그녀를 사랑해줄 수 있는 것보다 동생을 더 많이 사랑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로키가 토르를 똑같이 사랑했었는지는 지금으로선 오로지 추측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그녀는 차 문을 열어둔 채 기다렸다. 그가 돌아올 생각이 들 때를 위한 무언의 권유였다.




그가 다시 조수석에 올라 문을 닫았을 때는 거의 두 시간이나 흐른 뒤였다. 동쪽 하늘이 막 밝아지면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로키의 머리칼은 아주 짧게 잘려있었다— 하지만 떨리는 손으로 자른 것처럼, 들쭉날쭉했다. 광대뼈 아래는 더 깊이 파였다. 단순히 그림자의 변화로 인한 그녀 눈의 착각일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그의 안에서 변화했다. 그는 어려 보이는 동시에 나이 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가 어디에 있었든지 간에, 그에겐 두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던 것 같았다.


“당신에게 말하려고 돌아왔어.” 하고 로키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고쳐 놓을 거라고.”


목소리는 최근에 혹사한 것처럼 갈라졌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이 흔들렸고, 그 눈은 슬프고 한없이 깊고 겁에 질려 보였기에 제인은 그제야 왜 토르가 동생이 떨어지는 모습을 악몽으로 꿨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당신을 때린 걸 사과하러 왔어.” 그가 계속했다. “내가— 내가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말없이, 그녀는 그의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의 양손 마디마디의 상처들은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이렇게 빨리 타협의 단계에 들어섰단 것에 놀라웠다. 그녀에게 사과하고 있음에도, 그의 안에서는 여전히 분노가 타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고칠 건 아무것도 없다 말하고 싶었다. 죽음은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타협은 슬픔을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단계였고, 그에게도 이 과정이, 그녀가 거쳤던 거처럼 필요하단 걸 알고 있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그녀는 물었다.


그건 단순한 질문이었고, 그녀는 희망을 바라지도 않았다. 아무리 같이 있는 사람이 신일지라도.


“그 어떤 것도 가능해.” 하고 로키는 말했다. “대가만 지불한다면.”


그 짧은 순간 그의 얼굴에서 가면이 벗겨졌다. 그의 표정이 두려움에서, 단호함으로, 다시 지친 기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들어 올려 손에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사라졌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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