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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번역/글

[Thor/번역] 거래(2)

쿠밀 2014. 7. 8. 14:27

※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원문: Barga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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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Bargaining





written by proantagonist

translated by windmill





chapter 2


“이건 알아야지, 꼬마야.” 그녀가 기다란 단검을 꺼내었다. “나라도 죽은 자를 깨우지는 못해.”


로키는 서슬 퍼런 칼날 끝을 유심히 바라보며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했다. 보상심리처럼 그는 턱을 치켜들었다. “그럼 정확히 내게 뭘 줄 수 있단 거지?”




죽음은 바이프로스트가 내는 무시무시한 굉음과도 같은 소리를 냈다.


로키는 죽음으로 잃어갔다. 그는 떨어졌고, 빛과 소리에 압도되어 눈이 멀고 귀가 먹어갔다. 숨을 들이쉴 수도 없었다. 그에겐 들이쉴 폐가 없었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다리가 없었다. 잃을 정신도 없었다. 고동칠 심장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고동쳤다. 생체 기관 같은 것이 요동쳤고 로키는 그대로 그것이 찢어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가슴을 뚫고 나올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다행은 다 상상이라는 점이다. 그에겐 부서질 몸조차 남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상했다. 거래에 몸을 포함하지는 않았었다. 아무래도 그 마녀 같은 여자가 그것까지 빼앗아 간 것 같았다.


(마녀… 재밌는 농담이로군.)


물론 단순한 마녀라 가정할 때이지만. 그 여자는 그보다 훨씬 더 최악인 존재였다.


로키는 숨소리가 섞인 웃음을 내쉬었고— 이렇게 숨소릴 내쉴 수 있는 것이 놀라웠다. 그의 폐가 다시 자리 잡자, 감사한 마음으로 폐부를 채웠다. 이내, 입술이 느껴졌고 그는 양 끝을 벌리고 미소 지었다. 새로운 몸이 고통에 불타올랐기에, 굴복보다 저항하는 편이 언제나 더 쉬웠기에 그는 웃었다.


그가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했더라면, 그 오랜 세월 동안 지금보다 더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고 시인했을지도 몰랐다. 마음이 그가 동의했던 일의 결과를 부정했을지도 몰랐다. 그가 했던 거래에 손해는 없었는지 계산해봤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태어날 때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한 거짓말쟁이였으므로, 등을 꼿꼿이 펴고 신중히 새로운 현실을 생각하며 미소짓는 것을 연습해보았다.


땅은 단단하지 않은 양 부츠 아래서 흔들렸다. 공기는 다른 맛이 났다. 마법과 눈의 맛. 단박에 그는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아스가르드. 정확히는, 바이프로스트의 망루.


그러나 언제에 있는지는— 바로 알 길이 없었다.


로키는 시간 속으로 떨어졌었다. 아니, 내팽개쳐졌다. 자신의 모든 것이 그리고 그 이상이 송두리째 벗겨질 때까지 과거로 내던져졌다. 웃음소리가 그의 안에서 배회했다. 그 여자의 웃음소리가. 그녀는 과거 자신의 몸에 들어가게 될 거라고 말했었고, 그는 과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묻지 않았었다. 그편이, 그가 공포에 시달리며 괴로워하지 않을 테니까.


고의적 무시가 이번 여행의 새로운 그리고 간절히 바라는 그의 동반자였지만— 그마저도 결국엔 다른 모든 것들이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그를 저버릴 것 같았다. 제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결국엔 그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은 틀림없었다.


가슴 속에 피어오르는 공포를 로키는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바이프로스트의 빛이 사라지자, 그는 머리에 붙어있던 눈송이가 떨어지며 소맷자락에 닿아 빠르게 녹아내리는 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피부와 옷은 이상하고도 얼음장 같은 한기를 품고 있었다. 싸움의 냄새 역시. 옷은 벗겨진 듯, 그의 왼 팔뚝과 손을 드러냈다. 이 모두가 고통스럽게도 익숙했다. 어째서인지 몸을 돌리면 그를 맞이하는 것이 헤임달의 무미건조한 눈은 아닐 거라는 걸 알았다.


로키는 몸을 돌려, 입을 조심스럽게 침착하게 일자로 다물고는, 아버지신을 올려다봤다.


아버지의 젊음에 그는 아연했다. 오딘은 여전한 늙은이였다, 당연히도. 다른 시절의 그를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신의 지친 시선에서는 희망의 빛이 여전히 반짝였고, 로키는 그가 생각보다 더 먼 과거로 떨어졌단 걸 알아차렸다.


대체 죽음에서 되돌리려면 얼만큼을 멀리 되돌아가야 했길래? 분명 그 마녀가 그 거리를 잘못 판단한 것이 틀림없었다.


오딘은 로키가 미래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것보다 더 젊기는 했지만, 아버지신은 여전히 그를 억눌린 문제에 허리가 굽고 지쳐있었다. 로키는 이제 오딘슬립이 다가와 이 늙은이를 잠들게 할 것이란 걸 깨달았다.


(이걸로 갑절이로군.)


(두 번째 잠이 처음보다 그지없이 재밌었는데 말이야, 그랬지 않아?)


로키의 기억이 예민해졌다. 한데로 모였다. 그리고 불현듯 그는 도착한 과거가 어디인가에 생각이 미쳤다. 오딘이 첫째를 — (아니잖아, 그의 유일한 자식이겠지) — 수치심에 미드가르드로 내던졌었다. 묠니르가 그 뒤를 따랐었다.


오딘이 로키의 긴장한 어깨 위로 시선을 옮겼고, 어깨는 불가능할 정도로 더 바짝 긴장했다. 불현듯 이 늙은 왕이 로키의 속임수의 심장부를 꿰뚫어 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스쳤다— 그가 무엇인지를, 이 시간대에 속해있지 않음을, 그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음을 알아냈다고.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됐다. 로키에게는 심장이 없었다. 이 심장은 단지 잠시 빌린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터지기를 기다렸다. 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진짜 로키는— 이 시간대의 진짜 로키는 어디에 있는지 따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버지신은 그저 등을 돌렸고, 토르를 향한 슬픔에 빠져 전혀 로키를 보려 하지 않았다.


긴장감이 로키의 어깨에서 그 똬리를 풀었다.


이는, 적어도, 길든 땅이었다.




오딘이 작별의 눈길조차도 없이 게이트를 떠났을 때, 로키는 순수한 공포의 드문 한순간을 제게 허락했다. 주문으로 자신을 두르고 그림자 속에 숨어서, 숨을 헐떡거리고 목깃을 잡아당기며, 마침내 남아있던 제정신의 실타래마저 풀려버린 것은 아닌가를 두고 머리를 쥐어짰다.


(당연히, 풀렸지.)


(애초에 널 매고 있던 건 정말 몇 되지도 않았어.)


로키는 이를 각오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는 정말 진짜일까 아니면 단지 마녀의 웃음소리와 끔찍함으로 빚어낸 망상인 걸까. 어느 쪽이든, 그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완전히 망했다. 토르의 죽음에서부터 수년이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같은 렐름에 있지도 않았다. 대체 여기 있지도 않은 사람을 어떻게 보호한단 말인가?


(네가 정말로 신경 쓰이는 의문은 그게 아니잖아.)


(네가 진짜로 알고 싶은 건 어떻게 이 모두를 다시 한번 감내해야 될까이잖아?)


로키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노려보며, 조용히 끝나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그 아무것도가 그에게 필요했다, 왜냐하면 무의 공간이 여전히 미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니까.


높이 솟은 깃은 숨을 들이쉴 수 없게 할 거며, 손가락들이 목을 죄고 있는 것을 잡아 뜯어버릴 듯이 쑤셔왔지만, 그는 손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두려움이 두 손을 쓸모없게 했다.


이건가? 불현듯 의문이 솟았다. 이것이 이 거래에서 그가 줘야 할 진짜 대가란 말인가?


(난 못 해. 다시 겪을 수는 없어.)


(그를 위해서인데도?)


로키는 눈을 질끈 내리감았다.


(닥쳐.)


“마녀.”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널 찾으면, 네가 가지고 있던 칼로 네 심장을 도려주겠어.”


극심한 고통이 가슴 속에 퍼지며 규칙들을 다시 일러왔다. 해서는 안 될 것을. 그 여자를 욕해선 안 된다는 것을. 특히나 그의 심장을 피 묻은 손으로 아주 소중하듯이 그 여자가 쥐고 있을 때.


고통이 사라지며 로키에게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남겼고, 과거를 바꾸기 위해 끔찍한 대가를 지급했단 사실 또한 일깨웠다.


(과거를 다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는 숨을 마시어 폐부에 차가움이 들게 하며, 새롭게 든 생각을 곱씹었다. 그가 제아무리 제정신이 아닐지라도,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가 그의 것이든 아니든, 그는 아스가르드에서 아직 제 자리를 잃지 않았다.


그의 형에게 디스트로이어를 보내지 않았으며. 라우페이를 오딘의 침실로 꾀어내 죽이지 않았으며. 바이프로스트의 광포는 요툰헤임을 향한 적이 없었다.


로키는 아직 손을 놓지도 않았으며 저가 떨어지게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빌려온 맥박이 진정되기 시작하자, 떨리는 손가락으로 입을 더듬어 입술이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미소지었다.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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