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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번역/글

[Thor/번역] 거래(3)

쿠밀 2014. 7. 25. 21:43

※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원문: Barga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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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Bargaining





written by proantagonist

translated by windmill





chapter 3


(제인에게 말해야 했었어.)


(넌 성공했다고 말해야 했었어. 아스가르드가 그녀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아스가르드가 이미 알고 있다고.)




로키가 마침에 궁으로 들어갔을 때, 명석한 계획으로 저를 무장했다. 계획: 무의 공간으로 떨어지지 말 것.


그에겐 휴식과 세심히 숙고할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더 확장하기 전에.


그는 기다란, 반향음을 내는 석조 복도와 증오스러운 기억들 속으로 조심스레 발을 옮겼다. 시선을 앞으로 던져 탈출구와 은신처의 위치들을 다시금 새겼으며. 본능이 귀에 속닥였고, 숨거나 공격하라고 간청했지만, 그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경비병들을 보내었다. 눈을 똑바로 마주치면서. 그가 던진 시선은 대담하고도 확고했기에, 경비병들이 제 위신에 경건하듯 눈길을 피하지 않자 오히려 놀랐다.


기분이 이상했다.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잊고 있었다. 혹은 존경받는다는 것을.


여기의 누구도 아직 그가 괴물이란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앞으로 펼쳐질 그 가능성은 훌륭하리만큼 무한했다.


“로키!”


그가 몸을 돌렸을 때는, 이미 입가에 짜증을 머금었다. 가족을 제외하고, 아스가르드 왕자에게 명령하듯 목소리를 높일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제아무리 중하지 않은 왕자일지라도.


시프가 그의 팔뚝을 부여잡았고, 표정은 딱딱했으며 양 뺨은 요툰헤임의 혹독한 추위로 인해 여전히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너 어디 갔었어? 토르가 추방됐다고 얘기가 떠돈다고.”


로키는 애써 혐오를 숨기지 않고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만약 어떻게 하면 그녀의 불복종을 가장 잘 눌러 부술 수 있는지에 정신이 팔리지 않았다면, 그는 상기된 그녀의 표정을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하고 그는 말했다, 순진무구 그 자체의 얼굴을 하고선.


이제 시프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체할 필요가 없다는 건 다행이었다. 그들은 항상 서로를 경멸해왔다.


(항상, 거짓말쟁이 씨?)


(날 먼저 배신한 사람은 그녀라고. 내가 그걸 잊을 리 없지.)


시프가 어금니를 악물고서는 팔꿈치로 그를 앞으로 밀쳤다. “다른 애들이 기다리고 있어. 네 얘길 듣고 싶어 한다고.”




(얼마나 유치한지.)


로키는 엄지손가락을 아랫입술에 대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얼마나 유치했으면 이런 놈들의 관심을 갈망했는지.)


시프와 워리어스 쓰리는 주변에 둘러앉아 굳이 그를 의식하지 않은 채, 토르의 추방과 유배에 관해 서로 논했다. 짜증에 로키는 최소한도의 정보만 그들에게 주었다— 그 금빛 왕자가 정말로 은총을 잃고 떨어졌다는 어느 정도의 확증 담긴 말을. 이내 로키는 잊혔다. 그들에게 그의 쓸모는 언제나처럼 찰나였다.


혼자 남겨지고, 그제야 그는 잠깐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평화로운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형을 계속해 살려놓기 위해 사건들을 어떻게 고쳐나갈까 하는 전체적 줄거리를 짜내려 가는 대신에, 로키의 마음은 오래되며 익숙한 분노로 차올랐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무시당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곳을 떠나려고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나 유치하면. 아직도.)


그 생각에 그는 크게 웃었고, 그의 친구들이— (토르의 친구들이) —갑작스럽게 터진 웃음에 난처한 시선을 교환했다. 어쩌면 그가 여기 있던 것조차 까먹었다가 다시 떠올리게 해서 불쾌해하고 있다거나. 로키는 격분했다, 반감의 목소리를 대놓고 내지 않을 그들에게— 속닥만 거리며 등 뒤에서 반역을 꾀할 그들에게 격노했다.


무엇보다 그가 여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적어도 시프만은 불쾌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 솔직함에 기분이 아주 상쾌해져, 로키는 밝게 미소지어 그녀의 찡그린 얼굴 뒤에 감쳐진 분노를 돋우었다. “난 네가 형을 되찾기 위해서 우릴 도울 줄 알았어.”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 수치를 비웃는 게 아니라.”


(왜? 너희 네 명이 언제 내게 그 같은 호의를 베풀었다고.)


그렇게 보이나?” 로키는 말하며 그 속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미소를 지었다. “내 형을 비웃는 다라, 너희들이 헤아릴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 나의 형을. 정말 고마워. 이 내게 내 진짜 의도를 알려줘서, 레이디 시프. 그러지 않았다면 나조차 내 마음을 몰랐을 테니까.”


“그만 부추겨, 시프.” 팬드랄이 나아가는 가슴 상처에 손을 올린 채 말했다. 그는 그 둘에게 조심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세상에, 로키, 너 기분이 안 좋구나.”


“망루에서 뭔가 있었던 거야.”라며 호건이 말했다.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일이. 그래서 네 태도가 이상한 거지.”


“맞아.” 볼스타그가 말했다. “서리 거인에 대한 공포가 드디어 네 순진함에 충격을 줬나 봐?” 그는 로키의 어깨를 탁 치더니 웃었다. 분위기를 띄우기엔 역부족이었지만, 적어도 팬드랄에겐 먹혀들었다. 둘은 요툰헤임에서의 제 전투 활약상들로 떠들썩대기 시작했다.


로키는 그들 한 명 한 명을 차례차례 살폈다. 이 네 명이,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를 어떻게 무시할까를 매우 골똘히 연구해왔던 바로 이 네 명이, 그들이 알던 로키와 자신이 다르다는 걸 아주 빠르게 알아차릴 뻔하자 그는 거슬렸다. 자존심은 그 사실에 좀 더 들떴지만, 자기보호 본능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는 좀 더 조심히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내 형이 유배됐어.” 로키는 활약상 얘기에 끼어들지 않은 호건과 시프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근데 내 기분이 어떻겠어?”


호건은 안심하고 등을 돌려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그에게 골난 로키는 익숙한 것이었다. 형의 그림자 속에서 그를 동경하는 겁쟁이 로키. 괴물의 진짜 위협은 눈치채지 못한 채 넘어갔다. 아니 그럴 뻔했다.


“네 형을 정말로 신경 썼다면, 벌써 아버지 곁으로 가 유배를 끝내달라고 빌었겠지.”라며 시프가 말했다. “넌 언제나 토르를 질투했어. 네가 그 추방에 뭔 짓거릴 했다고 해도 놀랍지 않아.”


그녀의 비난을 들은 유일한 사람은 로키뿐이었다. 그 건방진 행동에 그는 아연했다— 그러나 묘하게도, 만족스럽기도 했다. 그녀의 솔직함이 그의 과거의 분노를 정의했다. 미래의 분노를 정의했다.


그녀의 콧대를 눌러놓고자, 그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악담이 마구 흘러나오기도 전에, 그가 빌려온 심장이 고통스럽게 뒤틀렸다. 고통이 쌓이는 분노에서 그를 깨웠고, 그는 이곳에서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다시 한 번 감정이 저를 지배하도록 할 수 있었다— 분노를 자극해 이 반역자들이 자신의 행동과 운명을 좌지우지하도록 ─ 혹은 이번만은, 그 자신이 우위에 설 수도 있었다.


아직 그는 무의 공간에 떨어지지 않았다.


(너희가 날 밀치도록 놔두지 않겠어.)


그는 입을 다물고는 나중을 기약하며 분노를 담아두었다. 이곳에 온 이유에만 집중하며 다른 것들은 흘려보냈다. 이는 어쨌든 중요치 않다. 이들은 슬픔이나 고통, 상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놀이 친구가 근신을 받아 유난 떠는 꼬마들에 지나지 않았다. 더 중요한 일에 힘쓰는 대신에 이곳에 와있는 이유조차도 그는 이제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등을 돌리고 말없이 그 방을 한달음에 빠져나갔다.


후회의 놀란 빛이 시프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걸 잘못 봤다고 생각지 않았지만, 상관없다. 이미 완악해진 심장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로키는 제 방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언제나 이 궁전에서 피난처가 되어줬던 방을. 그곳이라면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책들을 들춰볼 수 있다. 생각하고 가다듬을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베개에 머리를 누이고 미래를 어떻게 다시 엮을까 숙고할 수 있다.


하지만 문간에 도착해 방문을 열어젖혔을 때, 그는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었다.


그곳은 먼지 하나 없었다. 거미줄도 없었다. 한기도 없었다. 하인들이 방의 주인을 위해 화로에 불을 지펴놓았다. 책상 위 어지럽게 놓여있던 책들은 왕자가 돌아올 것을 대비해 책장에 가지런히 다시 꽂혀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유일한 것은 침대 위로 벗어던진 진녹색의 망토뿐이었다. 타락한 왕자가 형의 대관식에 맞춰 입었다가, 모든 게 소름 끼칠 만큼 얼마나 완벽하게 끝났는지를 음미하며 숨 막힐 듯한 흥분에 망토를 아무렇게나 내던졌었다.


이 방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이의 것이었다. 그리고 로키는 제가 그를 죽인 거나 다름없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방문을 필요 이상의 힘으로 세게 닫고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맙소사. 대체 뭘 신경 쓰는 거야?)


“닥쳐.” 로키는 잇새로 내뱉었다.


복도에 배치된 경비병 두 명이 시선을 교환했다. 로키의 몸이,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서는, 굳어졌다. 발걸음이 일순간 느려졌지만, 이내 그는 주먹을 꽉 쥐고선 계속해 움직였다.


이 얼마나 이상한가. 이 얼마나 그릇됐는가. 그는 이곳에 있지 말아야 했다. 그가 뭐라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 궁전에서 찾을 수 있는 위안은 어디에도 없었다. 용서는 어디에도 없었다. 존재하지 않은 방도 복도도 없었다, 기억이.


(환영이.)


로키는 신선한 공기를 찾아 이끌리듯 별빛이 쏟아지는 밖으로 나갔다. 발이 돌 위를, 자갈 위를, 잔디 위를 밟다가, 이내 그는 사과나무의 줄기를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눈을 크게 뜨고, 헐떡였으며,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러자 왜 본능적으로 왕비의 정원에 오게 되었는지 깨달았다.


왜냐하면, 이곳에 왕비가 있으니까. 왜냐하면, 그에겐 여전히 어머니가 있으니까.


그녀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그림자가 그를 드리웠다. “뭐가 미안하다는 거니, 내 아가?” 하고 프리가가 물었다.


요툰헤임의 눈은 로키의 머리에서 오래전에 녹아내려 사라졌지만, 그가 떨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그는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의문했다.


(어째서 토르보다 당신의 죽음을 더 자연스레 받아들인 걸까?)


(어째서 난 당신이 아니라 그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되돌린 걸까?)


로키가 질문에 대답할 의향이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프리가는 잔디밭에 있는 그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그의 무릎에 올려진 손 위로 그녀의 손을 포개었다. 그녀가 그의 얼굴을 살피자 그는 드러난다는 기분을 느꼈고, 다시 한번, 이번이 들키는 순간이 아닌지를 의문했다. 분명 그녀라면 히죽거리던 나약한 아들의 자리를 앗아간 이 괴물을 쉽게 알아차릴 것 같았다.


“어디 좋지 않은 거니?” 그녀는 그의 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몸이 얼음장 같아.”


로키는 언제나 재밌는 농담을 즐겼었다. 그 중에 가장 큰 즐거움은 의도하지 않은 아이러니에서 오는 것이었다, 특히 말하는 사람이 그 진실을 몰라 농담이 되는지도 모를 때의 아이러니. 로키의 입은 비틀리듯 웃음 지었지만… 이내 미소는 사라졌다. 프리가 여왕이 가장 그 진실을 잘 알고 있단 것이 기억났다.


(아. 그래서.)


그럼에도, 여기에 그가 고칠 수 있는 끔찍한 운명이 또 하나 놓여있었다. 로키는 아스가르드 왕비가 그보다 오래 살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녀가 진실에서 그의 눈을 가리기 위해 짜아 올리던 그 모든 거짓말에도 불문하고 맹세했다. 어쨌든, 진실을 외면한다는 그 행동 자체에 경외심이 새로이 솟아났다. 그건 몹시 유쾌한 일이었다. 어쩌면 오딘과 프리가의 생각은 처음부터 옳았는지도 몰랐다.


그의 뺨에 놓인 손은 매우 따뜻했다. 로키는 잠깐을 그 위에 손을 포개고 온기를 느끼다가 어머니의 손을 그러잡고는 입가로 가져다 대었다. 그녀는 그가 질문에 대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가 무엇보다 원하는 건 여기 앉아 그녀의 사랑이란 조용한 안식을 즐기는 것이었다.


오, 이를 얼마나 원했는지. 수년 만에 처음으로 그는 안전함을 느꼈다. 기분 좋은 은은한 향기가 그의 광기를 가라앉혔다. 산산이 조각난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해주듯 달래주었다. 그는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숨을 쉴 수 있다.


(할 수 있어. 둘 다 구할 수 있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여기 당신께서 와주셨으니까요, 왕비님.” 장난기 가득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프리가는 코웃음 쳤지만, 그 소리는 어딘가 우아하게 들려왔다.


(그래, 네 코웃음은 이를 따라 한 거로군.)


“네 형의 유배가 신경 쓰이는가 보구나.”라고 그녀는 말하며,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의 선을 제 손가락 끝으로 따라 그리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그 애도 괴로울까?”


로키는 하늘에 대고 소리치며, 주인을 저버린 망치 앞에 무릎 꿇던 망가진 남자를 기억해냈다. “그렇게 되겠죠.”


프리가의 손가락들이 그를 감쌌고, 두려움이 그녀의 눈에서 번쩍였다. 로키는 그와 같은 표정으로 마주 보았고, 어쩌면 토르 또한 사랑해마지않는 어머니를 처음으로 원망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이제 정신을 차렸다. 더는 미치지 않았다. (하.) 한때 돌아가셨던 어머니가 눈부신 모습으로 살아있는 것을 보자 희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고, 로키는 갑자기 그의 형 또한 안전하게 집에 있기를 원했다. 토르가 미드가르드에서 마주할 위험은 로키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형이 언젠가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뿌릴 칠 수는 없었다.


로키가 토르의 유배를 끝낼 수 있도록 오딘을 설득할 방법은 한가지뿐이었다. 로키는 그 때문에 무의 공간으로 내쳐지지는 않을 테지만, 틀림없이 그에 대한 형벌은 고통스러울 거다.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시간을 되돌려 온 이 여행은 저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차피 그의 생은 이미 빼앗겼다.


“아버지신을 봬야겠습니다.” 로키는 말했다. “말해야 할 게 있어요.”


프리가는 자신이 본 것에 혼란스러운 듯이 그의 얼굴을 살폈다. 로키는 그 응시 아래 몸을 경직했지만, 곧 그 시선은 거두어졌다. “네 아버진 편찮으셔. 너 역시 몸이 좋지 않잖니. 내일 아침까진 기다릴 수 없겠니?”


로키는 몸을 일으키고는 그녀에게 손을 건넸다.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오늘 밤 일어난 일에 조그마한 일조를 했거든요.”


프리가는 그 손을 받아들이며, 잔잔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그를 꾸짖듯 시선을 던졌다. 로키는 웃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진짜 어머니이든 아니든, 그는 이런 그녀가 무척이나 좋았다.


“로키.” 그녀가 부드럽게 하지만 경고하듯 말했다.


"조그마한." 로키는 가장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해명했다. “조그마한 반역이에요.”


“반역에 정도가 있는 줄은 몰랐구나.” 프리가가 말했다.


“정도는 존재해요. 선택할 수 있는 색과 맛이 존재하는 거대한 무지개 같은 거죠.”


그랬다, 그는 여러 가지 맛을 보았었다.


프리가의 미소가 애틋함에 어두워졌다. “널 어쩌면 좋겠니? 오늘 난 두 아들 모두를 잃게 되는 거니? 아니야. 네 아버지께 같이 가자꾸나. 네 자존심에 상처 주는 건 안다, 로키. 하지만 숨김없이 겸허하게 행동하렴. 모든 걸 말해. 네 아버지는 당신이 배신당했다 느꼈을 때 분노가 불같이 타오르잖니.”


로키는 침을 삼켰고, 자신감은 조금 전보다 힘을 잃었다. “그렇죠. 하지만 저 혼자서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전 어린애가 아니에요.”


“나도 안다.” 프리가가 말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돼. 네 아버진 지쳤고 당신의 휴식을 두려워하고 있어. 너와 네 형에게서 얼마나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지를 숨겨왔단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몰아세우게 되기도 하지.”


로키의 입이 지그시 다물리며 조심스러운 선을 그렸다. “토르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나도 잘 모르겠단다.”


“저에게도 가혹하게 나올 거라 생각하시잖아요. 제 죄가 아무리 경한 것일지라도 말이죠.”


프리가는 그에게 호의를 베풀어 거짓말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적어도 이번 한 번만은.)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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