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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글

[Psych] 제목없는 그런 소설

쿠밀 2012. 12. 16. 21:28

AU




그날 따라 서는 무엇인가 달라 보였다. 평소와 같이 서의 사람들은 사건해결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가며 동분서주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히 무엇인가 빠져 있었다. 서에서 이제 어느 정도 영향력을 잡고 있는 줄리엣 오하라 형사는 서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그 변화를 느꼈다. 그리고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서의 사람들 모두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여러 사건들이 겹쳐 일어나 신경을 크게 못 쓸 뿐이었다. 아니면 의외로 다들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정오가 넘었잖아. 래시터 형사는 어디 있지?"


결국, 참다못한 서장이 소리쳤다. 아는 사람 없나 하고 크게 한 바퀴 돌며 서의 사람들 모두를 둘러봤다. 모두 서장의 시선을 슬금슬금 비켰다. 서장은 인간관계가 좁고 속 좁은 래시터 형사의 성격에 한탄해야 하는지 서의 사람들 모두를 비난해야 하는지 머리아픈 고민을 하며 혀를 찼다. 결국 그녀는 여기 없는 래시터 형사보다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오하라 형사. 래시터 형사가 지금 어디있지?"


화살은 모두가 예상하듯 줄리엣으로 돌아갔다. 시선을 비낀 사람들 역시 힐끔힐끔 그녀들을 쳐다보며 온 신경을 지금 이 주제에 집중시켰다. 모두 대답자가 되기를 꺼렸지만, 언제나 쓸데없는 경쟁심을 불태우며 이리 휘젓고 저리 휘저으며 사사건건을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실제로 그는 대부분에 무관심하지만, 경쟁심이 생기면 이보다 귀찮은 것은 없다고 서 내의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다- 참견쟁이에 자신은 무시하면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못 참고 툭하면 삐쳐버리며 칭찬의 관심을 쏟아주면 어린애같이 좋아하는 칼톤 래시터가 현재 12시가 넘다 못해 2시가 다 되어 갈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 것에 놀라 있었다. 그러니 이 주제는 꺼려지는 동시에 화두가 되는 것이다.


"그게, 서장님! 저도 열심히 전화도 해봤고, 음성 메시지를 남겨봤지만… …"


예상은 했지만, 줄리엣 그녀 자신에게도 이 주제에 대한 대답은 난감해 말끝을 흐렸다. 혹여 그녀는 그 참견쟁이가 싸이킥이라 내걸고 다니는 션 스펜서에게 경쟁심을 태워 그 뒤를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며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몇 시간 동안을 그렇게 생각했다. 그도 그렇듯이 션이 사건을 맡는 것이 아니꼬워 여러 번 훼방을 놓는 전적이 화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싸이킥의 통장에는 사건이 입금되지 않았다. 그래, 그는 아직 맡은 사건이 없었다. 이 생각은 정오를 지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부리나케 그녀는 닦달의 전화를 여러번 했지만, 다 부재중으로 넘어가 버렸다. 이미 음성메시지도 -지금 어디예요!- 10건 넘게 했다. 그런데 아무 연락 없고 나타나지도 않으니 그녀로서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오하라 변명처럼 들리는군요. 핸드폰 말고 집으로는 걸어 봤나요?"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예리하신 서장님. 다들 자신이 오하라 였다면의 상상을 하며 고개를 작게 절레절레 흔들었다.


"예, 해봤어요. 서장님!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비록, 방금 전에서야 걸었지만요…"


줄리엣 역시 서장이 무서워 입안으로 말은 삼켰다. 방금 전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급하게 걸어 보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핸드폰도 집 전화도 안 받다니. 그녀는 이제 그 집에 찾아 가봐야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때 화살이 날아온 것이다.


"서장님, 선배님 집에 찾아갈까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변명- 아니 사실을 고했다.


"그럼, 갖다 오세요!"


줄리엣은 쫓기듯 서의 문을 박차고 나갔다. 서 내의 모두는 이제 일을 멈추고 그녀의 행적을 눈으로 좇으며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서장은 정말이지 이 사람들이라며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소리쳤다.


"어서 일해요!"


후다닥 움직이자 서류들이 휘날리며 어질러 졌다. 재교육이 필요 한 건가. 서장은 두통에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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