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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할게: 연기와 지도력이 뛰어났던 또 다른 장면이지. 저 표정을 봐.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아무것도, 전혀.
이곳에는 쇼를 봐줄 사람이 하나도 없어. 봐줄 사람이 없는데, 가식을 떨 필요가 없다는 거지. 완전히 혼자 남게 되었는데, 저 표정에서 뭐가 보여?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내가 이전 포스트에서(토르를 헬리케리어에서 떨어뜨리는 장면 있잖아) 말했다 싶이, 이건 반드시 느껴야 하는 공감이나 후회의 결여가 아니야. 이건 감정이란 일반적인 부분이 결여되어서도 아니야. 이건 결의(resolution)의 부족이야. 어떤 기대를 가지고서 이 미친 계획을 진행했어. 강력함을 느끼기를, 마침내 토르와 동등해졌다는- 혹은 그 이상을. 복수를 기대했어. 그런데 이 모든 기대는 어느 것도 채워지지 않았어(헐크-스매쉬 당하기 오래 전부터 말이야).
여기서 색다른 견해를 내볼까 해. 그의 행동들은, 특히 이 순간에서는 소시오패스나 싸이코패스같은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건 좀 더 심각한 우울증에 가까워. 난 안 좋은 하루나 일주일을 보냈을 때 느끼는 우울함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야. 심각한 우울증은 언제나 슬픈 게 아니야.
그건 무기력이야. 언제나. 뭔가를 느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할 때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거야. 신경 쓰지 않는 거지. 그 어느 것에도.
이런 심각한 우울증은 도덕적(종교적 도덕성을 얘기하는 건 아니야) 판단까지 어지럽혀.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수치심도, 행복감도 느끼지 못하기에 옳고 그름 사이를 구별 짓는 것이 매우 어려워져. 목표는 행복을 찾자는 것에서 멀어지지(이런 심각한 우울증을 극심하게 겪고 있는 상태라면, 불가능 하다 느끼는 것은 행복만이 아니야. 생각이란 것이 완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어떤 진실 없는 소설처럼). 목표는 단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거야. 조금이라도 느끼자는 거지.
이렇게 생각해봐. 불성실한 행동을 떠나서, 로키는 자신의 세계가 산산조각 나기 전부터 아마 골똘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을거야. 어쩌면 일생동안 몇차례의 우울증을 겪고, 그걸 완화시키곤 했을거야. (아마도 장난이 우울증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됐을거야.) 그러다가 자신이 뭔지 알게 된거지—오딘의(로키 저를 인정해주길 가장 간절히 바랐던 사람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그리고 일평생 증오해야 한다고 알아온 적들중 하나라는 것. 이후의 상황을 빠르게 감아볼까. 엄청난 계획으로 실패한 집단 학살에, 형제 살해 그리고 성공한 부친 살해—그 뒤의 바이프로스트에서 죽기위한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거기서 뭔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알겠어?), 그리고 마침내 타노스에게 잡히게 되지.
어떻게 우울하지 않을 수 있겠어?(완전히 중증 정신 장애를 겪는게 아니라면 말이야.) 그리고 자신이 극심한 정신질환을 겪고 있단 걸 인식하지 못했을리 없어.
그래서 쫓고있는 거야. 더 나아지리라는 생각을(뭔가를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 끝에도 여전히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