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알고 계시던 분들 오랜만이죠, 저는 잘 살아있습니다. 새로운 분들 반갑습니다. 근 1여 년 만에 블로그에 글을 올립니다.
1. 토르 번역 소설 <거래>는 '내년' 8-9월 즈음에 번역되지 않았던 편들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재개했습니다.
2. 그간 다른 작품을 보면서 적당히 살고 있었습니다. 적당히 숨 쉬며 소비하다가 주말만 되면 잠으로 보내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년 여름 즈음에는 한가해져서 숨쉬기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겠죠? 아마.
3. 그리고 네, 토르 3 보고 왔습니다. 이 블로그에 글 올리는 이유도 다 이 영화가 개봉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이하 감상평 및 의견입니다.
+이 글을 쓴 며칠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이 글은 날 것 그대로의 토로에 가까워 부끄럽네요. 여러가지로 좀 달리 생각하게 된 것도 있지만 그래도 수정하지는 않겠습니다. ㅋㅋ큐ㅠ 언제 기회 있을 때 트릴로지를 다시 제대로 보며 리뷰하고 싶긴합니다.
먼저 들어가기 전,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되레 부정적인 평이 대다수 입니다, 주의하시기를. 존칭은 더는 쓰지 않습니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만약 추천을 한다고 했으면 전작들에 비해 기꺼이 추천을 할 듯.
그렇지만 나는 실망했다. 그것도 영화 시작한 지 10-15분 만에. 사실 토르 2편에서 트레일러 때문에, 그리고 덕질한 지 몇 년 안되었을 때라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봤었다. 그때 실망 안 했다고 하면 정말 빈말이고, 3에서 이런 걸 예상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다. 정말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보를 차단하고, 개봉을 기다렸었다. 어쨌든 모든 평가는 직접 보고 나서 내려야 하니까.
영화 자체로는, 이 한편만 놓고 본다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시리즈 영화고 3편이 이 시리즈의 완결이라고 생각한다면, 거기서 실망했다. 매 편 감독도 바뀌어서 이 단독 영화의 긴밀한 연결성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어떤 연결성을 지녔어야 하지 않았나. 토르 1 - 어벤져스 1로 이어지는 톤이 존재했고, 많이 아쉽지만 어쨌든 이어져서 토르 2 - 어벤져스 2로 이어지기는 했다고 생각했다. 자기 합리화이기는 하나 원래 빈 이야기 끼워 맞추는 재미로 덕질하는 거니까... 그런데 토르 3편을 보면서 그걸 포기하기로 하였다. 그래, 사실 이번 영화 개봉 전부터 이 n년간의 덕질의 운명이 이번 편에 달려 있겠구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오늘 실시간으로 안녕을 고했다. 슬픔... 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앞서 말했듯, 시리즈의 연결성을 지녀야 하는데 찾아 볼 수 없었다. 같은 캐릭터가 나온다는 점 빼고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사실 토르 3편은 토르 1(사실 이마저도 안 보고 가도 된다)과 어벤져스 1, 2편 그리고 닥터 스트렌인지만 보고 가면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토르 2편이 참 계륵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 2편 때문에 미스 믹스 되어 알 수 없는 맛의 3편이 되고 말았다. 로키가 권련혹은 힘을 탐하는 이유야 각자가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존중'으로 이해했다. 혹은 인정을 바라는 '동등성.' 그래서 처음 2편에서 그 장면을 봤을 때(후속작을 위해 그냥 깔아 놓은 밑밥 이상의) 로키가 왜 아스가르드 왕좌에 다시 앉았을까 이해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애쓰고 나름 결론을 내렸는데, 3편... 아... 3편...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ㅆㅂ 그래 로키가 동상도 세울 수 있지, 로키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저의 존재를 회상키 위해 연극 만들 수도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왜냐하면 그런 존재였으니까 아스가르드 사회에서 로키는...!!! 말해주지 않으면, 그게 토르와 엮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정말 이러자고 왕좌에 앉은 건가. 그 이유를 "대화는 우리 사이에 맞지 않아." 하고 단 한줄의 대사로 모든 걸 해결하기에는 너무 책임 없는 거 아니야?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어 게으름이 아닌 거냐고. 토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모든 건 네 탓이야, 네 천성이라고 로키에게 말하는데. 우리 그 이전의 사건들을 단순히 로키의 천성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요? 로키가 이 모든 일의 주범은 아니지. 그래 토르도 성장했고, 정말 토르의 성장을 바랐던 사람으로 기쁘기 그지 없지만, 전작들을 너무 잊은 거 아닌가 싶다. 토르 2에서 로키가 왕좌에 앉은 이유가, 분명 있겠지 했다. 후속작을 위해 단순히 밑밥을 깔아놓은 장면이었다고 해도, 나는 3편이 그걸 잘 포장해서 연결해 줄 줄 알았다. 천성이라 포장하는 게 아니라. 영화는 끝까지 로키가 오딘을 빼돌려 요양원에 데려다 놓고 저는 왕좌에서 포도나 먹으면서 2년간 놀고 먹었다는 장면을 끝으로 끝끝내 그 정확한 이유를 단 한마디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천성 말고는. 아 그래 그 천성이 사카르인지 사이카르인지 하는 행성에서도 통했지. 그 이전의 캐릭터 톤은 어디 갔나? 아무래도 영화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악의 존재가 있고 무엇을 해도 바뀌지 않는다의 스탠스인 것 같은데, 아주 머리 아프다. ㅋㅋㅋㅋㅋㅋ
사실 이 시리즈의 최고의 악은, 개ㅅㄲ는 오딘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이 영화에서 오딘의 Bad Parenting의 끝판왕을 목격할 줄 몰랐다. 결국 이 오딘슨 가에는 제대로 큰, 우주 단위로 민폐 끼치지 않으며 큰 자식이 없는 거다. 헬라도 인정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영화가 웃긴 게 이 오딘을 끝끝내 좋은 이미지로 포장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너무 웃겼다. 이 모든 사달을 낸 사람은 오딘 임에도, 그는 좋은 아버지 인 척을 놓치지 않았다. 좋은 왕도... 인자하고, 평화를 지키고.... 그렇죠 성악설을 믿는 이 영화에서, 가족을 유폐하고 난 뒤 남은 가족에게 숨겨 놓고 ^^ 아주 잘 돌아가는 집안이다. 정말. 사람은 살아오면서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반대로 뉘우치고 바뀔 수 있고, 그걸 성장이라고 보지만. 오딘은 결국 처음이나 끝이나 성장없이 좋은 포장으로 있는 사람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 천성 여부를 따지자면 오딘이었다. 암, 헬라가 정말 너무나 꿰뚫어 보지 않았나, 로키더러 닮았다고 했으니. 오딘은 헬라의 존재도, 로키의 존재(서리거인으로서)도 숨겨 놓고, 그 어느 하나 저의 잘못을 말해주지 않는다. 아, 참된 사람이다. 나인 렐름을 다스릴 자격이 있어. 그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다면 2편에서 그렇게 나오지는 말았어야지!!!!!! 이제 와서는 늦었다고...!!
이게 참 문제인 게, 이 영화, 아니 이 시리즈가 얼마나 부실 공사였는가를 깨닫게 했다는 거다. 세계관을 우주로 확장하고 싶어서 토르를 내었지만, 결국 토르 1에서도 2에서도 무대는 지구 아니었나? 아스가르드와 그를 포함한 나인 렐름에 대해 깊이 생각 안 하다가(무비 버스 한정으로...) 막상 그것을 그려 내려니 곳곳에 빈 묘사들이 얼마나 웃기던지. 토르 1, 2에서의 삭제씬을 떠올리면, 아스가르드라는 렐름은 꽤 발전한 렐름이다. 미드가르드의 기술보다 몇 배 이상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미드가르드의 문명이 이해 가지 않아 서로 엇갈리는 것. 근데 어쨌든 그건 편집에서 잘리고 최종본에서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떨어져 나가도 이상 없을 설정이기는 하지만, 이게 아스가르드라는 사회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언제 한번 제대로 그려봤어야 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아스가르드는 토르 시리즈의 토르가 태어나 자란 곳이기는 하지만, 대체 어떤 지를 알기 어렵다. 오죽했으면 워리어스 쓰리마저도 그렇게 가버리고, 아예 시프는 등장도 않고.(배우 이전의 문제로...) 아스가르드를 그려내는 일에 너무 게으른 나머지 토르와 로키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만 남았다...!!! 그리고 그마저도 매편 캐릭터 묘사가 중구난방이 되어버렸고. 오딘이 가장 큰 피해를 봤고, 그 여파가 로키에게 미친 게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로키의 분량이 이보다 적었어도, 만약 2와 3사이의 간극을 정확한 이유로 설명해줬다면 단 한 줄이라도 설명해줬다면 이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을 거다. 우리는 비록 해석이 다르지만 이야기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내가 이해하는 데 다시 노력을 해볼 수 있는 일이지 하며, 덕질에 재시동을 걸었을 지도 몰랐다. 아, 근데 오딘을 좋은 왕 좋은 아버지로 포장하는 데 급급했으며, 그 포장지는 로키의 천성이었고 그것을 끈으로 묶은 사람은 토르였다. 그냥... 아... 어벤져스 개봉 뒤로 쭈욱 좋아하던 작품이, 그 캐릭터들이 그냥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사라지던 모습이... 보상심리로 덕질 해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너무...
이 블로그에 올라온 로키와 토르 관련 글들은, 꽤 일정한 해석을 가지고 올렸던 글들이기는 했는데, 이제 참 부질없었다고 느낀다. 아 정말... 토르와 로키가 비록 제대로 된 대화는 아닐지라도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직면하고 한번은 풀기를 바랐지만, 그냥 너는 원래 그랬지로 끝나는 것이다.
여러가지 토로하고 싶지만, 더 하기도 힘든 게 지금의 심정. (내년의 번역은 논외로 하고)이전처럼 덕질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