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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긴 글이므로 아주 여유로울 때 천천히 읽어주세요.


원문: The Spaces Between

글쓴이: Lise

줄거리: 세계는 자신의 삶을 형성하는 선택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이론이 있다. 로키는 수 많은 선택들을 했고, 더 할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의 다른세계를(AU) 돌아다니고, 점점 머릿속이 엉망진창되는 이야기.

글쓴이 주: "그 질에 비해 쓰는 데 엄청 오래 걸렸다"라는 태그 정말 들어맞는 다니까요. 제가 이 걸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보면. ...누구라던지 제 SPN 소설을 읽어보았다면 주인공들의 AU(다른 삶)도, 그 삶을 살게하는 것도 제 약점이란 걸 알거예요. 무진장 어렵죠.


여튼 그렇게 이 픽이 나왔어요. 점점 커져가더니, 어떻게 끝을 내야할지 막막하더군요. 마침내 끝을 내고 한동안 걱정에 싸여 바라보다가 isupportahooker에게 보냈죠. isupportahooker가 네가 걱정이 많은 거다, 평소와 달리 낙관적인 얘기라 그런거다 라더군요.


뭐, 그것도 맞는 말이죠.


어쨌든, 여기 있습니다. 더는 말 안 붙일게요! 즐겨 주세요. Lise의 로키의 감정들을 어떻게 주물딱거리는지의 모험담을요! (계속할거냐고요? 아마도요.)


Original published: 2013-03-30

Copyright ⓒ by Lise 





그 다름의 사이

The spaces between





written by Lies

translated by windmill





그는 그 길을 정말 우연히 발견했다. 토르의 인간 친구들과 싸움 도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들이 나타나리란 걸 예상치 못했으며 당시 그다지 싸우고 싶은 마음도 그에게 없었다. 그래서 텔레포트로 벗어나려는 순간, 스타크가 그를 향해서 날린 충격파를 보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이전의 마법을 무르지 못한 채 그는 마법을 새로운 형태로 뒤틀었다.


세계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세차게 사방으로 흔들렸고, 로키는 비틀거렸고, 갑작스레 쏟아지는 황금빛에 눈을 깜빡였다. 아스가르드, 그는 어지러이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로키!" 몸이 얼어붙었다. 어머니의 목소리였지만, 화나거나 놀란 목소리가 아닌 오히려 걱정을 품고 있었다. "로키, 어디에-"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 나타난 그녀는 그를 발견하고는 안도감에 주저앉더니 그가 벗어나기도 전에 껴안았다. "내 아가, 놀랬잖니."


"어머- 프리가?" 로키는 가까스로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 그는 여기 있을 수 없었다.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이상했다. 어머니의 반응이, 그리고 그에게서도, 뭔가가 마음속 깊숙이 괴롭게 했다.


"그렇게 벗어나선 안 된다." 그녀가 말했다. "지금은 아니야, 그 일 이후로-" 말을 멈추고는 얼굴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에는 걱정과 그리고 그가 부서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로키는 경직했다. 아냐 틀려 틀려, 뭔가가 틀-


그때 제 속에서 갑자기 가라앉는 기분을 느꼈다.


"토르는 어딨죠?" 그는 멍하니 물었다. 그에게서 튀어나온 질문에 프리가는 얼굴을 굳혔다.


"오, 얘야." 그녀가 말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그녀의 얼굴을 보자 알아차렸다. 아니야, 그가 생각했다. 그건 말도 안 돼. 하지만 이제 보였다. 그녀는 검은 상복을 입고 있었으며, 비탄에 잠긴 공기는 조용하며 무겁게 깔렸었다. 그리고 그에게도 보였다. 마치 그의 기억처럼, 요툰헤임에 있는 토르가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기를 한순간 그다음 떨어지고 떨어져서 얼음 창이 그의 가슴을 관통하고 또 다른 창이 그의 목을-


그도 그곳에 있었다. 바로 몇 발자국 옆에서, 무엇인가 자신에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어지러워 있을 때. 그리고 그가 몸을 돌렸을 때 본 것은 토르의 눈에서 빛이 꺼져 가는 모습이었다.


"아냐."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었다. "일어난 일은 그게 아-" 하지만 그도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토르에게 빠르게 달려가 상처를 누르고 뭔가 생각해내려고, 무엇이라도 생각해내려고 하던 바로 그때, 그제야 오딘이 내려왔다. 그들을 데려 돌아와서는, 말없이, 얼굴만이 토르를 보자 순간적으로 꿈틀거릴 뿐 다시 한번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아스가르드의 모든 것은 슬픔에 잠겼고, 그리고 그는, 로키는…


그는 그 이후로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잠을 자지도, 먹지도 않고 생각에만, 끊임없이 생각에만 잠겨있었다. 그가 얼마나 쉽게 토르가 가도록 부추겼는지, 그 모든 일은 그의 생각이었으며, 로키의 계획인 그 모든 일은 그들 모두에게 토르가 얼마나 무모하며 생각 없이 행동하는지 보여주기 위함이었는지, 왕좌에 오르기엔 아직 준비되지 않음을-


프리가가 그를 꽉 껴안다시피 안았다. "부탁이다." 귀에 들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말했다. "너마저 잃을 수 없어." 말 속에서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이 들렸다.


"다 잘 못 됐어." 로키는 말했다. "이건 아니야-"


그가 했던 일은, 어떻게 된 일인지 달라져 있었고,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류의 주문을 할 정도로의 힘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뿌리치려는 순간, 세계가 원래의 세계로 튀어 돌아오는 것을 느꼈고 그는 자신의 아파트에 동요한 채로 서 있었다. 마치 정지당한 것처럼 잠깐을 그곳에 못 박혀있다가 몸을 급히 돌려 TV 앞으로 달려갔다.


"-어벤져스가 다시 한번 슈퍼빌런인 로키를 무찔렀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를 확보하지 못했으니, 시민들께선 조심하…"


"그는 어딨어." 로키가 화면에 대고 낮게 윽박질렀고, 얼마 안 있어 영상은 흔들리는 싸움 영상자료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가, 언제나처럼 큰 소리로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살아있어. 그는 극도의 비참한 안도감에 소파에 주저앉았다. 살아 있다.


다른 세계, 어지러이 생각했다. 다른 세계, 같으면서 같지 않은 세계. 그는 이와 관련된 책은 읽어보았지만 한 번도 그에 믿음을 가져 본적도, 자신이 그 경계선을 비껴가 다른 세계로 갈 수 있게 되리라곤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뭐. 그것은 가능한 일인듯했다. 하지만 또한 다 끝난 일이었으며 이곳이 그에게 어울리는 장소였다. 여기, 지금. 자신은 추방된 자이며 토르가 살아 있는 이곳.


네가 죽였어,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중얼거렸다. 아니면 네가 죽은 거나 마찬가지겠지. 그게 너에게 뭘 했는지 보라고. 망쳤잖아.


이곳이 아니야. 로키는 사납게 생각했다. 내가 아니야.




그 마법을 다시 쓸 생각은 없었다. 그런 경험은 적어도 재밌다고 말할 것도 아니었으며, 그가 제 삶을 망쳐놓게 되는 어떤 다른 방식들이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물론, 언제나처럼 노른의 신들은 그의 의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한번 우연한 사고로, 싸움 도중 두 개의 마법이 실처럼 서로 엉키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고, 바튼의 화살이 그의 얼굴 가까이에서 폭발할 때 그는 떨어지며 비틀리는 감각을 느꼈다.


그는 눈 위에 거꾸로 떨어졌고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잡았다." 낯선 목소리였지만 무엇인가…


로키는 몸을 뒤집고 일어나 단검들을 소환하며 이를 드러내며 경계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깜박거렸다. 그의 앞에 있는 요툰은… 싸울 준비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또한, 어렸고, 팔다리는 살짝 균형이 맞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단검을 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파란색 손을, 알 수 없는 표식이 새겨진 손을.


로키는 어떤 놀람이나 공포의 외침도 제때 삼키지 못했고, 갑작스레 힘이 빠진 손가락 사이로 단검은 미끄러져 떨어졌다. 목에서 '안돼'란 단어는 채 나오지 못한 채 막혀 그곳에 자리 잡았다.


"형님?" 반대편에 있던 서리 거인이 갑작스레 손으로 그의 팔을 부여잡았고, 그에 로키는 움찔거렸지만 차갑게 타들어 갈 듯한 화상이 아닌 오직 가벼운 기분 좋은 시원함만이 존재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형님이라고, 로키는 막연히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자 그는 기억이 났다. 기억은 홍수처럼 터져 흘러나왔다. 그는 여기서, 얼음과 눈이 덮인 이곳에서 자랐으며 그에겐 형과 동생이 있었다. 이 어린 동생은 빌레이스트로, 로키가 무척이나 그를 아꼈다.


"괜찮아." 그는, 너무나도 빠르게,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단지…" 이건 잘못됐어, 머릿속에서는 이성을 잃은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너를 보라고, 봐- 그의 생각들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했고, 그는 주변의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며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을-


"형님? 로키!" 서리 거인이 - 그의 동생이, 오 노른들이여 - 걱정스러운 소리로 외쳤다. "어디 아파?"


아프냐고? 그는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빌레이스트가 그의 어깨를 잡으며 무어라 치료사에 관해 얘기하였다. "아냐." 로키는 숨 가삐 말했다. "아니, 아니니까… 잠깐 앉아 있으면 된다." 무릎에 힘이 풀리면서 그의 몸 절반이 눈에 파묻혔다. 그는 머리를 앞으로 숙여 어지러움을 달래려 애썼다.


세상이 다시 천천히 흘러 돌아왔다. 빌레이스트는 걱정스레 주위를 맴돌았으며, 로키는 그를 공격해라 말하는 본능과 맞서 싸워야 했다. 그로서도 그러는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마 그 이유는 그의 어린 동생의 걱정만이 담긴 눈 때문이니라. 그는 그를 저렇게 쳐다보는 눈을 알고 있었으며 그리고 그 눈이 얼마나 자신을 분개하게 하는지 상관없이…


"로키?" 그가 조금 걱정스럽듯이 물었다. 로키는 애써 웃음 지었다.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그는 말했다. "이제는 지나갔어. 난 괜찮아."


"잘 됐다." 빌레이스타는 그 이상으로 안도하며 말했다. "헬블린디가 날 죽이려 들 거야. 나 때문에 형님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로키는 잇새로 튀어나온 말을 막지 못하고 내뱉었다. "난 약하지 않아."


빌레이스트는 눈을 깜빡였다. "당연하지. 형님은 요툰헤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잖아. 거기다 단검을 들면 더 뛰어나고."


이 얼마나 쉬이, 로키는 생각했다. 그의 모든 인생을 이런 인정을 바라며 싸워왔다. 토르에게서, 오딘에게서, 그 누구에게서라도 자신을 알아달라고. 그리고 여기 서리 거인 동생은 (서리 거인 동생이라니) 그것을 그에게 너무나도 쉽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는 익숙한 끌어당김을 느꼈고 한순간, 생각도 않고, 그는 그 느낌과 싸웠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하게도 쓸모없는 짓이었고, 요툰헤임은 멀어졌다. 그는 나무들이 빽빽이 서 있는 숲속에 서 있었다. 그의 피부는 다시 한번 에이시르의 피부를 띠었다.


멍청이, 그는 사납게 생각했다. 이 멍청이, 왜 그곳이 더 나을 거라고…


하지만 아니다, 그렇지 않나? 요툰이 그런 염려와 애정, 걱정 같은 감정이 있다는 건, 그런 형제간의 우애 같은 관계도 있다는 건 생각일 뿐이었다. 자신이 들어왔던 모든 것은 -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은…


그는, 순간, 그의 피를 나눈 형제들이 아직 살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혹은 이런저런 싸움에서 죽었는지 궁금했다.


아니면, 그는 거미가 등 뒤를 기어 다니는 듯한 소름 끼치는 생각을 했다. 그 자신이 그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 채 죽였는지…


상관없잖아. 운명의 장난일 뿐,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지? 다른 세계에선 널 아낄지라도, 여기선 아니야.


그래, 여기선 아니다.




로키는 그의 아파트에서 혼자 서서 고민했다. 어쩌면 바보 같은 짓이었다. 결국,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라도 다른 자신들을 찾아 조그만 호기심을 채우는 것이 가치가 있는 일일까? 하지만 그래도…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른 세계로의 길로 빠지게 했던 그 실수를 조심스럽게 따라 그렸다. 이번에는, 자신이 뭘 하는지 안다는 자각 속에서, 그의 마법이 갈고리처럼 튀어나오는 것이 느껴지더니, 그것이 천 같은 뭔가를 잡아 걸고는 그 틈을 찢어 버리고-


로키는 황량한, 한때는 대도시를 이뤘을 폐허 한복판에 서 있었다. 이제는 재와 먼지만이 잔해 속에서 날려 다녔다.


"이번엔 뭐지?" 로키는 불안 섞인 짜증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무엇이냐?"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침묵과 바람 소리만 존재했다.


실망에, 로키는 몸을 돌려 어깨를 으쓱거리곤 걷기 시작했다.


"거기 멈춰라, 라우페이슨." 로키는 우뚝 멈췄다. 이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했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를… 그는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나 마법을 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어떠한 손동작도 하지 않았다. 그 호칭은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목소리의 어조는, 의도된 것이었다.


"돌아도 될까?"


"뻔뻔스럽군, 이곳에 얼굴을 들이밀다니."


"그런데 대체 무슨…" 로키는 제 기억이 아닌 기억이 격렬히 덮쳐오자 말을 흐렸다. 아니야. 아니야, 그는 이 장소를 알고 있다. 저 목소리도 알고 있다. 이곳은 아스가르드였다.


몰락한 아스가르드.


그리고 그건 자신이 한 짓이었다. 그의 손으로 발드르를 죽였다 - 영원한 잠이 아닌 정말의 죽음을. 그의 손으로 헬라의 죽은 자를 일으켜 아스가르드와 맞서게 했었으며,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 서로 싸우게 했었다. 그의 손으로-


로키는 기억 속에서 후회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불쾌한 쓰라림과 증오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볼스타그." 그는 말하며 돌아봤다. 그가 알던 전사는 몸무게를 많이 잃어 살가죽만이 오랜 기간 병을 앓은 사람처럼 축 늘어져 매달려 있었다. 그의 눈은 냉정하며 온기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었다.


"네 일이 잘됐는지 보러 온 건가?" 볼스타그가 물었다. "남은 게 별로 없어서 말이야. 비다르가 네 목을 벤다고 맹세했지."


"그럼 너는?" 하고 잠시 뒤 로키는 물었다. 볼스타그는 그를 잠시 쳐다보다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렇게 바보는 아니라서."


오딘이 죽었다. 헤임달도 죽었다. 프리가와 프레이야 그리고 이둔도- 하지만 그는 토르에 관한 기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입술이 마르고, 혀는 굳어갔다. 로키 월드-디스트로이어. 로키 갓-킬러.


"토르는." 그는 마침내 말했다. 볼스타그의 표정은 그게 가능하다면 더욱더 굳어졌다.


"내가 제일 괴로운 건." 그가 느리게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 녀석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란 거야."


"죽었군." 로키는 겨우 물음처럼 들리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 볼스타그가 몸을 돌렸다.


"그 녀석을 보고 싶은 건가? 아무래도 너는 봐야 해."


로키는 오른쪽도 왼쪽도 최대한 보지 않으면서 따라갔다. 그들은 조용히 걸었고 로키는 얼마나 걸어가야 하는지조차 물을 수 없었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피가 응고된 듯한 울부짖음에 그는 멈춰 섰다.


"이쪽이다." 볼스타그는 잠깐의 머뭇거림 없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잠시 뒤, 로키는 무기력하게 그를 따라갔다. 처음으로, 로키는 이 다른 세계에서 자신이 죽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다.


얼마 더 가지 않아 볼스타그는 멈춰서 앞쪽을 가리켰다. "난 더는 가지 않아." 그는 딱 잘라 말했다. 로키는 잠깐을 그 옆을 서성이다 앞으로 나아갔다. 그곳엔 메스꺼운 냄새가, 죽음의 냄새가 강하게 퍼져 있어 로키는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로키는 처음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런 피투성이의, 살가죽이 도려진 채 있는 사람이 뇌신 토르일 리 없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카락은, 진흙과 피 때문에 분명치 않아도 중간중간 황금빛이 드리워진 머리카락은. 다부진 근육이 존재했던 흔적은.


갑자기 그의 몸이 활처럼 휘더니, 목에서 찢겨 나온 듯한 끔찍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알아보았다. 일그러지고 망쳐져 있음에도 알아볼 수 있었다. 토르의 얼굴. 그의 형의…


로키는 몸을 돌려, 코로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마법을 끝내, 그는 생각했다. 끝내, 끝내, 하지만… "네놈이 한 짓을 보지도 못하는 건가?" 볼스타그가 불쾌해하며 말했다.


그는 그제야 기억이 났다. 영원한 죽음의 고통. 이 세계에서, 그것이 그가 토르에게 약속하고 시행했던 것이었다. 토르가 살아 있는 한, 그는 이렇게 고통받을 것이다. 보호 마법은 자비와도 같은 죽음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완벽하게 계획된 덫이며, 우아한 무자비함이었다.


아니야, 그는 갑작스럽게 화가 났다.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그리고 그는 마법을 내뻗어, 토르를 풀어 주려 했다. 적어도 그를 죽게 할 수 있게, 뭔가-


그는 원래 있던 아파트에 혼자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 손을 내뻗은 채 눈물은 그의 뺨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고, 손은 가볍게 떨려왔다.


절대, 그는 생각했다. 절대 다시는. 다른 세계를 찾아간다는 건 아무 의미도, 아무 쓸모도 없었다. 그것들은 정말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다음 일주일을 토르와 그의 친구들을 피해 다녔다. 그럴싸한 이유 몇 가지를 들이밀며 혼자 주억거리면서 그것이 진실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지 않으려 했다. 그들과 가까이서 대면하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다행히, 토르의 멍청한 친구들은 그를 방해하지도 않았다. 그는 대부분을 아파트에서 지내면서, 책을 읽고 쉬면서 마음을 비우려 애썼다. 몰락한 아스가르드는 그의 꿈에 몇 번이나 나타나 괴롭게 했고, 몰락한 토르는 더 심하게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의 기억이 아니었다. 그와 관련도 없었다. 다른 세계에서 다른 토르와 로키가 무엇을 하든 무슨 상관있는가?


그에게는 다툴 저만의 전투가 존재했다.


(그러나 답하지 못한 질문들이 그를 성가시게 했다. 얼마나 더 있을까? 세계를 돌아다니며, 각자의 길이, 각자의 선택이 그들 각각의 파멸로 이끄는 로키들은 얼마나 더 있을까? 하지만 모두 파멸할 거다. 그것이 운명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상관없이, 그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요툰헤임에선 행복했잖아, 안 그래?


우연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나의 예외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릇됨에 대한 본보기로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그런 괴물들 사이에서 평온이라니?


하지만 로키는 절대로 그대로 내버려 두는 일에 지독스러울 만큼 잘했던 적도 없었고, 어떤 가설이든지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는 한 번에 이번 세계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몸이 이상하게 느껴졌으며, 그에게는 어색하고 잘못된 옷을 입은 듯했다. 그는 한순간 끔찍하게도 그가 병신이 되어 어딘가 불구가 된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 그가 그의 몸을 내려다보자- 작은 몸을 발견했다. 팔다리 다 멀쩡했지만, 작았다.


그리고 그는 아스가르드에 있지도 않았다.


"로키!"


우렁찬 목소리에 모든 근육이 경직했다. 그는 몸을 돌리려 했지만, 오히려 넘어지면서 뼈가 부러질 정도로 껴안아 졌다. 그것도 그의- 엄청나게 큰 형에게서. "여기 나와서 뭐 하고 있느냐?" 토르가 물었다. "이쪽으로 나오지 않기로 했잖니."


"하지 않기로 했다라." 로키는 무의식적으로 말을 했고, 그 자신의 목소리가, 높은 음조의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몸이 경직되고 어리벙벙해졌다.


"그래, 그래, 나도 안다." 토르가 말했다. 이 멍청이는 그의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정답게 낄낄 웃었다. "로키는 하라는 대로 하질 않지. 하지만 내가 말했잖아, 다 이유가 있어서야."


로키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마법에 내뻗어 봤지만… 마법은 오직 깜박거리기만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그 내뻗음 속에서 기억들은 마침내 홍수처럼 그를 범람했다.


그는 바이프로스트에서 떨어져서 죽었다. 죽었지만, 어떤 이상한 운명의 장난인지 마법이 꼬여서인지 미드가르드에서 다시 태어났었다. 기억도 집도 가족도 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배고픔과 대부분을 혼자 외롭게 보내고 있을 때 토르가 그를 찾아왔었다. 하지만 그는 황금빛 도시로의 귀환이 허락되지 않았으며 추방되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희뿌옇고, 희미하며 꿈보다 더 작음에도 그는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미드가르드에 남았다. 그리고 토르는 그와 여기 함께 남아, 형이자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해 주었다.


그는 안전했고, 사랑받았다.


"로키?" 생각보다 그가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나 보다.  "괜찮으냐?"


그는 물음에 답하듯 꿈틀거렸다. "그래, 당연하지. 날 내려줘."


"그럴 생각이 안 드는데." 토르는 조금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니 의기양양했다. 서로의 신장 차이 때문에 로키는 자유롭게 벗어날 기회도 없었으며, 적어도 제대로 된 싸움은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예상했던 어떤 억울함도 느끼지 못했다. 분노하거나, 혹은…


그의 기억을 - 아니 그의 것이 아닌 다른 로키의 기억을 - 뒤졌다. 증오나 불쾌감을 찾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로키는 그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조금 몸을 꿈틀거렸고, 갑자기 자신의 발아래 땅이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토르." 그의 귀에 어린아이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들렸다. 그는 다시 말을 내뱉었다. "…형?"


"그래?" 로키는 머리를 들어 올려 토르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의 얼굴을 읽어내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돌아가고 싶었던 적 있어 - 집으로?"


토르가 더 세게, 거의… 소유욕에 가깝다시피 그를 세게 껴안았다. 로키는 자신의 갈비뼈가 두둑 거리자 반사적으로 꽥 소리를 내질렀고, 그제야 토르가 그를 내려주더니 그의 앞에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췄다. "로키." 그가 갑자기 무게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로키는 순간 그가 이전에도 이런 질문을 했었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여기 있는 건 - 내가 그러고 싶기 때문이야. 그리고 널 두고 다른 델 가고 싶은 생각이나, 그럴 마음은 추호도 없어."


로키는 어질어질했다. 토르가 어깨 위에 무겁게 올려진 손으로 그를 가까이 당겨 자신의 이마가 그의 이마에 닿도록 했다. "그런 생각은 지워라, 동생아. 나는 있고자 하는 곳에 있는 거야. 너와 함께." 사실이었다. 로키도 그것을, 토르만이 말할 수 있는 그 사실을 뼛속부터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를 떨고 싶게 했다. 너무나도 많이.


그는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내뱉었다. "나도… 알아."


이런 모습이면 사랑하기도 쉽겠지, 당연하잖아. 로키는 심술궂은 생각을 했다. 어린애잖아. 토르는 분명히 금방 그에게 지쳐나갈 거고, 다시 한번 그를 뒤에 내버려 둘 것이다. 그게 토르가 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토르가 그를 강하면서 격렬하게 껴안아 그의 생각들이 도중에 멈췄다. "동생아." 그의 목소리가 그에 담긴 감정과 함께 낮게 울렸다. 너무 많아, 로키는 갑작스러운 공황에 빠졌다. 싫어, 너무 많아, 난-


그가 몸을 힘껏 뒤로 빼자, 그는 작은 숲 속에서 무릎을 찧으며 넘어졌다. 땅은 부드러우면서 질퍽했고, 작은 개울이 호리호리한 나무들 사이의 좁은 길로 흐르고 있었다. 로키는 팔로 자신을 감쌌다. 그의 몸은 이제 형편없고 꼴사납게 느껴졌고, 온기와 안전함의 부재를 너무나도 뚜렷이 의식할 수 있었다.


오래가지는 않을 거야, 그는 자신에게 속삭였다. 분명 다른 로키에게도… 그럴 수 있을 때 즐기라고, 내 다른 자신. 그가 오랫동안 곁에 있어 주지 않을 테니.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반쯤의 의무감으로. 아주 성의 없이 로키는 파워 아티팩트를 이름난 박물관에서 훔치려 했다. 토르의 친구들이 그가 현실에 안주해 간다라 생각하게 하기는 싫었다. 비록 시간을 더 많은 탐험을 하는 데 보내는 것이 그에겐 실제로 더 나아 보였지만.


강도질은 로키가 예상한 대로 실패로 끝났고, 그는 텔레포트로 벗어나려다가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꿨다.


다시 한번 아스가르드였다. 정확히는 로키 그가 그의 방에서 무릎 위에 책 한 권을 펼친 채 침대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저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분명히 대관식 전이겠군. 하지만… 무엇인가 이상했다. 그는 이번 자신의 기억을 뒤져보려 했지만, 언제나처럼 의식적으로 해보려 할 때면 기억들은 그에게서 벗어났다.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로키가 고개를 채 돌리기도 전에 토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여기 있군." 들릴 정도로 크게 안도하며 말했고 눈은 조금 흥분한 빛을 띠고 있었다. "네 도움이 필요하다."


뭐, 로키는 무덤덤하게 생각했다. 이건, 적어도 익숙한 것이었다. "내 도움?" 그는 약간의 시도 끝에 어조를 유지하며 말했다. "정확히 어떤?"


토르가 책망과 희미한 격분이 담긴 시선을 던졌다. "너도 알잖아. 레이디 힐데말이다. 그녀가 계속해 고집하잖아..." 로키는 웃고 싶은 욕구를 겨우 삼켰다. 그는 힐데라는 여성을 쉽게 그려 볼 수 있었다. 적극적이며, 완고하고 아주 매력적인 여성.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토르는 한 번도 자신의… 애정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냥 해주는 건 어때?" 로키는 물었고, 다시 한 번 책망과 필사적인 시선을 받았다.


"너도 이유를 알잖니. 제인이 미드가르드에 있더라도 다른 여자들과 놀아나지 않기로 그녀에게 약속했어. 또 그러고 싶지도 않다!"


제인. 그 이름을 듣자 그는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제인이. 미드가르드에.


(그래, 토르는 추방당했었다. 뒤늦게서야 그의 기억이 정보를 알려왔다. 하지만 토르는 되돌아왔었다. 다른 사람이 되어 되돌아왔었다. 더 생각이 깊어지고 겸손하며 - 그리고 사랑하는 인간까지 얻었다. 로키는 최근 그녀를 처음으로 만났었고, 그녀가 놀라우리만큼 똑똑하며 싫지 않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마음에 들었다, 고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로키의 생각들이 파편처럼 부서졌다. 나는-


(그래, 요툰이다. 하지만 피로는 흐를지언정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오딘에게 화가 났고, 여전히 그랬지만 토르와 엇갈리는 대신에 그는 추방된 형에게 가… 위안을 구했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토르는… 이해해줬다. 적어도 받아들였다.)


"로키?" 토르는 눈썹을 그러당겨 걱정의 빛을 띠었다. "다 괜찮으…"


"그래." 그가 말했다. "그래, 괜찮아… 그래서 내 도움으로 힐데를 떼어버리고 싶다고?"


놀랍게도, 토르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보이지 않는 걸… 누가 네 머리를 때린 것 같은 표정이었다, 동생아."


토르는 한 번도 재차 말하지도, 물으러 들려 한 적도 없었다. 그는 로키의 기분을 바위가 자신을 읽어 내리는 것만큼이나 서툴렀다. 그것이 토르였다. 그것이 항상 흘러가던 방식이었다. "알아차렸네." 로키는 놀라 답해버렸다. 토르는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희미하게 지었다.


"아직 잘하지를 못해." 그가 말했다. "그래도… 노력은 한다. 네가 화가 나 있을 때는 알아차리려고. 네가 원체 말을 하지 않으려 하니까."


로키는 토르를 쳐다봤다. 반쯤 믿기 어려웠고, 반쯤은 그냥… 얼이 빠졌다. 앞에 있는 이는 토르였지만, 전혀 다른, 더 신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생각이, 원치 않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이렇게 되는가? 네가 멍청한 짓만 하지 않았더라면… 네가 다른 이들을 밀어내는 대신에 도움을 청했더라면…


이렇게 되는 건가?


토르는 더 깊게 눈살을 찌푸렸다. "로키, 아프냐? 창백해 보여."


"아냐." 로키는 즉시 답했다. "아니, 난… 아프지 않아." 그러나 그는 조금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불안정하게. 그리고 그는 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세계가 (자신의 세계가) 그를 당기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돌아가고 싶지 않음에 싸웠다.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좋지 않은 건 맞잖니." 토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난 괜찮아." 로키는 말하며 괜찮아 보이도록 애썼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손을 내뻗어 토르의 소매에 손가락들을 얽히었다. "난 단지… 여기 잠깐 있을 테니까, 토르. 나중에- 나중에 힐데에게 이야기할게. 그녀가 널… 끔찍한 종기나 그 뭐라도 여기도록 할 테니까."


"아주 이상하게 행동하는구나." 토르는 머뭇거리며 말했지만, 자리를 옮겨 로키의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하지만 그게 네가 항상 하는 행동이니 말이다." 로키는 몸을 경직했다. 그 말은 정말 너무나도 익숙한 말이었지만, 그곳엔 어떤 적의도 없었다. 오직 애정만이 담겨 있었다. 토르가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칼을 마구잡이로, 싫어했던 것조차 잊었던 그 방식으로 헝클어뜨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그는 아파트에 있었다. 혼자서. 만일 로키 그가 깊게 숨을 들이쉰다면, 토르의 존재를 희미하게 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했다. 편안하고 익숙한 그 자신의 방 자취 역시.


꿈 같은 것뿐이야. 로키는 신경질적으로 생각했다. 그 이상은 아니야. 널 잡고 흔들게 하지 마. 멍청이처럼 굴지 말라고.


그는 한 번도 같은 세계를 두 번은 가지 못했다. 언제나 한 번뿐이었으며, 그렇게 그 세계들은 뒤에 남겨졌다. 꿈처럼.




점차 게임 같은 것이 되었다. 지루할 때면, 계획을 짜는 도중 혼자 앉아 있다거나 그의 마음을 끌 만한 것이 별로 없을 때면 그는 옆길로 벗어나 다른 세계를 찾아다녔다. 세계들은 전부 달랐으며, 전부 이상했다. 한번은 토르의 동생조차 아니었지만, 조금 다른 평범한 가족이 있었으며 그의 삶은 단순했다. 또 한 번은 말을 모습을 한 채, 숲에 혼자 남아 땀을 흘리며 새끼를 놓으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세계에서 토르는 추방당하지 않았으며, 그는 결코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둘이서 나란히 세계를 다스렸다. 세계는 절대로 같지 않았다. 그들에게 그 자신의 것이 이상한 만큼 각각이 서로 달랐다.


이번에는, 그는 감옥에 서 있었다. 그의 목에 채워진 쇠 목줄과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그의 마법을 묶어두었고, 그의 안에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처럼 마법도 들끓었지만, 그는 마법에 뻗을 수 없었다. 그의 몸 전체가 아팠다. 혈투가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그에게 대적할지 알아낸 참이었다. 만일 그가 이곳을 탈출하게 된다면-


로키는 눈을 깜박거렸다. 기억들은 자신들의 힘에 갈피를 못 잡은 채 아주 빠르게 그에게서 되살아났다. 그는 마음속 깊이 기억들을 누르며 주의에 집중하려 갖은 애를 썼다. 어쨌든, 이런 데서 그가 무슨 재미를 보겠는가? 그는 다른 걸 찾을 필요가…


"로키."


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팍 떴다. 예상대로 토르가 서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뭔가가 이상했다. 어딘가 돌처럼 굳고 경직되어 있었다. 그 표정은 그를 욱신거리게 했다. 그는 토르의 모든 표정을 알고 있었지만, 이 표정은 알지 못했다. 불가능해.


"토르."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 "내게 또 애원하러 온 건가?"


"너도 그게 내 목적이 아님을 알 텐데."


로키는 다시 한번 깜짝 놀라 눈을 깜박거렸다. 그렇다면 왜… 그렇지만 그게 토르가 하는 일이었다. 그에게로 와서 이유를 알고자 애원했다. 집으로 돌아가자고. 그만두고 이 선 안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이거 뜻밖의 선물이로군."


"난 너와 빈정거리고 싶지 않다, 로키."


또 다른 이상함이었다. '동생'이 아닌 '로키'. 대체 무엇이 그렇게 부르도록 한 거지? "그렇다면 네가 주고받고 싶은 건 무엇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다." 토르의 목소리는 거의 억양이 없는 것처럼 둔탁했다. "난 네게 아스가르드가 이번엔 널 투옥하는 것을 거절했다고 알리러 왔다."


로키는 한 층 더 놀랐지만 억지로 그 자신의 눈썹 그러당겨, 평소처럼, 놀라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런 거로 내가 겁먹을 거라 생각한 건-"


"네게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이젠 나도 네게서 속임수 말곤 다른 걸 기대하는 건 부질없는 짓임을 깨달았다. 미드가르드가 널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토르의 표정은 무표정하고 차가웠다. 로키는 불쾌감에 작게 꿈틀거렸다.


"저들이 날 잡아 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는 조롱했다. 토르는 아주 오랫동안 그를 쳐다봤다.


"그럴 거다." 토르가 마침내 말했다. 거기엔 마치 빙하가 육지에서 떨어져 나오듯, 바위가 갈려 먼지가 되듯 아주 강한 적의감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네게 네 죄에 대한 확실한 당죄를 받도록 할 거다."


"그렇다면 내가-" 잠깐, 말도 안 돼. 갑자기 웃고 싶은 충동이 거품처럼 일었다. "넌 날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인간들의 고문으로?"


"아니." 토르가 말했다. "난 어떤 걸로도 널 굴복시키려는 게 아니다. 이것이 내가 널 보는 마지막이다, 로키. 난 이곳을 떠나 인간들이 네게 하고 싶은 대로 놔둘 거야. 그들을 막아설 것도 멈출 목소리도 없어지겠지. 네가 오랫동안 하려던 짓도 마침내 끝났다." 토르가 한발 물러나자 로키의 심장은 가슴 속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내겐 동생이 없다." 그가 차갑게, 딱딱하게 말했다. "네 죽음이 빠르게 오길 바라지만, 네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비를 네가 받을 수 있을지 염려되는구나. 인간들에겐 독특한 잔혹함이 있다고 하지."


그가 몸을 돌렸고, 로키는 그것이 최후임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토르." 그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형. 기다-"


"내겐 동생이 없다." 토르가 다시 말했으며 그 목소리는 죽어 있었다. "작별을 고하지, 로키 라우페이슨."


아냐, 로키는 절망적으로 생각했다. 아냐. "토르!"


그는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다. 다시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걸어 나갔고, 뒤따라 불빛도 꺼져서 어둠에 로키는 앞을 볼 수 없었다. "토르!" 그가 다시 소리쳤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직후, 고통이 찾아왔다. 그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비명 지르지 않겠다는 결심도 잊은 채 소리쳤디.


로키는 그 자신에게서 억지로 벗어났다. 숨을 헐떡이며 생각들을 그러모으려 했다. 아파트에 무릎을 꿇은 채 그는 반쯤 피 맛을 예상하며 침을 삼켰다.


내겐 동생이 없다. 기억이, 그의 것이 아닌 기억이 그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벗어날 수 없었다.


토르가 널 포기하기를 원했잖아. 잔인한 목소리가 그를 일깨웠다. 안 그래? 그랬다, 그랬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는 그를 보는 것은, 끔찍한 종국을 고하는 말들은 (작별을 고하지, 로키 라우페이슨) 그에게 고통과 죽음을 선고하는 말들은…


아냐. 다른 세계다. 이곳이 아니다. 한 세계가 다른 하나와 관계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무의미한 짓이었다. 그러지도 않았으며, 결코 그럴 수도 없었다.


토르, 그 고집 센 멍청이가 절대로 그럴 리 없었다. 절대로 그렇게 완전히 등을 돌릴 리 없었다. 로키는 언제나처럼 그를 기만할 수 있으며, 토르는 약하기에 그 둘 사이의 유대를 자를 수도 없었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렇지?)




그는 누운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그의 정신이 몽롱해졌다. 이상하군. 그는 생각했다. 일어나라고. 이번은 무엇인지 봐.


누군가 소리쳤다. "로키!" 극도로 흥분한 토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키!"


기억이 고통스럽게 달려들었다. 그의 손이 알 수 없는 뭔가로 변해가는 걸 경악에 차 바라보는 그 잠깐의 순간을 보여주고는, 그는 그 이상을 볼 수 없었다. 그는 머리를 들어 올려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얼음이 그의 손목을 두껍게 감싸 커다란 못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가슴까지 퍼져 그 뒤덮음에 심장이 벗어나고자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오, 오 제발-


기침을 하자 목 뒤로 피 맛이 느껴졌다. 그 움직임에 몸 전체에 강하게 고통이 내리 찌었고 온 세계가 하얗게 변했다. 한순간 모든 것이 정말 고맙게도 사라졌고, 예상대로 세계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려 했다. 뭔갈 알아내려 다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돌아왔고 토르가 그의 앞에 몸을 숙이고 있었다. 망치를 떨어뜨린 채 그의 눈은 괴로움에 가득 차 있었다.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고 로키도 싸움 소리를 들었다. 멀리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계속되었다. 그러나 토르의 눈빛은. 그는 종종 그런 생각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종종 생각했었다. 정말로 끔찍한 뭔가가 일어난다면…


이제 알 수 있었다. 그에게 그 어떤 즐거움도 찾아오지 않았다. "로키." 토르가 말을 했다. "다 괜찮을 거야. 날 봐라. 날 봐, 우린 돌아가서, 아스가르드로 가서 치료사들이 널-"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토르." 어딘가 아주 가까이에서 시프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헤임달이 답하지 않아. 벌써 세 번을 불러 봤지만, 대답이 없어." 꽉 죈,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오딘께서 올 거야." 로키가 말했고, 그의 목소리는 가늘고 새된 소리를 냈다. 토르가 그를 놀라움에 쳐다보다가 그 빛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로키는 그가 무엇을 봤는지 궁금해졌다. 가슴의 얼음은 차갑게 타들어 갔으며, 마치 그에게 나무를 완전히 쑤셔 넣으려는 것처럼 얼음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넌 죽어가는 거야. 그는 멍하니 생각했다. 이 세계에서, 넌 이곳에서 죽는 거야. 지금. 더 심해지기 전에. 그는 숨을 들이쉬려 했지만, 피에 목이 막혔다.


"동생아, 제발 - 헤임달, 바이프로스트를 열어!" 토르가 고함쳤다. "로키, 제발 - 이건 다 내 잘못이다, 로키, 널 치료할 수 있겠니, 내가 네게 힘을 빌려준다면-"


"그렇게는 안 돼, 멍청아." 로키는 힘주어 말했다. "너도 알 거 아니야. 내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오히려 토르의 공포는 커지기만 했다. "다 괜찮아질 거다. 조금만 더 있으면 돼."


내 피부가 변하지 않네, 로키는 생각했다. 이유가 궁금한데. 그는 납덩이처럼 느껴지는 손을 들어 올려 토르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괜찮아, 토르." 그는 말했다. 눈물이 뜨겁게 터져 나와 그의 얼굴을 적셨고, 그 뜨거움은 가슴에서부터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무감각해짐과 비교했을 때 놀랄만한 일이었다. "괜찮아." 그는 다시 한번 말했다. 세상이 토르의 얼굴로, 그의 눈부신 눈으로, 황금빛 머리로 줄어들었다. "이보다 더 심한 세계들도 봐 왔는걸."


로키는 눈을 서서히 감았다. 아팠지만, 그렇게 많이, 그렇게 오래가지도 않았다.


그가 다시 눈을 뜨자 맑고 푸른 하늘이 보였다. 태양이 그의 얼굴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으며, 풀밭에 누워 있었다. 그는 차분히 일어났다. 가슴은 아프지도 않았다. 익숙해져 버린 귀환에도 그는 어떤 안도감도 느끼지 못했다. 오직 이상하고 텅 빈 그런 공허함만을 느꼈다.


그는 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했다. 그의 죽음을 삼아 전쟁이 일어날지. 그래도 토르는 추방당하는지. 슬펐어?, 그렇게 물었던 것이 기억났다. 자신의 마음속에 확실한 대답을 (누가 널 슬퍼하겠어) 정해놨지만, 그가 토르의 얼굴에서 본 것은, 그의 눈에서 본 것은.


로키는 풀밭에 앉아 부드러운 바람에 그의 몸이 가볍게 흔들리도록 놔둔 채 마음을 비우려 했다.




집에서 몸을 웅크린 채 그다음 일주일하고도 삼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토르와 그의 친구들을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 싸우고 싶지도 대혼란 일으키고 싶지도, 그가 평소 하던 그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토르를 보게 된다면, 그 눈에서는 그때의 필사적임만을 보게 될 것이고 그 목소리에서는 그때의 애원만을 듣게 될 것이었다. 그가 싸우게 된다면, 다르게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그의 것이 아닌 기억과 토르의 죽음을, 그리고 그의 완전한 죽음만을 생각하게 될 것이었다. 그는 춥고 아프며 열이 나는 것을 느꼈다.


더 심한 세계들도 봐 왔는걸.


그는 그랬었다.


로키는 결국 자신의 몸을 이끌고는, 완전히 넋이 나간 채로 시리얼을 사기 위해 상점으로 갔다. 그는 상점에 5분밖에 있지 않았지만, 밖으로 나왔을 때는 그의 형과 스타크, 그 군인이 서 있었다. 로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꼭 이래야겠나?" 그는 갑작스러운 극도로의 피로함을 느끼며 말했다. 적어도 저들은 놀란 빛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너 몸이 안 좋아 보이는데." 스타크의 기계음이 잠시 뒤 들렸다. "코감기라도 걸렸나 봐, 사슴 양반?"


로키는 굳이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토르를 봤다. 그 자신의 기억 속이나 그 어떤 예상 속이 아닌 정말로 그를 쳐다봤다. 토르의 표정은 차갑다 싶을 정도로 단호했다. 지쳐 보이기도 했다. 지치고 기쁘지 않은, 그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떠맡았을 때 짓던 표정이었다.


내가 그 정도뿐인가?


"토르." 로키는 갑자기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그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스타크가 빔을 장정한 손을 들어 올렸다.


"입 닥치고 조용히 따라오라고. 아니면 내가-"


로키는 주위의 공간을 비틀어 그들이 쫓아오지 않을 곳으로 달아났다. 조리대 위에 식료품을 내려놓고 그는 소파 위에 앉아 담요를 두른 채 몸을 웅크렸다.


그 모든 다른 삶들을 생각했다. 그 모든 다른 로키들을 생각했다. 누군가는 살고, 누군 죽고. 누군 행복하며, 누군 더 불행한 삶을. 만약 그가 하려고 한다면, 저들 중 한 명과 영원히 바꿀 방법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세계 전부를 뒤로 한 채 다른 로키의 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자신의 행복을 훔쳐서라도.


이렇게 끝을 낼 필요는 없었잖아.


그런 것이었다, 안 그런가? 이렇게 되는 의미였다. 어떤 운명도 이 길을 가도록 가차 없이 그를 내몰지 않았고, 그 자신의 대단한 어리석음 말곤 그를 파멸로 이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비난할 사람은 그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놀랐어?


그는 눈을 감았다.




로키는 대부분 날을 몸을 뒤치락거리면서 밤잠을 설쳤다. 그러다 문을 두드리는 무거운 노크 소리에 잠을 깼다. 로키는 놀라 눈 한쪽만을 살짝 뜬 채 그대로 조용히 있었다.


"동생아?"


젠장, 로키는 녹초가 다 된 채 생각했다. 침묵이 토르를 쫓아내길 바라며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잠시 뒤 더 끈질기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여기 있는 거 안다, 로키. 제발 문을 열어다오. 난 말싸움하러 온 게 아니야."


말싸움하러 오지는 않았지, 로키는 불쾌해하며 생각했다. 그런데 어쩐지 난 지금 항상 최악이던 우리의 말싸움하지 않기를 할 상태가 아니라서.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일어나서, 문 쪽으로 조용히 걸어가 문을 아주 살짝 열고는 말했다. "꺼져."


"안 그럴 거다." 토르가 완고하게, 항상 로키를 분노케 하던 그 완고한 고집을 담아 말했다. "네가 나랑 말할 때까지 말이다."


"너랑 얘기도 했지. 자, 지금도 난 너와 말하고 있어. 이제 가버려."


토르의 표정이 애원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로키…"


토르의 눈이, 절망적인 불안에 가득 찬 그 눈이 그의 마음속에 다시 떠올랐다. 냉담한 무관심을 담던 토르의 눈도. 공허와 삶이 비어버린 토르의 눈도 떠올랐다. 왜 항상… 로키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물러나 토르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문을 열고는, 몸을 움직여 그를 잡으려는 토르를 피했다. 그들은 몇 분간을 서로 쳐다봤다.


그러자 로키는 그가 추락하고 난 뒤 싸움 없이 그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이 처음이란 것을 깨달았다.


"내가 어디 사는지 아는군." 로키는 잠시 뒤 딱 잘라 말했다.


"안지 좀 됐다." 토르가 말했다. "아이언 맨이 밝혀냈지. 하지만 네가 내 방문을 반길 거라 생각은 안 했어. 단순한 안녕으로 찾아왔다 해도 말이야.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그러지 말자 했다." 로키는 그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렇게 생각했으면서 지금은-"


토르는 안절부절못했다. "보다시피, 더 나아진 것도, 없지만 말이야, 나는- 난 걱정했다. 네가 최근에 이상하게 행동하니- 널 사로잡은 광기에도, 사라지길 바라는 그 광기에도 네가 이상했으니 말이야. 난 알고 싶었어. 혹시나…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하고."


"그러면, 사실 이 모든 게, 네 죽는 걸 보고자 세운 정교한 계획이라면?" 로키가 말했다. 토르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계속해 눈썹을 그러모았다.


"난 네가 어디 다치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에 위험도 무릅쓰고 온 거야."


로키는 그의 형을 - 아니 그의 형이 아닌 그를 - 쉽사리 믿지 못한 채 바라봤다. 정말로 그 멍청한 목을 들이미는 것도 무릅쓰고 이곳에 온 거라고? 자신을 적대하는 인간들이 뭔 갈 할 기회도 내던지고, 그 인간들이 뭔 갈 할 - 대체 무엇을? 꺼져,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난 네 거짓 걱정도, 네 거짓 동정도 필요 없어. 너와 말하고 싶지도 않아. 그는 몸을 돌려 소파로 성큼 걸어가, 다시 한번 담요를 두르고 몸을 웅크렸다. 잠시 뒤, 토르가 뒤따라 안락의자에 불편하게 앉았다. 의자가 그의 무게에 삐걱거렸다. 그는 침묵 속에서 기다렸다.


"그래." 토르가 마침내 말했지만, 주저함을 떨쳐내지는 못했다. "건강하니?"


로키는 계속해 아무 말 하지 않으려 했다. 침묵을 유지한 채 기다리다 보면 토르가 지루함에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가 하는 거라곤 계속해 침묵을 유지하기만 하면 되었다.


"난 죽었어." 그러나 말했고, 로키는 자신의 말에 경악에 차 입술을 꽉 다물었다. 토르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 넌 건강해 보이는데, 동생아, 그게 무슨-"


"난 네 동생이 아니야." 로키는 쏟아 붙이고는 숨을 들이켰다. "—이곳 말고, 이 멍청이. 다른 세계에서. 내 생각엔 네게 제일 괜찮은 세계에서. 요툰헤임에서, 기억나? 난 거기서 죽었어. 그리고 너도 한번은 죽었지."


토르는 멍한 표정을 짓더니 걱정하는 빛을 띠었다. "로키, 제정신인 게냐? 정신 나간 것처럼 얘기하고 있어. 나도 너도 죽지 않고, 그랬던 적도 없다."


"이 세계 말고." 로키는 말했다. 웃고 싶기도 했다. 그는 더 강하게 몸을 웅크렸다. "다른 세계 말이야, 토르. 다른 곳. 전혀 다르기도 했고 때때로는, 때때로는…"


그리고 그 모든 세계가, 이 세계도… 그 모든 세계도… 내 선택으로 만들어진 거야. 내 망할 자신의. 내가 나를 망쳐놓은 것뿐이라고. 그는 낮고 거칠게 웃었다. 그러자 토르가 한 발짝 가까이 다가왔다. "로키…"


"난 지쳤어." 로키는 말하며, 머리를 눕히고는 눈을 감았다. "쉬게 해줘."


"로키." 토르의 목소리가 쿵 하고 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손 하나가 갑자기 그의 어깨 위에 따스하게 자리 잡았다. "뭔가 이상하잖니. 그리고 지금 넌 날 공격하지도 않는 거냐?" 애써 농담을 던지듯 토르의 목소리에선 머뭇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정말 심각한 일인가 보구나."


"네가 여기 없으면 좋겠어." 로키가 말했다. 그가 하려고만 했던 말은 그것이 다였지만, 말들은 그에게서 계속해 튀어나왔다. "난 정말 지쳤어. 다른 세계에선, 나는 계속 가겠지. 네가 있든, 없든. 저 다른 곳에선…"


이곳의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무슨 상관인가?


이제는 토르의 양손이 그의 어깨를 꽉 쥐었다. "동생아, 제발. 그렇게 - 단언하지 마. 내가 널 도울 수 있게 해줘."


"날 도운다고." 로키는 말했고, 입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네가 어떡해?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모른다." 토르가 말했다. 그의 형의 목소리에 좌절감 같은 것이 담겨있었다. "내가 알았더라면-! 하지만 그게 뭐든, 네가 필요한 게 뭐든, 난 기꺼이 할 거야. 우리 사이의 그 모든 악감정을 제치고서 널 기꺼이 도울 거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가 말하기만 하면 돼."


나도 몰라. 로키는 튀어나오려는 말을 가까스로 막기 위해 입을 꽉 다물며 생각했다. 모르는 건, 네가 아니었어, 토르. 나야. 언제나 내가-


"내가 가장 바라는 건." 토르가 말했고, 그의 목소리는 강하며 격렬했다. "내가 널 어떻게 도울지 알고 싶은 거야. 어떻게 내 동생과 다시 나란히 설 수 있는지를, 네게 잘못했던 것 모두를 고칠 수 있는지를."


로키는 눈을 감았다. 또 다른 웃음이 목 안에서 터져 나왔다. "네가 내게 잘못했던 건 네가 뭐냐는 거야, 저능한 놈. 그리고 내가 뭐냐는 거지. 고칠 건 처음부터 없어." 내가 멍청했어. 내가 멍청이 같은 놈이었어.


"아냐." 토르가 말했고, 그건 내겐 동생이 없다, 나는 있고자 하는 곳에 있는 거야 처럼 단호하며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였다. "난 그렇게 믿지 않아. 우리가 살아 있는 한, 난 네 형이고 넌 내 동생이다. 그건 변하지 않아. 고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내가 찾아낼 거야. 네가 그렇게 믿지 않는다 해도… 내가 그럴 거다."


토르의 결심은 언제나처럼 그를 뒤흔들었다. 그 무조건적인 확신이, 확고하며 절대적인 확신. 너무 많아. 떨림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를 유지하는 모든 것들이 떨리는 것 같았다. 토르의 손은 강하고 따스하고 무거워서, 그 손으로 그를 땅에서 지탱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모래주머니나 닻처럼. "이해를 못 하는군." 그는 공포와 갈망이 서로 얽혀 섞여버린 이상한 감정을 느끼며 힘없이 말했다. "넌 내가 뭘 봤는지 몰라,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네게, 나에게, 나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다양하게 망칠 수 있는지 (그리고 극소수로, 아주 극소수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


로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마법에 손을 뻗어, 벗어나려고 다시 끌어당겼다. 하지만 토르는 너무나도 가까웠고 그를 아주 단단하게 부여잡았다.


로키는 다른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토르도 그와 함께 사라졌다.




어두웠다. 완전한 암흑이었다. 공기 중엔 희미하게 냄새가, 역겹다기보단 희미한 화학약품 냄새가 났다. 돌연 공포가 로키의 목 안쪽으로 거품처럼 일었고 그것을 삼키려 했지만, 오히려 그를 침묵 속으로 질식시켰다. 아냐. 무서워서 아무 말도 안 나오는 게 아니다. 로키는 손을 들어 올려 입가로 가져갔지만, 입이 아닌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온 비명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의 몸은 오랜 고통으로 아팠으며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로키." 토르가 낮게 말했다. "무슨 짓을 한 게냐? 이곳은 어디지?"


조용히 해, 로키는 미친 듯이 생각했다. 제발, 토르, 조용히 해.


(이건 진짜가 아니다. 꿈 그 이상이 아니다. 그러니 넌 깨어날 수 있어…)


로키는 마법에 내뻗으려 했지만, 벽으로 막힌 것처럼 내동댕이쳐졌다. 다시 시도했지만, 같은 결과였다. 모든 의지를 그 벽을 향해 내던졌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아냐, 그는 생각했다. 아냐 아냐 아냐 아냐-


"로키." 토르가 더 크게 말했다. "네가 여기 있는 걸 안다. 대답해! 대체 무슨 일이-" 토르가 갑자기 말을 중단했고, 얼마 안 있어 로키도 그의 귀 안에서 울리는 굉음은 더 커짐에도 그 소리를 들었다. 챙 하며 울리는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포는 신물이 올라오듯 그의 안에서 역류했고 기억들은 그가 내리누르고 있음에도 배어들어, 그의 감각들을 압도하듯 위협했다.


(아무도 널 도와주러 오지 않을 거다. 하지만 우리가 널 갖고 있어 주지. 언젠가 너도 마스터에게 쓸모가 있는 날이 올 거다, 아스가르드 놈.)


이 세계에선 거래도 없었다. 지구를 넘기거나 테서렉트도 군대도 없었다. 자비도 없었다. 유예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에게 비명을 내지르게 할 때면-


그리고 토르가 이곳에 있었다. 여기서 그가 비명을 내지르고 피 흘리며 고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하지만 없어졌다. 아주 가까이,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로키는 혼자였다. 무슨 일이, 무슨 일-


문이 쇳소리를 내며 열렸고 로키의 감옥에 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 약한 빛조차 그의 눈을 찌르는 듯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내빼려 했지만, 그 순간 모든 근육이 얼어붙었다. 그들은 그가 아닌 서로 말을 주고받았고, 그 말을 주워듣기엔 너무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인가 끌려왔-


(아냐.)


-복도 사이로, 그의 감옥으로-


(아냐. 분명 짐승이나 다른 죄수들의 시체일 거야. 아냐.)


치타우리 중 하나가 고개를 돌리더니 그를 향해 비웃었다. "너의 구원자가 저기 오는군, 애송이."


(아냐, 아냐, 아냐. 제발. 아니라고-)


그들이 짐덩이 같은 것을 문 너머에서 내던지더니 다시 문을 닫았다. 나무판자 새로 그들의 조롱이 들려왔다. 그는 더러운 바닥에 축 늘어진 금색 머리를 바라봤다. 아주 작은 것들까지 훑었다. 불구는 아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다행히 심한 짓은…


토르가 몸을 뒤척였다. 로키는 구르듯 휘청거리며 그의 앞으로 나아가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말들이 (이제는 말할 수조차 없게 된 말들이) 토르가 고개를 돌려 로키의 눈과 마주치자 그의 혀끝에서 죽었다.


그의 눈이 밝고, 밝은, 탁한 푸른색과 마주했다.


토르의 눈이 아닌 것과 마주했다.


로키는 울부짖었다. 그것이 분노인지 절망인지 알지 못한 채, 그것이 그 자신의 분노와 절망인지 이 세계의 로키의 것인지 알지 못한 채. 편안한 죽음에 대한 희망조차 남겨지지 않은 이 패배한 존재의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울부짖었다. 입술들이 타고 지져 뭉개져 아무 소리를 낼 수 없음에도 그는 울부짖었다.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그는 거칠게, 절망적으로 생각했다. 절대-


그는 세계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해 비명을 질렀고, 소리는 갑자기 그의 입을 통해 터져 나왔다. 그의 아파트 카펫 위에서 그는 무릎을 꿇었고, 토르도 바로 몇 발자국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로키는 빠르게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일어난 일이 아니야. 일어난 게 아니야. 일어난 게-


"맙소사 나인 렐름이여." 토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고르지 못했다. "로키 - 대체… 내가… 너 대체 뭘 한 거냐?" 그가 성난 소릴 냈다. 아니. 겁에 질린 채 말했다. "그건 - 내가 기억하는 건-"


로키는 절망을, 깊은숨을 들이키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마법에 내뻗어, 이제는 그의 안에서 범람하는 마법에 안도하며 주문을 마구 휘갈겼다.


"아무래도 좋다." 토르의 목소리는 커졌고 로키는 토르가 그를 부여잡고 붙들어 맨 채 대답을 들으려 그에게 손을 뻗는 것을 보았다. 그를 갈라놓고 그의 모든 비밀을 가져가려는 모습을 보았다. "로키, 내 말에 대답-"


그는 토르의 말을 듣지 않은 채, 그곳을 뿌리치고 도망쳤다. 최대한 멀리 가게 된다면 그가 어디로 갈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최대한 멀리 갈 수 있다면.




그는 여러 겹의 주문으로 몸을 숨겼다.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도록, 교란하고 강제하는 주문을 지칠 때까지 펼쳤다. 그가 도망쳤던 장소는 오두막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작았으며, 외부와 격리된 채 조금도 편하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이라면 발견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그에겐 중요했다. 토르가 이곳까지 그를 추적할 수 없을 것이다.


수치심과 속을 뒤 틀리게 하는 끔찍한 불안 속에 그는 홀로 앉아 있었다. 발견되는 건 끝이다, 자신에게 말했다. 더는 없어. 하지만 기억에, 토르의 부자연스러운 파란 눈에 헐떡거리며 질식시킬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잠을 깼다.


이 끔찍하고 불쾌한 나약한 놈. 넌 죽었어야 했어. 네가 그를 죽였어야 했어. 네가…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냥 이곳에 가만히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눈과 얼음 사이에서 - 그가 태어났던 곳처럼 - 그리고 토르와 그의 친구들과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간은 흘렀고, 토르에 대한 꿈은 점점 더 생생해지고 점점 더 끔찍해졌다. 그는 눈가가 축축해진 채, 혀끝에선 애원을 담으며 잠에서 깼다. 모든 다른 세계들과. 모든 다른 로키들, 모든 다른 선택들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 그가 있었다.




단절 속의 일주일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끝이 났다.


로키는 창문턱에 걸터앉아 두꺼운 부리로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 커다란 까마귀를 슬쩍 쳐다봤다. 그는 무시할까 했지만, 그리한다면 창문을 깨부수고 들어올 것 같았다.


그는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새는 깡충거리며 안으로 들어왔고, 구슬 같은 눈 하나로 그를 가늠하듯 유심히 살폈다. 휴긴, 그는 생각했다. 설령 그가 오딘에게 로키 그의 소재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는다 해도, 완전히 달아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휴긴을 보냈다는 건…


"아버지신께선 내가 알아야 할 게 있다는 건가?" 로키는 느리게 말했다. 분명히 이건 토르와 관련된 것일 테지만, 고작 전갈을 보내는 데 그의 까마귀 중 하나를 보낼 만한 일이란 게 무엇이길래? 새는 더 가까이 깡충 뛰어서 한 발짝 다가와 머리를 다른 쪽으로 기울였다. 한숨을 내쉬며 로키는 손을 내밀었다.


휴긴은 부리로 그의 손바닥 정중앙을 찔렀다.


아픔은 그가 기억하고 있었던 만큼 날카로웠고, 곧 이미지가 빠르게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가 본 이는 오딘이 아닌 토르였다. 눈살을 찌푸리는 그의 표정은 - 불안과. 걱정과. 고뇌에 차 있었다.


이미지라는 기억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로키의 몸이 움찔거렸다.


"로키?" 토르가 주저하듯 말했다. "동생아… 아버지께서 휴긴을 빌려줬다. 얘라면 널 찾을 수 있을 거라 얘기하셨어. 내가 찾아보고, 친구들에게도 찾아 달란 부탁도 했었지만, 하지만... 우리 얘길 하자. 내가 너와 얘기해야겠어. 네가 내게 보여줬던 건… 고의였든 아니든… 내가 알아야겠어. 난 정말 모르…" 토르가 말을 흐렸다. "—그리고 네가, 걱정된다."


로키는 가만히 있었다. 아주 완벽하게 멈춰 있었다. 토르는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들었고, 그 표정은 극도로 진지했다.


"내가 봤던 건… 일어난 게 아니었어, 그렇지? 네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네게 물어보지도 않았을 거야. 그래도 괜찮다면… 너와 얘기를 해도 되겠니? 네가 원하는 어떤 조건이든지, 제한을 걸어도 좋다. 그냥 내가 얘기만 할 수 있게 한다면…" 다시 말을 흐렸다. "…하고 싶은 말들을 어떻게 제대로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노력은 해볼 테니 괜찮다면… 생각해보겠니, 동생아? 제발?"


다시 잠깐 이미지가 멈췄다. 로키는 자신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닫히려는 듯한 목구멍 밖으로 억지로 내뱉었다.


"네가 잘 있길 바란다." 토르가 잠시 뒤 말했다. 아주 이상하게도 가라앉고 낙담한 소릴 냈고, 그 이상함에 로키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난… 네게 했던 말들이 다 진심이었단 걸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언제나 진심이야. 우리 관계를 고칠 수 없다고 생각 안 해. 그리고 내가 방법을, 어떻게든 찾을 거다. 난 단지…" 그가 다시 말을 흐렸다. 로키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지독하고도 깊고 부정하기 어려운 아픔이 싫었다. "잘 있어라, 동생아. 네 답을 기다리겠다."


로키는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휴긴을 바라봤다. 손바닥의 피를 멍하니 다리에 닦아내며 넋을 잃은 채 까마귀를 쳐다봤다. 아무 말 없이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아주 아주 쉬웠다. 토르는 언제나 침묵을 싫어했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몰라 했다. 아무 대답도 주지 않는 것이 여러 가지 복수 방법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토르를 그 혼자만의 죄책감과 위선적인 슬픔에 괴로워하도록. 침묵으로 그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 있었다 - 이게 뭐든지 간에.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그렇지 않은가. 뭘 하고 싶은 거지? 토르가 얻고자 바라는 게 무엇이며, 뭘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것을 함정이라 생각하기에는 교활함과 아주 거리가 먼 뇌신에게선 생각기 어려웠다. 하지만 함정이 아니라면 대체 뭘 생각하고…


어쩌면 정말 그냥 너와 얘기하고 싶은 거야.


당연했다. 항상 토르는 뭔갈 하기 원했고, 지금은 대화였다. 아무 의미 없는 진부한 말과 사랑에 대한 단언이나 지껄이면서, 파멸한 악인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인자한 영웅 놀이를 할 것이다. 토르가 말을 다 해도 무엇이 좋은 것이며, 무엇이 변했는지는 아무 소용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대로 남고,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약한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다. 절대로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그 자신의 삶에서 질병이었고, 없애야 할 병균이었다-


"토르에게 말해. 보겠다고." 그가 말했다. 까마귀는 까악 소리를 내더니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창문으로 깡충 뛰었다. 로키는 새가 날아가는 것을 보며 속이 거북하게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중립국에서 만나기로 했다. 로키는 반쯤 농담으로 뉴멕시코를 얘기했지만, 토르는 그 생각을 괜찮게 여겼다. 로키는 이렇다 할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그러자 동의했다. 그 시간 사이 내내 그는 불안 속에 초조해했다. 매 순간 그는 자신의 말을 져버리고 가지 않을 거라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가 왜 가야 하는가? 로키 그가 들어보지 않았던 말을 토르가 할 가능성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세계들 사이를 여행하는 도중에, 그는 힘을 잃었던 것 같다. 분노도. 그 세계들 사이에 내버려 뒀거나, 어쩌면 다 소진되어서, 불이 꺼져 다 바스러져 가는 잿더미보다 더 작은 존재가 되었다. 그는 지쳤고, 무의미하고 공허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어리석은 치기일지도 모른다. 토르가 (그를 고칠 수 있다고) 다시 그의 삶에 활기를 주고, 담요와 잠, 꿈 아래에서 웅크리는 거 말고 다른 뭔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바보 같았다.


로키는 때때로, 믿음을 가지는 것보다 어리석은 치기라 치부하는 것이 더 낫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지, 그 치기가 아무 준비 없이 가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로키는 도착하자마자 있을 매복에 대비했고, 토르의 친구들이 뒤따라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만나기로 한 장소에 - 토르의 고집대로, 사막의 한가운데에 - 그의 이전의 형이 정말로 혼자 있자 그는 놀랐다.


"친구들을 데려오지 않았군." 로키는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토르는 안절부절못했고 희미하게 그의 얼굴에선 죄책감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여깄는지도 그들은 모른다. 알았다면 찬성하지도… 않을 거고. 친구들에겐 - 제인과 있겠다고 했어."


로키는 반사적으로 울컥 솟구치는 질투를 내리눌렀다. "그래서 언제 그 여자가 알리는 거지?"


"제인은 알리지 않을 거야."


어째서인지, 함정이 아니다는 확신에도 로키는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뭔가 있다면, 오히려 반대였다. 잠시간 그가 자신을 추스르는 동안, 토르가 그에게 다가왔다. 로키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손대지 마. 내가 조건을 내걸 수 있다 했지, 그렇지?"


토르가 낙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 그 표정은 로키가 알아차리고 싶지 않았지만, 상처받은 표정이었다 -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래. 필요하다 느껴지는 뭐든지 말이다…"


"원하면 어느 시점이든 난 떠날 거야. 네 목적을 달성했는지 아닌지는 상관없이. 가족애나 바라는 애원 따윈 그만둬. 내게 어떤 요구도 하지 마. 내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 고집 피우지도 마. 말해야겠다면 짧게 해. 결과에 대해 아무 기대도 하지 마."


"난… 알겠다." 토르가 말했다. 그러나 조금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했듯이… 내가 바라는 건 너와 얘기하자는 거였어. 그 이상은 요구할 수 없지."


로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날카롭게 손짓했다. 그러나 더는 믿지 못할 마음 한쪽에서, 그의 목 언저리에 얹힌 토르의 손의 무게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감정을 어러주는, 그 무거우면서 따스한- "말해."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한 채 딱 잘라 말했다.


토르가 고개를 끄덕였고, 숨을 들이켜더니 잠깐 머뭇거렸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넌 괜찮으냐? 그렇다고 한다면 무엇보다 좋겠지만. 그… 네가 사라졌던 이후에 말이다."


"혼자 있고 싶었거든. 네가 날 내버려 두지도 않아 보였고." 로키는 목소리를 유지한 채 말했다. "그리고 난 멀쩡해."


토르는 진정된 것 같지 않았고, 그의 눈동자들은 불안에 왼쪽으로 굴렀다. "넌… 넌 최근에 이상했어, 로키. 그게 - 네가 했던 그 여행 때문이냐? 그… 다른 곳으로 가는 것 때문이니?"


"그래." 로키는 말했다. 그리고 잠깐의 순간 그는 이상했다는 말을 부정할까 생각했지만, 그건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 대답 정도는 너도 알 텐데."


토르가 조바심냈다. "내 친구 토니와 - 아이언 맨과 - 얘기를 했었다. 내게 여러 세계가 존재한다는 이론은 오래전부터 있어 온 거고 바뀔 수 있는 부분들이 서로 가지처럼 뻗어 있다 하더구나. 이게… 네가 날 데려갔던 세계 중 하나인 거냐, 그런 거니?"


"고의는 아니었어." 로키는 빠르게 답했다.


"난 - 알겠다." 토르는 순간 멈칫하더니, 잠시간 그 자신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 그런 세계인 거니? 그리고 네가 했던 말… 네가 죽었다고, 내가 죽었다고 했을 때 말했던 건, 그건 - 이런 세계들을 얘기했던 거니?"


"그래." 로키는 잠시 뒤 대답했다. "요점이 뭐야, 토르. 내 모든 생각을 뒤로하고 너와 얘기하고 있으니, 제발 해지기 전엔 요지를 내줬으면 하는데.


"난… 몹시 괴로웠다." 토르가 말했고, 다시 한번 긴, 조심스러운 침묵이 이어졌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심스럽게 고르고 있는 거겠지만, 괜한 수고였다. "내가 봤던 것을, 지난번 우리가 얘기했을 때를. 난 여전히 꿈에서..." 그는 말을 흐렸고, 그 순간 로키는 그의 얼굴에 드러난 마음속 깊은 혐오감을 보자 몸이 움찔거렸다.


당연히 그랬을 거다. 토르는 그의 모든 수치심을 목격했고, 로키가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보았다.


(그는 정신이 지배당했잖아, 그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 자신에게서 억지로 떼어졌잖아. 그걸 그가 기억한다고 생각 안 해? 그리고 잇따라 분노가 불같이 솟았다. 어떤 세계든지 타노스가 토르에게 그 힘을 뻗친다는 것은-) "사과하지." 로키는 딱 잘라 말했지만 진심이었다. "널 같이 데려갈 의도는 아니었어."


"내가 말하려던 그게 아니-" 토르는 낮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곳이… 음산하긴 했다, 나는 그게 - 너는 수많은 세계를 오갔어, 그렇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조금뿐이야." 로키는 눈썹을 더 깊게 찌푸린 채 말했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건-"


"하지만 그건 끔찍하다." 토르는 불쑥 내뱉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말을 막으려던 건 아니다. 난-"


"제대로 이야기해." 로키는 사과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가로막으며 따졌다. 그의 피부가 따끔거리듯 아파져 왔다.


"그 다른 세계 중에 - 그 하나만을 흘끗 보는 거로도 이렇게 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거라면, 깨달았어… 네가 그렇게 이상했고, 내게 했던 그 모든 말이 -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해. 아니,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널 잘 안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그렇지 않았단 걸 잘 안다. 하지만-" 토르는 목을 가다듬었다. "네가 지쳤다고 말했잖니, 난 그때 네가 뭘 봤는지 몰랐지만, 그땐…"


로키는 어떤 말이든지 부정의 말을 내뱉고 싶었다. 소리치며 욕설 퍼붓고 싸우고 싶었다. 그의 안에서 타오르는 감정을 그냥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요점이 뭐지."


"두 개다." 토르가 말했고,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두 개야. 먼저, 난 - 갑자기 두려워졌고, 걱정에 휩싸였다. 네가 잘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걸, 내가 이렇게 괴로워한다면 너도 분명히 그럴 거라고 - 그런데도 널 찾아가 줄 사람은 없어서. 난 두려웠어, 그래서 널 봐야만 했다. 네가 잘 있는지 알고 싶었어 - 여전히 살아 있는지, 혹은 괜찮지 않은 건지."


로키는 냉소적이고 불쾌한 소리를 내며 코웃음 쳤다. "보다시피, 나는 잘 있지."


"그렇다면 정말 마음이 놓이는구나." 토르는 말했다. 그러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두 번째로… 난 궁금했다, 그 모든 세계 중에 - 만약 저 다른 세계들 중 어딘가에 - 만약…" 그가 눈을 천천히, 로키의 눈과 맞추며 들어 올렸지만, 로키는 피했다. 그 눈 안에 존재하는 갈망과 마주할 수 없었다. 솔직하고. 적나라한 눈과 마주할 수 없었다. (그가 널 그리워해.)


난 못 해.


"그래서?" 로키는 억누르며 말했다.


"저 세계 중에." 토르가 서둘러 말했다. "우리가 - 우리가 다투지 않는 세계가 있었니?"


로키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방심하며 눈을 깜빡거렸다. 왜 그런 질문을… "그래."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그렇지만 다른 세계에선 내가 직접 널 죽였지.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군." 그러나 토르는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맙구나." 그가 말했다. 조금 웃으며, 토르에겐 어울리지 않는 주저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내가 알고 싶었던 거야. 적어도… 아직은 내가 우리 둘 사이의 분열을 고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어딘가의 나는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다는 거니까."


로키는 그 말에 쉽사리 믿지 못한 채, 완전히 할 말을 잃은 채 쳐다봤다. "네 말은 - 마음이 놓인다고? 다른 세계 중에 널 싫어하지 않는 단 한 명이 있다는 거에?" 그는 겨우 말을 내뱉었지만, 토르는 단념하지 않았다.


"한쪽에서 일어났던 거라면." 그가 말했고, 그건 이상할 정도로 아주 침착했다. "다른 쪽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말이니까.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거라면, 우린, 네가 말해왔던 것처럼, 정해진 운명이나 적이 되어야 할 운명이 아니라는 거니까. 그리고 내가 우리 사이의 모든 걸 다시 찾을 방법을 찾는 동안, 난 적어도 알 수는 있으니까 - 지금은, 여기까지는 실패를 해왔지만, 다른 세계의 토르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로키는 이상하게 그의 안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대체 무슨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말을 흐렸다. 그의 목소리는 그 자신의 귀에도 높고 극도로 흥분한 것처럼 들렸다. "내가 널 죽였다는 말 안 들었어? 다치게 했다는 게 아니야, 토르, 죽였다고, 아니면 - 내게 완전한 최후를 말하며 등을 돌리는 것도 봤어. 아스가르드의 모든 것을 내 손으로 몰락시키는 것도 봤어, 난-"


"로키." 토르가 말했고, 그건 이상하게도 부드러웠다. "진정해. 내가 이런 것들 때문에 널 원망할 거라 생각하니?"


"왜 그러지 않지?" 로키는 따졌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급격히 커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얼마나 널 원망했었는데?" 마음 어느 한구석에서 그는 분노했다. 항상, 항상 토르는 그 자신이 얼마나 나은지를 보여줬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항상-


토르가 머리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내가 너의 모습 중 하나라 얘기하려 했다면, 어떻게 내가 모든 불만을 네가 내려놓길 바라고, 희망하겠니? 네게 정말로 책임조차 없는 일에?"


그의 몸 전체가 떨려 왔다. 그는 폭풍에 버티려는 나무처럼, 바다에 깎여가는 바위처럼 느껴졌다. 그에게서 영원히 벗어날 순 없는 거야, 마음이 속삭였다. 어딘가 커다랗게 타오르고 있는 마음은 그냥 굴복하고 싶어 했다. 포기하고 무릎을 꿇고, 파여버린 마음에서부터 진실을 토해내고 싶었다-


난 그만한 가치 없어, 가치 있었던 적도 없어, 그런 내가 어떻게 너와 나란히 서겠어 나란 존재와 너란 존재인데, 바래고 잊히는 것보다 악역으로 존재하는 게 나아, 내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어-


"토르." 그가 말했다. 약해지는 것을, 아주 증오스러울 정도로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떨렸다. "나는 - 난 - 난 널 용서하지 않았어. 그러니 그런 생각-"


토르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고, 그는 재빨리 뒤로 벗어나지 못했다. 토르의 커다란 손이 그의 얼굴을 감쌌고, 그건 너무 익숙할 정도로 따스했다. 그의 심장이 고통스럽게 뛰었고, 달아나고 싶은 심정과 무릎을 꿇은 채 모든 걸 내던지고 싶은 심정과 싸워야 했다. "네가 죽었다고." 토르가 말했다. "네가 말했잖니… 네가 죽었다고, 다른 세계에서. 그리고 내가… 내가 봤던 세계에선…" 그가 말을 흐렸고, 로키는 그에 조금 안도했다. "그 경험이 내가 널 얼마나 쉽게 잃을 수 있는지 알게 해줬어. 어떤 방식으로든, 언제나 널 잃을 수 있다는 걸. 그때 난 두려움에 어쩔 줄 몰랐지만, 지금은 내가… 네가 내 오른팔이야, 로키. 너와 함께할 때가 더 나아."


"아냐." 로키가 말했다. 말들이 그에게서 억지로 찢어져 튀어나온 것 같았다. "아냐, 넌 그렇지 않아. 넌 그냥 나 없이도 같아. 약해지지도 않아. 변색하지도 않아. 내가-" 말에 숨이 막혀왔다. 마침내 그 따스한 손길에서 벗어났지만, 그 기분은 살이 갈고리에 걸려 딸려 올라가는 것처럼 아팠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길 바래?"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돼." 토르가 강하게 말했다. "오히려 말해야 할 사람은 나야. 내가 널 사랑한다고, 내가 널 그리워한다고. 우리가 아는 모든 걸 걸고 믿음을 걸고 맹세해 - 네 마음이 온전히 다시 너의 것이 될 때까지 쉬지 않겠다고. 무슨 일이든지 내가 해야만 한다면-"


"아냐." 로키는 다시, 이번엔 더 크게 말했다. "넌 안 그럴 거야. 안 그럴 거야-" 그는 다시 뒤로 물러났다. "이해 못 하겠어? 아직도? 그들이 맞아, 그들이 옳아, 항상 맞았어. 문제는 네가 아니야, 토르. 그건 나야." 이 썩고, 곪아버린-


"그렇다면 내가 널 치료할 방법을 찾을 거다." 토르가 말했다. 그건 움직이지 않는 산과 같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넌 못 해." 로키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내 말 안 들려? 넌 못 해, 넌 날 고칠 수 없어, 넌 못해…"


난 분명. 바뀐다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면…


"그렇다면, 내가 뭘 하면 돼?" 토르가 물었고, 그의 목소리는 마침내 괴로움에 차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


"토르." 그를 쳐다보지 않으며, 겨우 말했다. "난 - 어쩌면. 어쩌면 언젠가 - 어쩌면 언젠가 될 거야. 하지만 난 못 해. 지금은 못 해. 난… 한동안은 이곳에 있겠지만. 하지만 날… 날 방해하지 말아줘."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말하는구나."


로키는 침을 삼켰다. 다시 한번 더 삼켰다. 그는 천천히 눈동자를 들어 올렸고, 토르가 그의 눈동자에서 뭘 볼지 궁금해졌다. "시간이 걸려." 속삭이다시피 말했다. 토르가 그를 오랫동안 쳐다보더니, 아주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선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벗어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큰 보폭으로 다가와 그를 껴안았다. 그는 손으로 로키의 목 언저리를 강하게 부여잡고,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기다릴 수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천천히. "널 위해서라면 기다릴 수 있다, 동생아. 그럴 거야."


로키는 그곳을 빠르게 벗어났다. 매처럼. 하늘이 그의 앞에 넓게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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