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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번역/글

[Thor/번역] 거래(5)

쿠밀 2014. 8. 20. 18:05

※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원문: Barga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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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Bargaining





written by proantagonist

translated by windmill





chapter 5


제인은 그가 떠나고 난 뒤 흐느꼈다. 헐떡이며, 끊어질 드한 흐느낌은 그녀가 멈추려 할 수록 멀어져 갔다.


로키때문에 그녀는 무서워 죽을 것만 같았다. 로키만큼이나 자신도 미쳤고 극단적이었기에, 그녀는 차라리 그가 가까이 있길 원했다. 그가 토르의 사랑이 담긴 따뜻한 망토를 어깨 위에 두르고 사라졌기 때문에, 그녀는 이곳에 로키가 있길 원했다. 그러면 제 동생의 목을 보호하듯 감싸고 있는 토르의 체취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로키는 사라졌다. 둘 다 사라졌다.


마침내 흘릴 눈물도 없어지자, 그녀는 지프 차에 시동을 켰다. 전조등의 노란 불빛이 사막에 깊게 타버린 무늬를 비췄다. 그리고 그녀는, 솟구치는 의구심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체 어떻게 부름에 답하고자 로키가 멋대로 바이프로스트를 움직였겠는가? 정말로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버지신은 로키를 기다리게 했다.


그를 공개적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로키는 왜 이런 문제로 스스로 걸어 들어왔는지 다시금 궁금해졌다. 이곳에 서 있자 다른 시간대의 그때가 떠올랐다— 아버지신이 그에게 다시는 어머니를 보지 못할 거라 말했던 그때, 남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거라 말했던 그때.


그는 왕좌 앞에 세워진 채, 원로원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 원로원들의 뒤를 따라 서기들, 장교들, 그리고 헤임달까지 함께 모여들었다. 왕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뒤편에 프리가는 서 있었지만, 로키를 바라보지 않았다. 얼굴에 맺힌 걱정의 빛은 벌써 그녀가 아들을 때린 것을 후회하고 있단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 토르마저도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비공개 재판을 통해 유배 판결을 받았었다. 로키는 다시 한번 오딘에게 증오를 던졌다. 그편이 이 시간을 훨씬 더 쉽게, 더 재밌게 보낼 수 있었다. 오딘이 바라던 대로 다리를 떨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시간이 흐르자 군중들은 불안해했다. 이미 엉망이 된 이들의 대관식 축제는 다시 한번 엉망이 되고 있었다. 그들은 대연회장에 서서 수군거렸다. 오딘의 얼굴에 자리한 한껏 굳은 표정과 숨겨지지 않는 프리가의 걱정이 어린 표정을 보며, 무엇보다 예상외로 너무 침착해 보이는 로키의 표정을 보며 의문을 키웠다. 토르의 유배에는 소문들이 떠돌았고, 그중에는 이 거짓말쟁이가 그에 대해 고백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시프와 워리어스 쓰리가 줄지어 들어가고 나자, 오딘은 모두가 자리한 지 확인하듯 빠르게 그곳에 있는 모두를 훑었다. 그 뒤 궁니르의 끝으로 바닥을 치자, 연회장 전체가 낮게 울려 퍼졌다. “오딘슬립이 다가오고 있다.” 그가 말했다. “로키, 무릎을 꿇어 네게 부여된 권리를 받아들여라.”


그 말에 웅성거림은 좀처럼 쉽게 잦아들지 않았고, 찾아온 침묵마저도 술렁거렸다. 이곳에 자리한 다른 이들처럼, 오딘이 로키 자신을 왕위에 앉히겠다는 말임을 깨닫자 그의 입술이 절로 놀라움에 벌어졌다. 단순히 왕위를 건네준다 하여 놀란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부여된 권리에 대한 발언 때문이었다. 다른 시간대에서, 오딘은 그의 삶에서 그에게 부여된 유일한 권리는 죽는 것이라 말했었다.


(어느 쪽이지, 이 늙은이?)


(둘 다 같은 말인가? 아니면 당신 듣기 좋자고 아무 말이나 엮어서 지껄이는 건가?)


오딘은 웅성거리는 소리에도 개의치 않고 아들을 쳐다봤다. 그는 로키가 제정신 차리고 무릎 꿇어 몸을 숙일 때까지 말을 하지도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로키 오딘슨.” 아버지신이 말하였다. “나인 렐름을 수호할 것을 맹세하느냐?”


수년간 표정을 연습해 온 덕분에 로키는 겨우 그 말에 움찔거리지 않을 수 있었다.


듣자마자 그는 이 맹세를 알아보았다. 잘 알고 있다 하는 편이 맞았다. 어렸을 적 형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이 맹세를 읊으며 놀았었다. 나무 칼을 허공에 휘저으며 서고에서 가장 큰 책장을 올랐었다. 언제나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던 사람은 로키였고, 토르는 제 무게에 혹시라도 상상의 산을 무너뜨릴까 봐 쉽게 올라오지는 못했었다.


로키는 모든 구절을 암송할 수 있을 정도로 줄줄 꿰고 있는 서언이었지만, 갑자기 듣고 있기가 힘들어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 맹세가 뭘 뜻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로키가 주저함에 사람들은 동요했고, 몸을 움직여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지만, 오딘은 초조한 기색 없이 기다렸다. 그 순간 로키는 아버지신의 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아니, 보았다. 그 반짝임은 그가 정말로, 토르가 했던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크게 대답을 외치는 대신에 이 맹세 대해 진실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가?


(너무 극적으로 굴지 마, 거짓말쟁이 씨. 입을 벌려 네게 부여된 권리를 달라 말해.)


“맹세합니다.” 마침내 로키는 말하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한없이 작게 흘러나왔다.


“평화를 수호할 것을 맹세하느냐?” 오딘이 계속해 말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로키는 웃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오딘은, 다른 사람을 다 몰라도 오딘만은 지배란 평화와는 일절 관계없다는 것임을 알 것이었다. 조화를 지킨다는 건 불화의 중심을 자비나 주저 없이 쳐야 한다는 의미임을 알 것이었다. 지금의 맹세는 로키가 거리낌 없이 그 자신에게 다짐할 수 있었다.


“맹세합니다.” 로키는 이번에는 좀 더 목소리를 높이며 답했다.


그에 오딘이 정말로 미소 지었다. 알겠다는 듯한 미소였다. 단순히 즐거움에 웃는 미소가 아닌.


그리고 로키는 순간 이 늙은 왕이 정말로 이렇게나 정신 나간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었는지 의문했다. 이렇게 서리거인을 가장 높은 왕좌에 앉힐 만큼. 너무 꼬이고 한참이 잘못된 그 생각에 로키의 목구멍에서부터 신물이 솟아올랐다. 그는 신물을 눌러 삼켰고, 오딘은 제 자신의 왕국을 더욱더 더럽히기 위해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모든 개인적 욕심을 버릴 것을.” 오딘은 계속해 말했다. “그리고 렐름만을 위할 것을 맹세하느냐?”


자애로운 노른들이여, 이 맹세의 끝이 있기는 합니까? 로키의 귀에 맹세의 말이 들려왔지만, 마음은 그 말이 가진 무게를 이해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왜 그렇게나 끔찍한 일로 여겨지는지 결코 이해하지 못했었다. 다른 이들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숴버리고, 그에게 주입한 바로 그 자신 없어 함을 비웃었는데. 작은 욕심을 가지는 게 뭐가 그렇게 치욕스러워서?


(지금 농담해, 거짓말쟁이 씨? 이미 네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데 욕심을 가진다고?)


(버릴 자기 자신도 없는데. 포기했잖아, 기억 안 나?)


(누구는 그걸 이기심이 없다고 말하기까지 하지만.)


(그런 뻔뻔한 거짓말로 죽었던 네 사랑스러운 형님의 기억을 속이면 안 되지.)


로키의 고개가 떨궈졌고, 초점이 흐려졌다. “맹세합니다.” 그 자신의 마음을 닥치게만 할 수 있다면, 맹세할 수 있었다.


어쨌든 이 모든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모든 맹세의 말들은 그에겐 똑같은 말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미 그 자신에겐 다짐한 것이 있었다.


(무의 공간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그 맹세를 받아 오늘부로, 나— 아버지신 오딘은 그대가 왕이 되었음을 선포한다.”


그러자 가장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오딘이 왕좌에서 내려와 스켑터를 건네며, 괴물 앞에 무릎을 꿇었다.




환호가 없을 것 정도는 예상했었다. 이렇게 쥐죽은 듯한 침묵까지는 아니었을지라도.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누군가 왕자에게 약해빠진 왕자라고 의심을 수군거리는 것과― 아스가르드 왕에게 불신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프리가가 두 번째로 무릎을 꿇었고, 그녀의 눈에 그를 자랑스러워 하는 눈물이 맺혀있었지만, 걱정 또한 미소 끝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침묵이 조금 불안한 전조인듯했지만, 느리게, 모든 국민이 복종의 뜻으로 무릎 꿇으며 주먹을 심장에 가져다 댔다.


오딘을 따라, 모든 이들이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였다.


이 순간을 로키는 이전에 아주 잠깐 맛보았었다. 이 순간을 그 어떤 존경보다, 사랑보다, 위엄보다 갈망해왔었다.


그래서 이 순간 어떤 즐거움도 느껴지지 않자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이건 가장 잔인한 농담이었다. 가장 잔인한 소극(笑劇). 오딘이 로키더러 믿도록 한 것 중 가장 잔인한 조롱. 오딘은 그를 능가했다. 거짓말의 신이란 칭호도 그를 다른 자리에 앉혀 차지하였다.




“이것이 저의 형벌입니까?” 로키는 조용히 물었다. 아버지신이 잠을 준비하는 동안 그는 계속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로키가 왕위를 형벌에 비유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을지라도, 오딘은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는 순서대로 서류를 쌓아놓으며 말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없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건 나중에 결정하겠다. 그에 관해 생각 좀 해봐야 해."


로키가 고개를 들어 올렸고, 그 눈은 묘하게도 방안의 황금빛에 제 색을 잃었다. “그렇다면 절 왜 왕위에 앉히신 겁니까?”


“안 될 이유라도 있니? 네가 통치할 수 있도록 가르치며 널 길러왔었다.”


로키는 웃음을 터뜨렸다.


오딘 또한 따라 웃었지만, 로키가 우스워하는 것을 단순히 흉내 내기 위함이었다. “날 의심하는구나, 아들아. 넌 내가 널 결코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도, 왕의 재목으로 여기지도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지 않니?”


로키가 눈썹을 세웠다. “그럼 제가 틀렸나요?


“난 네가 좋은 왕이 되고자 하는 만큼 좋은 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딘이 한 박자 뒤에 말했다. “넌 언제나 자신의 운명을 다스려왔고. 훌륭한 마음가짐과 몇몇은 아니라 하지만 아주 충실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잖니. 때론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네가 실패한다면, 아들아, 그건 바로 네가 선택했기 때문이란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로키는 날카롭게 받아쳤다.


“그러니? 네 어렸을 적이 생각나는구나. 네가 해놓은 일이 네 형의 것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고 느끼자, 넌 누군가 그걸 볼까 숨기려고 네가 쌓아온 노력을 없애버리곤 했지.”


로키는 한 대 맞은 것처럼 몸을 뒤로 뺐다. 그에겐 그런 기억 같은 건 없었다. 그가 부족하다 느끼는 건 오딘과 아스가르드의 사람들뿐이었다. 로키 그 자신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오래 잠들어 있을지 모르겠구나.” 오딘이 말했다. “하나만 충고한다면. 시프와 워리어스 쓰리가 토르의 유배를 끝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허락하지 말아라.”


그러자 다시, 로키는 웃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혹은 울고 싶었다. 실패로 끝나버린 그의 짧은 통치 기간 동안 처음으로 내린 결정이 아버지신과의 결정과 같다는 그 생각에.


“토르는 그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그만의 길을 찾게 될 게다.” 오딘이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토르가 통치권을 가질 만큼 자격이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난 네게 궁니르를 넘겼어, 로키. 그리고 그건 내가 깨어날 때까지 네 손에 그대로 자리하는 거다. 내가 깨어나기 전에 네 형이 돌아와 네 방식에 따르지 않거나 도전하러 들거든, 다시 추방해라. 넌 왕이야. 네가 왕임을 자각하고 네게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나갈 것을 주저하지 마라. 그게 가장 중요한 것임을 명심해라. 모든 아스가르드의 국민들이 왕좌에 앉은 이는 토르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난 대신에 널 그곳에 앉혔어. 네가 친구라 여겼던 이들도 반대편에 설 수도 있다. 시프. 워리어스 쓰리. 헤임달과 원로원들까지도. 경계를 늦추지 마라. 그렇지만 네 통치 방식에 사람들이 익숙해질 시간 또한 주어야 한다. 믿음과 충성을 얻는 데는 시간이 걸려. 네가 참고 기다린다면, 그 둘은 제 발로 널 찾아갈 거야.”


로키는 아주 느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숨을 멈췄다. 그가 빌려온 피부는 조여오듯 답답하게 느껴졌다. 다시 한번 이 모든 게 진짜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솟았다. 그가 바로 궤를 찾으러 가지만 않았다면, 아버지에게 태생의 진실을 요구하지만 않았다면 그 앞으로의 일은 진짜로 이렇게 진행되는 건가?


“내가 깨어나면.” 오딘이 계속해 말했다. “너와 같이 앉아 네가 해놓은 것들을 둘러보자꾸나. 그간의 성공과 실패를 얘기하며 문제를 해결해보자. 그 둘이 함께 널 따라다닐 것이다, 로키. 왕의 자리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자리이며, 실수하기 마련이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딘은 실망감에 제 마음을 도슬렸다.


“제가 무능력하다고 생각하시는군요.” 분노에 제 목소리를 찾은 로키는 말했다.


“내 말을 꼬아 듣지 마라.” 오딘이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은 대관식 이전 토르에게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이다. 비록 네 형은 듣지도 생각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였지만. 이미 너는 내 말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네 형을 앞질렀어. 하지만 일부러 날 오해하려 하지 마라.” 오딘은 로키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고, 거긴 어깨와 목이 맞닿은 부근이었다. “넌 이제 왕이야. 네 어린 애 같은 장난도 그만둬야 할 때가 온 거란다. 넌 자랐고 성공과 마찬가지로 실패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법을 배웠어. 내가 왕좌에 앉은 지 처음 한 달 만에, 내 선조들이 투쟁하여 힘들게 일궈낸 황금시대를 난 거의 부술 뻔했단다. 그때 난 유년 시절부터 배워온 지혜를 잊고서 성급하게 분노부터 냈어. 또한, 열 세 명의 군인들을 사형에 처한 후에야, 그들이 실은 반역에 대해 무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실패하게 마련이다, 로키. 그건 누구에게나 다 그래. 하지만 실패 이후에도 난 포기하지 않았다. 굴하지 않고 계속해 나아가며 그것을 통해 배우기도 했다. 네가 실패할 거라 생각하고 있기에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이뤄낸 성과들을 내가 직접 보기도 전에, 그것들을 네 손으로 없애지 않았으면 해서야.”


로키는 아버지의 시선을 계속 마주할 수 없었다. 대신에 가슴을 바라보았고, 견갑에 둘러싸여 있지 않은 모습은 이상했다. 이전에 그를 위해 이렇게나 많은 말을 한데 엮어 말해준 사람이 있었는지 생각해내려고 애써보았다.


“아버지.” 로키는 오딘을 다시는 그 호칭으로 부르지 않겠다는 다짐도 져버린 채, 말했다. “주무세요. 깨어나실 때까지 왕국은 변함없을 겁니다.” 그 말은 진심이었지만, 그 뒤 떠오른 생각에 아버지를 향해 그의 눈은 위태롭게 번득일 수밖에 없었다. “그걸 제가 바라고 있다면요.”


오딘은 크게 소리 내 웃었고,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두드림은 뜻밖에도 힘없으며, 단순히 중심을 잡기 위해 어깨를 쥐고 있는 것에 가까웠고, 갑자기 오딘의 다리가 떨리기 시작하였다. 걷잡을 수 없는 당혹감이 로키에게 밀려들었다. 꺾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피로에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에게 절대로 쉽지 않았다. 이 모습은 그에게 신조차도 언젠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했다.


로키는 아버지를 한 팔로 부여잡고는 경비병들을 불러 도움을 청했다. 그들과 함께 뛰쳐 들어온 프리가는 얼굴에 걱정을 아로새긴 채 황금 침대 위의 이불을 끌어 내렸다. 그녀가 오딘에게 누우라고 재촉하였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로키의 손을 잡고선 무언가 말하려 하였다.


“쉬어야 합니다, 아버지.” 로키는 아버지신의 손이 얼마나 심하게 흔들리는지 보지 않으려 그 손을 꽉 쥐었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시도록 제 가장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정말로 진심인 거야, 응? 이 얼마나 한심할 정도로 불쌍한지.)


(아직도 네 실수를 깨닫지 못하겠어?)


좋은 아버지라면 여기서 아들에게 이미 자랑스럽다고 말했을 터였다. 하지만 오딘은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는 먼저 왕이었고, 그래서 그는 대신에 “아니다, 로키.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그러고는 오딘은 잠들었다. 로키는 그 작별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상처 입은 채 잠에 빠진 왕을 바라보았다.


(내가 경고했잖아, 응?)


프리가는, 아버지신을 보호하듯 여전히 그의 손을 꽉 붙잡고 있는 로키의 손 위로 제 손을 포개었다. “아버진 마지막 생각을 말로 맺을 기회가 없었던 거야.” 그녀가 말했다.


로키는 일부러 눈을 깜빡여 눈가가 젖어 들려는 것을 막았다.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아버진 네가 너로 있길 원하는 거야, 로키. 아버질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네 말에 당신께서 아니라 한 거야.”


로키에게 어머니의 말이 들려 왔지만, 그 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오딘의 질책의 말들을 —그녀만의 말솜씨로— 유하게 하여 삼키기 쉽게 했지만, 그 말들에 대한 그녀의 판단이 옳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단순히 로키를 안심시키고 싶었던 것뿐이었으며, 그건 그녀가 친절하며 미천한 괴물까지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그에게 쉬라고 부탁했지만, 로키는 그 밤 내내 아버지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켰다. 그는 이 늙은 왕을 보호하고 회복하고 있는 황금빛을 오직 바라보기만 했다. 로키는 궁니르를 처음 쥐었을 때 그가 얼마나 어렸었는지를 깨달았다. 아이보다 조금은 자랐지만, 아직은 어른도 아닌 그때. 그는 완전한 성년이 되지도 못한 채, 대신에 괴물의 길로 나아갔었다. 하지만 괴물들조차도 깊은 생각이란 걸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곳에 앉아 오래전 들었던 그 두 단어를 정말로 그가 오해했었는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니다, 로키.



>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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