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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번역/글

[Thor/번역] 거래(7)

쿠밀 2014. 9. 20. 23:15

※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원문: Barga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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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Bargaining





written by proantagonist

translated by windmill





chapter 7


꿈에 로키는 공포에 질린 채 깨어났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그는 숨을 헐떡였고, 전신의 근육들이 싸움에 대비하듯 경직되어있었다. 초점을 되찾고 그 자신이 이 궁정에 새롭게 준비된 침실에 혼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음에도, 그의 마음속에서 아주 또렷이 재생되고 있는 꿈의 연속이 로키의 눈 앞에 계속해 보였다.


정확히는 그 연속은 꿈이 아닌— 메시지였다.


토르가 진흙탕에 무릎을 떨구며, 묠니르 앞에 완전히 패배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비명이 바람을 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까지 울려 퍼졌다.


토르는 아스가르드 왕에게 자신의 불만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고, 궁니르는 그에 맞춰 메시지를 로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메시지를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으며, 비록 이번에는 극도의 분노에서 그를 진정시킬 수 있었지만, 그에 반응하는 감정은 바뀐 게 없었다. 그는 여전히 토르가 이렇게 무너진 모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하면서도 증오를 느끼고 있었다. 토르의 패배에 축배를 드는 것과 동시에 그 생각이 그의 속을 뒤틀리게 했다.


로키는 자신이 토르를 찾아가질 않을 것을— 긁어 부스럼 내지도, 거짓말하지도, 위로하지도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제나 토르와 관련된 일이면 그는 완전히 몸부터 굳혔으며, 아무리 애써봐도 그러는 이유를 밝혀낼 수 없었다.


(재밌는 농담을. 최근따라 농담이 많아졌군.)


(사실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잖아.)


(이미 네 몸 전체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고.)


로키는 토르가 그랬던 것처럼 머리를 숙이고는, 양손으로 머리칼을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닥쳐." 그는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닥쳐."


**


여자는 나이 들었지만 일을 못 할 정도로 늙지는 않았다. 여자가 힘들게 무릎 꿇으려 하는 모습을 보며 로키는 최대한 지루해하는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 알현실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으로 보아, 그가 그렇게 최대한 노력한 건 아닌듯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표정에도 그는 이보다 더 많은 흥미나 동정을 보여 줄 마음이 전혀 동하지 않았다. 저들이 지금 그에게 강요하는 것이 고초라는 것조차 저들은 모르는데, 어째서 그가 아스가르드 시민들의 "고초"를 듣고 있어야 하는가?


로키 그가 왕좌에 앉은 지 이주가 채 지나지도 않았지만, 매초도 안돼 끊임없이 징징 짜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저들은 도움을, 전쟁을, 로키가 실패하기를 청하고 있었다.


토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원로원들은 아버지신이 첫째를 추방할 당시 어쩌면 제정신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냐고 중얼거렸다.


토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아스가르드는 아버지신이 무단침입을 이유로 서리거인들을 죽이기까지 한 것은 너무 가혹한 판단이 아니었냐고 중얼거렸다.


토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로키는 바로 지난 열흘간을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생각해보았다.


이 시간대에는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토르의 자격은 정말로 로키에게 맞서 싸웠기에 드러났던 건가? 묠니르까지 로키 자신이 왕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고 있었다.


이제 늙은 여인은 말하고 있었고, 로키는 다시금 주목하며 여자의 애원이 담긴 마지막 말을 늦지 않게 주워들었다.


"아이에게 먹일 수 있을 정도로만 도와주십시오." 여자는 말했다. "그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닙니다. 그 애 어머니는 죽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아버지는?" 로키는 물었다.


"제겐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자의 얼굴은 지금 한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아— 그렇다면, 창녀의 아이로군. 또 다른 오후를 허비하는데 이 얼마나 정말 사랑스러운 방법인지, 그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데 주의를 기울일 수 있을 바로 이 시간에.


"아이를 데려다 키운 것은 네 선택이지 않은가." 로키가 말했다. "아이를 먹이고 살리는 데 필요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건가?"


"일은 하고 있습니다, 왕이시여. 하지만 제가 먹고 살 정도로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일이란 게 무엇이지?"


여자는 침묵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로키는 웃음 지었다.


늙은 창녀라. 멋지군.


그는 재차 질문하지 않을 정도만의 연민만을 느끼며 굳이 다시 물어 그 직업이 무엇인지를 큰소리로 밝혀라고 요구치 않았다. "이 여인에게 자신과 아이를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의 삯을 주고, 리넨으로 병사에게 필요한 옷을 깁는 일을 시켜라."


여자는 당혹감을 내비쳤다. "감—감사합니다, 왕이시여."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전 바느질 하는 법을 모릅니다."


"배우게 될 것이다." 로키는 말했다. "우리의 만남이 짧음에도, 내 벌써 그대에게 직접 그 두 손으로 삶을 산다 하여 그대의 격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라 장담하지. 그리고 내 하나 말하자면, 이 일을 하는 동안 제대로 돌볼 준비도 하지 않고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이 얼마나 현명치 못한 일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


수 시간이 흐르자, 로키는 자신의 판단이 너무 가혹하지 않았나 고민했다. 너무 사사로우며, 방향을 잃은 분노에 휩싸이지 않았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여자는 사라졌으며, 그는 그렇게나 냉혹하게 굴었던 이유를 자인할 정도로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


로키는 기다란 무지개다리를 말을 타고 가는 대신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이제 그에게 무지개의 가장자리는 새로운 공포였고, 그가 믿을 수 있는 거라곤 빗겨가지 않도록 다리의 정 가운데에 뿌리내린 그의 발뿐이었다.


"헤임달." 망루에 도착하자 그는 입을 떼었다. "내 꼭 말하자면, 자넨 이 밤에 지나치게 밝네."


헤임달은 칼자루 끝에 두 손을 포개며 아무 표정없이 로키를 응시하였다. "왕이시여."


비꼬듯 선웃음을 지으며, 로키는 그를 지나쳐 망루의 입구 가장자리에 섰다. 그는 애초부터 이곳에 오는 것을 피해왔었지만, 헤임달은 벌써 그를 두 번이나 소환했었다. 처음에 그 부름을 무시하는 것은 퍽 유쾌한 일이었지만, 두 번이나 그러는 것은 현명치 못한 행동이었다. 전쟁은 다가오며, 그의 형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로키 그마저도 더는 미래가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발아래서, 물은 저 무의 공간 속에 자리한 끔찍한 함정들을 모른 채 그 속으로 평화로이 떨어지고 있었다. 로키는 물안개를 바라보며 유감을 느꼈다.


"요툰헤임은 어떤가?"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그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헤임달의 시선의 무게를 무시하며 그는 물었다.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헤임달이 답했다.


"저들의 계획이 무엇인지 보이는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장막을 치고 있습니다."


로키는 두어 번 눈을 깜빡이고는 물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저들은 한번 배운 것은 빠르게 깨우칩니다. 비록 저들의 선생보다 정교함도 힘도 부족하지만 말입니다."


로키는 웃음 지었다. 헤임달이라면 서리거인들에게 아스가르드로 오는 비밀 길을 알려준 이가 로키임을 금방 낌새챌 것을 알고 있었지만, 로키 그의 면전에 대고 선언하는 이 파수꾼의 뻔뻔스러움은 언제나 그를 놀라지 않게 하는 법이 없었다. 과거의 이 로키는 정말로 조금의 두려움도 존경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장막을 치고 있습니다." 헤임달이 계속해 말했다. "하지만 제 눈을 가리고 있어도 여전히 느껴집니다. 장막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로 알리겠습니다."


로키는 뒷말을 더 기다렸지만 들려오지 않자, 고개를 돌려 일부러 놀란 빛을 띠었다. "그게 다인가? 내 반역죄에 대해 보인다는 반응이 그게 다라고?"


"이미 당신께선 아버지신에게 고하지 않았습니까." 헤임달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다시 말하였다. "제가 뭐라고 왕위를 넘겨준 그분의 결정에 도전하겠습니까?"


로키는 그 말에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시선을 다시 무의 공간으로 돌렸다. 그가 과거를 바꾸면 바꿀수록 미래는 점점 더 불확실해졌다. 그는 이제 헤임달이 언제, 어떻게 그를 배신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망루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끝없고, 미칠듯한 침묵이. 마치 저 무의 공간 안처럼, 로키는 그 무에서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


헤임달이 그의 팔뚝을 잡았고, 순간적으로 로키는 궁니르를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이 파수꾼과 마주하자, 그는 헤임달의 눈에서 정이나 무정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아닌 단순히 왕을 부여잡고 있겠다는 침착만을 발견할 뿐이었다. 그제야 로키는 자신이 몸을 조금만 더 기울였다면 떨어졌을 거란 걸 깨닫고는, 몸을 뒤로 뺐다. 그의 팔을 움켜잡고 있는 헤임달의 힘은 무쇠같이 단단했다.


"형님의 소식을 알고 싶으십니까?" 헤임달이 물었다.


로키는 코웃음 치며 파수꾼의 손을 뿌리쳤다. "내 맞춰보지. 벌써 따뜻한 집을 찾아, 배를 채우고 영원한 사랑도 얻으며 인간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있겠지. 이런, 아버지신이 판결을 너무 가혹하게 내린 게 아닌가 싶군."


"토르는 사막에서 묠니르를 찾아내었지만 들어 올리는데 실패했습니다. 그의 외침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로키의 한쪽 눈에 경련이 일었다. "들었다. 토르를 도와라 그의 친구들을 보냈지 않은가?"


"워리어스 쓰리는 형님을 잘 도와주고 있으며, 시프는 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토르가 왜 묠니르를 들어 올리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죠."


"아." 로키는 한껏 웃으며 말했다. "분명 다른 여자 문제도 끼어있을 테지."


헤임달은 인정도 부정의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두려워 말게, 파수꾼이여." 로키는 말했다. "아스가르드의 황금빛 왕자는 머지않아 당당히 돌아올 것이다. 밑바닥까지 다 보여준 셈이니, 이제야 사고란 게 제 알아서 그 어둡고 깊숙한 뇌 속에서 기어 나오지 않겠나."


"돌아올 이유가 없습니다."


로키는 그 말이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했다. 비록 미래의 토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성숙해졌다 말할 수 있었지만, 이 시기의 토르는 왕좌를 놓고 다투는 경쟁에서 누군가 자기를 이겼다는 사실에 기뻐할 사람은 아니었다. 토르는 승리를 거머쥘 사람으로서 언제나 왕위를 꿈꿔왔었다— 비록 다스린다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전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면, 미드가르드에 너무 안주해 있나 보군." 로키는 말했다. "내 디스트로이어를 보내야 할 지도 모르겠군. 조금 뒤흔들어 놓는 거야. 그거라면 분명 무기를 들어 올리게 하겠지."


헤임달이 잠깐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걸로는 충분치 않을 겁니다."


그 말에 로키는 웃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헤임달은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는 그에게 물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댄 내 형을 잘못 알고 있군. 그는 반응하는 동물이야. 생각이란 걸 하질 않아. 내가 처야만, 토르의 망치는 반응하여 날 되받아치겠지. 그것도 아주 강하게 열 번을."


"그런 방식으로 자격을 얻는다고 보지 않습니다." 헤임달이 말했다. "당신께서 친다면, 그 손에 토르는 죽기만 하겠죠. 그에게 화나신 건 분명 하지만, 그의 죽음이 당신의 목적은 아니잖습니까."


"그대가 내 목적에 대해 뭘 안다고?" 로키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내 분노에 대해 뭘 안다고?"


헤임달의 손이 다시 그의 팔을 잡자, 로키는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정말로 이 내가 뛰어내릴 정도로 멍청하다 생각해?)


(난 왕이다. 내가 널 쥐고 있는 거다. 이 바이프로스트도.)


(내가 여기 서 있는 것도 내 권리고 죽음에 뛰어내리는 것도 광기에 빠지는 것도, 내가 원해서 사라지는 것도 내 권리란 말이다.)


"전 당신께서 보여주시는 것만 알 뿐입니다." 헤임달이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왕을 지키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로키는 코웃음 쳤다. "어떤 왕을 말인가?"


"질문의 저의를 모르겠군요. 왕은 오로지 한 명뿐입니다."


그러자 다시, 로키는 헤임달이 말하는 왕이 누구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채 그가 말하기도 전에 이 파수꾼은 다시 말하였다.


"시프가 절 부릅니다. 바이프로스트를 열어달라 하는군요."


로키는 끙 앓고 싶었다. 그녀가 이곳으로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와서 무슨 말을 할지 정확히 알고 있기에, 토르의 유배는 부당한 처사이며 로키의 명으로 끝을 내야 한다고 말할 것을 알기에 그녀가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알고 있음에도, 그는 아스가르드로 돌아오는 통로를 열어주는 헤임달을 막지 못했다.


시프가 형을 보았기 때문에. 그와 말을 했기 때문에. 어쩌면 그를 껴안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 시간대의 토르가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줄 목격자였다.


망루에 도착한 그녀의 피부는 사막의 햇볕에 그을려 있었고, 로키가 자리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그녀는 익숙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시프는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추더니, "네 형은 개새끼야."라고 말하고는 쿵쾅거리며 궁전으로 걸어갔다.


> 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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