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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번역/글

[Thor/번역] 거래(8)

쿠밀 2015. 7. 5. 11:05

※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원문: Barga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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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Bargaining





written by proantagonist

translated by windmill





chapter 8


"내가 원하는 건 토르를 되살리 것뿐이야." 로키는 말했다. "그게 다다. 토르에게 미래를 주고 그 대가로 내 미래를 가져가."


"대가는 선급으로 받겠어." 마녀는 나이프를 날카롭게 하며 답했다. "그렇지만 그게 정말 네 마지막 요구? 내 생각엔 넌 뭘 부탁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은데."


**


"얼간이." 시프는 울화통을 터뜨렸다. "옹고집, 아집만 강한 개 같은 놈."


불가사의하게도, 로키는 궁전으로 돌아가는 이 짧은 여행 동안 시프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그들은 서둘러 무지개다리를 걸어 내려갔지만, 그의 발걸음은 시프의 빠르고 성난 걸음보단 여유 있었다. 그는 정말 기분이 좋아 가장자리가 무서운 것조차 잊었다.


"아스가르드가 그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버렸어!" 그녀는 저 자신도 같은 짓을 했다는 사실도 깔끔하게 잊은 채 말했다. "아무 생각도 안 한다고. 마시고 웃고 시시덕거리기만 하지. 또, '오, 하나 더!'라고만 외치고. 왜 묠니르가 자신을 자격이 없다고 여기는지 정말 모르는 거야?"


로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표정을 일부러 지었다. 지금 나누고 있는 이야기는 미드가르드의 그 사랑스러운 작은 거미와 나눴던 담화 이후로 어쩌면 가장 훌륭한 대화라 할 수 있었다.


"토르가 빨리 제정신을 차리고 저와 걸맞은 집으로 돌아오길 바랄 수밖에." 로키는 가장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곤 최대한 킬킬 웃음을 터뜨리지 않으려 했다.


"넌 이 상황이 즐겁기만 하지, 안 그래?" 시프가 물었다.


"오 이런, 그래."


그녀는 빠르게 다가서더니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대체 뭐가 문제야?"


"음, 어디 보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이젠 더 뻔뻔스러우면서, 입까지 방정이군."


"레이디— 내 입에 관심 있다면 그냥 물으면 된다네."


그녀는 몸을 뒤로 빼더니, 혐오감에 그을리고 주근깨 낀 얼굴을 구겼다. "그 말 역겨워."


로키는 씩 쪼갰다. 화를 내며 불쾌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유쾌한 일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음, 그게 가장 멋진 부분 아닌가? 얼마나 뒤틀려 있는가 말이지."


"로키 오딘슨."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넌 지금 너답지 않게 굴고 있어. 명료하게 말하지, 왕이시여, 제가 당신께 숨김없이 말한 이유는 당신을 동생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형제자매가 그런 근친상간 같은 생각을 품고 있다면 불쾌합니다. 그러니 그 느끼한 웃음은 집어치우고 요툰헤임에 대한 것을 얘기하십시오."


그다음 사흘 동안, 로키에게 집요하게 그림자가 따라붙었다. 그 그림자의 심기는 지독히도 좋지 않았다.


시프는 식사시간에도 도서관에 있을 때도 따라붙었으며, 심지어 때로는 침실 밖에서 서성거리기까지 해 그는 전혀 휴식이란 걸 누리지 못했다. 알현실에서도 국민의 범죄와 요구를 판단하는 자신을 지켜보며, 매 그의 명령을 눈으로는 평하고 있었지만, 그가 지라에서 일어날 때까지 그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 매일 내가 깨어있는 시간 동안 그렇게 날 쳐다보는 게 기쁘지 않다는 건 아니네." 로키는 넷 째 날 아침에도 그녀를 떼어놓지 못하자 말했다. "혹은 내가 깨어있지 않은 시간에도 날 바라보는 시선이 불쾌한 것은 아니네만, 그렇게 질질 끄는 건 정말 불필요한 일 아닌가."


시프는 그에게 시선을 던졌고 — 어쩌면 자신을 비꼬는 게 아닌가 했지만, 그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교묘하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녀는 대담하며,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답하였다. "사람들이 네 등 뒤에서 뭐라 말하는지 알고는 있어?"


그 말에 로키는 온몸이 찌릿했다. 사실, 알고 있었다. 헤임달이 그에게 사람들의 불신이 커져만 간다고 상세히 일렀었다. 사람들은 로키의 판결은 차가우며, 요툰헤임을 공격하는 것에 대한 주저함은 비겁한 행동이며, 토르를 집으로 데려오길 거부하는 그의 행동은 봐줄 수도 없는 부끄러운 것이라 떠들어댔다. 심지어 원로원들이 건넨 뇌물을 비웃음으로 거절했기에 그는 가장 강력한 적을 얻었다.


그럼에도 그는 관철했다. 어차피 자신의 미래는 빼앗겼기 때문에,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뭐, 저들이 누구에게 수작 부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눈물 나게 즐거운 탓도 있었다.


"그 훌륭하고도 위대한 토르와 비교해, 나는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난 나 자신을 방어하는 것 이상으로 많을 걸 할 수 있어서 말이야." 로키는 답했다.


시프는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모든 렐름에 맞서서도? 네 형이 여기 있어야 했어. 이곳에서 네 등 뒤를 봐줘야 했어. 그렇다면 아무도 그런 말을 속삭이지도 않겠지."


"어쩌겠나 우린 지금 이런데." 로키는 전혀 즐겁지 않은 미소를 만면에 환하게 띄우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로키?" 시프는 그 질문만 백번째로 물었다. "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난 모르겠다고."


(깨달은 것뿐이야, 레이디.)


**


요툰헤임은 아무 경고 없이 쳐들어왔다.


헤임달조차 로키를 불러 상황을 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서리 거인들은 그들의 선생의 예시를 아주 유심히 살펴, 보이지 않고 슬쩍 들어올 수 있는 기술을 숙달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행동하였다. 그들은 대부분 이들이 잠든 동이 트지도 않은 아주 조용한 시각에 공격했다. 그래서 경비병들이 크게 경보를 울렸을 때는, 궁전에 서리 거인들로 가득하였다.


로키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침대 밖으로 떨어지듯 튀어나와 궁니르를 손에 불러냈다. 그의 갑옷은 방을 나가기 전에 제 모습을 갖추었다. 비정상적인 냉기가 복도 한가득했고, 저 멀리서 전투 소리가 들려오자 로키의 피가 차게 식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누구의 잘못인지도.)


그는 달렸다.


시프와 여섯 명의 궁전 경비들이 로키를 찾았을 때는, 그가 막 궁니르로 거인 둘을 죽인 뒤였다. 거인들은 뒤틀리고 피를 잔뜩 흘리며 온몸이 그을린 채로 찬기가 가득한 공간에 연기를 내뿜으며 대리석 계단에 쓰러졌다.


"얼마나 많이 남았나?" 로키는 턱 아래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며 물었다. 아랫 입술이 째져있었다.


시프의 얼굴은 날카로운 빨간 상처만을 제외하고는 말끔했다. "모르겠습니다." 크게 숨을 헐떡거리며 그녀는 말했다. "알현실에서 넷을 처리했지만, 아무래도 시선 돌리기 용 같습니다. 로키 — 네 아버지는?"


로키는 숨을 멈췄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속이 비틀리는 아이러니를 느꼈지만, 몸을 웅크려 고통을 호소하기 전에 생각들을 멀리 내던졌다. 대리석 계단을 궁니르로 치며 로키는 큰 소리로 강하게 명했다. "아버지신을 보호하라. 왕과 왕비를 보호해!"


궁니르는 그에 따라 번쩍이더니 궁전의 모든 이들의 귀에 그의 말을 울렸다.


그것이 모든 이들이 주저 없이 따른 왕인 그의 첫 번째 명이었다.


전투는 초점을 되찾았다. 명령이 떨어졌다. 궁전 사방에 퍼져있던 흐트러지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힐 목표가 생겼다.


로키는 계단을 날아오르다시피 한 번에 네 칸을 올랐고, 궁전의 경비병들이 그의 뒤를 힘겹게 따라 올랐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서리 거인이 그를 맞으며, 망치로 내리치듯 사각에서 얼음 팔을 휘둘렀다. 로키의 가슴에 주먹이 세게 내리꽂히며 그를 기둥 쪽으로 날려 보냈다. 충격에 그는 숨이 턱 빠져나가며 눈 앞에 차가운 입김이 서렸다.


"왕을 보호하라!" 경비병 한 명이 그들에게 주어진 명을 일깨우듯 크게 외쳤다.


" 말한 게 아니야, 이 멍청한 새끼!" 로키는 이 멍청이들이 그를 둘러싸자 고함쳤다.


궁니르의 파동으로 모두를 넘어뜨리고는 단검을 불러와 단숨에 서리 거인 목에 박아 넣었다.


그는 앞으로 쓰러지려는 시체들을 비틀어 넘기며 달렸고, 뛰어가며 주저 없이 적들을 죽였다. 시프는 자신의 곁에 남아 싸웠고, 그녀의 움직임은 수년간 같이 싸워온 덕분에 수월하게 그를 받쳐주었다. 비록 그녀는 이전에 보지 못한 기술과 전술을 사용하는 로키를 보고는 크게 눈을 뜨기는 했지만, 적절히 그를 받쳐주었다.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병사들은 빠르게 보조를 맞춰 걸었으며, 로키 그가 굳이 그리지 않아도 그들의 얼굴에는 어린 왕이 통달하듯 무기를 쓰는 모습에 놀란 표정이 서려 있단 걸 알고 있었다. 원래부터 능숙하게 무기를 다루기는 했지만, 그의 기술은 추락 이후 크게 발전했다. 어린 시절 불안감에 억눌렸던 것들이, 분노에 박차를 받은 듯 크게 성장했다. 그가 빌려온 이 몸의 근육은 그러한 움직임에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그런 고통을 뒤로했다.


곧 그들의 앞에는 움직이지 않는 시체들만 — 대부분이 적들인 시체들만 늘어져 있었다. 로키는 부모님의 침실 방문이 눈에 들어오자 걸음을 느리게 했다. 한 무리의 궁전 경비병들이 입구를 막아서 있었고, 승리에도 그들은 얼굴을 펴지 않았다. 두려움이란 감각이 로키의 전신에 퍼져나갔다.


"왕이시여." 경비병 하나가 두려움에 눈을 번뜩이며 그에게 말했다. "그놈들이 여기 와있습니다."


"당장 저리 비켜." 로키는 경비병을 거칠게 밀며 명했다.


경비병 무리가 그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그러고선 뭔가 지시를 바라는 눈을 보냈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에 로키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가 그의 지시를 바랄 만큼 떨게 하는 존재가 누구인지 묻지 않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궁니르는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침착함으로 포장한 경계심을 곤두세우며 경비병들 앞으로 성큼 걸어 나서서 왕 라우페이를 아무 감정 없이 쳐다보았다.


방에는 라우페이와 두 요툰 병사, 총 셋의 요툰이 자리하고 있었다. 요툰 왕은 수많은 적 앞에서도 두려움 없는 얼굴로 대담하게 가장 선두에 서, 아버지신을 침대에서 낚아채어 힘이 축 빠진 그의 몸을 자신의 방패로 삼고 있었다. 오딘은 눈을 떴지만, 생생한 푸른 빛은 보이지 않는 멍한 눈동자였다. 제 목을 강하게 내리누르고 있는 칼의 존재를 알아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두 요툰은 라우페이의 뒤에 서서 무기를 들고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여왕이 있었다. 로브와 뒤엉킨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는 동상에 걸린 팔이 부러진 듯이 한 손으로 받치고는, 그가 여태껏 본적 없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어린 아들을 바라보았다.


로키의 분노가 이 방의 기온을 불가능할 정도로 더욱더 툭 떨어뜨렸다. "네가 감히."


"로키… 얘야…" 프리가가 입을 달싹이며, 아주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다. "괜찮아. 우린 괜찮다."


라우페이는 이 상황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딘 가에 두 명의 공주가 있는 줄은 몰랐군." 그는 조롱하듯 묵례했다. "왕이시여. 제 마음을 담아 사과를 올리지요, 그런데 이 암캐 같은 년이 널 뭐라 불렀더라? 오딘 가의 애송이에 대해 전해지는 노래나 이야기는 없어서 말이야."


모욕적인 말에 에이시르 병사들은 자세를 바꾸고는 이를 갈았다. 처음으로 그들은 로키가 받는 모욕적인 언사에 분노를 느꼈다. 속삭임이 거품처럼 일더니, 삽시간에 목소리들이 커졌다.


감히 요툰 쓰레기들이 아스가르드 왕을 모욕해? 그분의 이름은 로키다, 오딘슨이시다.


이 얼마나 고결한 어린 왕의 모습인가! 장대하며 꼿꼿이 서 눈도 깜짝이지 않는 모습을 보라. 적들 앞에서 분노에 타오르는 그 모습을 보라.


수십을 죽이고 왕과 왕비를 구하러 오셨다. 아버지신도 그런 아들을 보기 위해서 깨어나실 거다.


"조용히." 로키가 말하자, 순식간에 완전한 침묵이 가라앉았다. "헤임달, 바이프로스트를 열어, 최대치로 요툰헤임을 겨냥해라."


궁니르는 궁전, 도시를 지나 바이프로스트를 향하는 길 전역에 그의 목소리를 울렸다. 물론 헤임달은 궁니르의 도움 없이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지만, 로키가 바라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는 모두가 듣기를 원했다.


이윽고 황금의 방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하늘을 가르는 바이프로스트의 빛에 붉게 빛났다. 서리 거인들 조차도 갑작스러운 밝음에 몸을 움칠했지만, 그들은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나?" 로키는 대담하게 라우페이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디며 말했다. "내가 기꺼이 설명하지. 오래도록 바이프로스트가 네가 태어난 땅을 관통할수록, 더 많은 백성들이 그 분노에 죽어 나갈 거란 거야.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일이지. 서 있는 채로 산산조각이 날 걸." 로키는 웃음으로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이게 최고인데. 땅은 사방으로 갈라져, 꽁꽁 언 얼음으로 가득한 네 렐름은 이윽고 산산조각 부서져 내려앉겠지. 자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해라, 괴물. 인질들을 아무 해없이 풀어라. 그렇지 않으면 라우페이 왕, 잘난 노래와 이야기를 비참한 기억의 단편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


라우페이는 더는 웃지 않았다. "거짓말."


로키는 찢어진 입술에서 흐른 피 맛을 느끼며 처음으로 그 피가 라우페이의 피와 같다는 사실에 환희를 느꼈다. 그는 입술을 옆으로 쭉 환하게 찢으며, 미친 듯이 숨이 넘어가듯 웃어 재꼈다. "내가 보여줄까? 분명 눈을 떼지 못할 장관일걸."


그의 의지에 따라, 궁니르는 서리 거인들의 마음속에 요툰헤임이 고통받는 모습을 새겨넣었다. 그들에게서 숨이 턱 하니 터져 나오며, 눈을 크게 뜨고 깜빡이지도 않은 채 저들의 렐름이 파괴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우린 아스가르드와 조약을 맺었어." 라우페이는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더욱더 강하게 나이프를 갖다 눌러 되며 아버지신의 목에 피를 맺게 했다. 그럼에도 오딘은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일 것 같지 않았다. "그걸 먼저 깬 건 너희다."


"내가 정말로 진심인지 알고 싶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잘못 알았나 보군." 로키는 다시 대담하게 한 발짝 내디디며, 잇새로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무기를 내려. 그리고 무릎 꿇어라."


로키는 위협적으로 드리워진 뿔 그림자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완전히 무장한 것을 깨달았다. 언제 헬멧을 소환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헬멧을 쓰고 있는 자신은, 거인들을 제외한, 여기 있는 누구보다 키가 컸다. 아니 거인들에게도 그의 그림자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라우페이는 좌절감에 으르렁거렸다.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거다, 꼬마. 발아래 머리가 으깨질 건 바로 너다. 오래전 네놈에게 죽음을 내린 건 나였어."


로키는 움칠거렸다. "무릎 꿇으라 했지!"


"기회가 있을 때 네놈의 쓸모없는 머리를 부숴야 했는데." 라우페이는 마치 가장 신실한 맹세를 하듯 말을 내쉬었다.


궁니르가 땅에 강하게 내려쳐 지며 그 충격이 강하게 일렁거렸고, 그와 동시에 로키는 소리쳤다. "꿇어라!"


횃불은 순간 산소를 잃고 일렁거리며 꺼져가다 다시 살아났다. 진동에 금색의 서까래가 울리며 먼지가 떨어져 내려와 강하게 힘이 들어간 아스가르드 왕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모든 것이 침묵으로 뒤덮였다.


그럼에도 라우페이는 무릎 꿇기를 거부하였다. 그는 오딘의 목을 긋기 위해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결국엔, 소용없는 짓이었다. 라우페이 뒤에 서 있던 커다란 거인이 얼음 팔로 요툰 왕의 머리 뒤를 강하게 쳤다. 그 충격에 라우페이는 무기도 자신의 사냥감도 손에서 놓쳤다. 오딘은 가벼운 상처만 입은 채 흐느적거리며 땅에 쓰러졌다. 고른 숨을 내쉬며 눈을 반쯤 멍하니 뜨고 있었다. 입술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달싹거렸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커다란 거인이 라우페이를 다시 한 번 가격하여 무릎을 꿇렸고, 작은 거인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제 왕의 등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결과적으로, 라우페이 왕은 제대로 무릎 꿇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로키는 만족했다.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배신당한 채 비굴하게 엎드린 모습은 꽤 만족스러웠다.


로키는 눈을 흘겨 반역을 저지른 두 서리 거인을 살폈다. 그들 몸에 새겨진 문양과 하고 있는 장신구는 라우페이의 것과 비슷했다. 왕족의 증표. 로키는 강한 충격을 느끼며 그들이 라우페이의 아들들이란 걸 깨달았다. 작은 거인 쪽은 아스가르드 왕인 자신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우린 당신 앞에 무릎 꿇습니다, 로키 왕이시여." 커다란 거인이 무릎 꿇으며 말했다.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겠습니다. 송구스럽지만 저희 렐름에 자비를 보여줄 것을 청합니다."


어린 작은 쪽 거인 역시, 저의 분노와 자존심에 상처 입히는 일임에도 무릎 꿇었다. 그의 항복을 끝으로, 로키는 이 방에서 정말로 가장 높이 서 있었다. 그의 명령에 무릎 꿇은 것은 서리 거인만이 아니었다. 그의 병사들 또한 왕의 분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시프 역시 칼자루를 쥔 채 한쪽 무릎을 꿇고, 핏기없는 입술을 꽉 다문 채 제 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헤임달."로키는 조용히 말했다.


주저 없이, 바이프로스트의 분노는 천천히 회전하며 멈추었고 점멸하며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요툰헤임은 살아남았다.


라우페이의 큰아들은 안도에 땅에 제 몸을 더 축 늘어뜨렸다. 작은아들은 차갑게 번뜩이는 새빨간 눈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저들을 묶어라." 로키는 명했다. "저들과 살아있는 나머지를 재판이 있을 때까지 지하 감옥에 가둬라."


그것이 모든 이들이 주저 없이 따른 왕인 그의 두 번째 명이었다.


요툰헤임과의 싸움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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