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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Bargaining
거래
Bargaining
written by proantagonist
translated by windmill
chapter 9
(아닐 거야, 아닐 거야, 그 녀석이 그럴 리는.)
고함에 로키의 목은 찢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손가락은 허공을 배회했다. 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들이쉬는 것도 내쉬는 것도 할 수 없었기에, 소리 없이 고함쳤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제인 포스터의 부름에 답했을까? 몰랐던 일도 아닐 터인데. 그녀의 메시지는 아스가르드로 오게 되어있다. 왕에게 오게 되어있다.
파수꾼이 잠든 동안 왕인 척 가장한 왕에게.
단순히 와달라는 애원이었다. 상세한 이유는 없었다. 단순히 와달라고, 무슨 일이 일어났으니, 애원하고 또 애원하는 끈질긴 부탁이었다.
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제인 포스터의 눈물이 그를 익사시킬 강처럼 흐르기 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부정은 물에 빠질 시간만 늦출 뿐이었다.
그는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제 형의 목숨을 노렸다. 언제나 그건 소용없는 짓이었다. 토르는 우주에서 불변의 존재였다. 계속해 그를 깊숙이 후벼 파는 눈엣가시였다. 그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목을 놓치지 않고 내리누르는 부츠였다. 집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절대로 멈추지 않는 존재였다.
태양이 존재치 않게 된 그림자는 무엇이었지?
로키의 입은 여전히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는 익사 중이었다. 소리가 나오지 않은 채로 입술은 달싹였다. 정말로 그에게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비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형님." 떨리는 입술로 단어를 그려보았다. "내 형님."
용서를 구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는 이렇게 늦어질 줄은 결코 생각도 못 했었다.
프리가의 부러진 팔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로키는 동상 입은 피부를 잡고 있는 그의 손아래서 그녀가 떨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치료사들이 아버지신을 치료하고 있는 주 침실에서 조금 떨어진 여왕의 개인 방에 단둘이 있었다. 로키는 눈을 감고 마법을 불러와 제 어머니의 상처를 치료하였다. 모든 게 사라졌다.
모든 게. 가벼운 떨림을 제외하고.
(네 탓이야 네 탓 네 탓.)
"제가 아프게 했나요?" 로키는 눈을 뜨지 않은 채로 속삭였다. 너무 화가 나 그녀의 팔을 어루만지는 가벼운 손길을 유지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다 써야 했다. 그 탓에 저의 손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난 괜찮다, 아가. 이럴 필요 없어, 알잖니. 이 때문에 치료사들이 있는 거야." 프리가의 목소리에 그녀가 당연히 느껴야 할 고통이 베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다치지 않은 손을 들어 그의 얼굴에 가져다 대고 엄지손가락으로 광대뼈를 살며시 쓸었다.
하지만 그 손 역시,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죽을 수도 있었어 죽을 수도 있었어.)
로키는 흐느낌도 탄식도 아닌 짧은 숨을 삼켰다. 그가 빌린 폐는 그 안에 물이 가득 찬 것처럼 타는 듯했다. "아니요." 그는 재빨리 말했다. "제가 치료할게요. 이건 제 잘못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제가 그들에게 지도를 쥐여준 꼴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그녀의 손가락들이 그의 머리칼에 얽히듯 움직였다. "로키."
그는 그녀의 팔뚝에 올린 손의 위치를 바꾸었다. 동상의 흔적이 서서히 사라져 가며 원래의, 완벽한 황금빛 피부로 돌아갔다. 이제 그는 그 팔을 세게 잡고는 부러진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가볍게 당겼다. "죄송해요." 그녀가 긴장하자 그리 읊조렸다. "죄송해요."
프리가는 싱긋 웃으며 그의 얼굴과 머리칼을 계속 쓸었다. "네 손길은 언제나 수치료사보다 부드럽지. 재능을 내게 낭비하고 있어."
"그러는 당신도 사랑을 제게 낭비하고 있습니다. 말해주세요, 그가 뭘 했는지."
"로키." 그녀는 그의 머리칼을 손으로 부드럽게 빗질하고는 서로의 이마가 거의 맞닿을 때까지 앞으로 숙였다. "그만하렴."
"전 알아야 해요."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말문을 떼었다. "내가 네게 말해준다면, 그 보답으로 너도 내게 약속해주었으면 하는구나."
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뭘 원하는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녀의 부상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그가 못 줄 것도 없었다. 제 폐 속에서 화끈거리는 이 고통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없애버릴 수만 있다면.
프리가는 그의 꼬불거리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감싸며 웃음 지었다. "너와 이렇게 충동적 약속을 자주 해야겠구나, 내 아들. 이렇게 왕의 성은을 입을 수 있다면 말이지."
그녀는 그에게도 웃음을 짓게 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그 일에 누구보다 뛰어났으므로, 그 일은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들의 계약의 끝을 맺을 때가 왔다.
"난 라우페이에게 칼을 들어 올렸었다. 그가 네 아버… 아버지신에게 덤벼들었을 때." 그녀가 말했다.
로키는 그녀가 무심코 흘린 말에 몸을 움츠렸다.
"그가 내 공격을 막았단다." 그녀는 계속했다. "그때 내 팔이 부러진 게야. 난 칼을 놓치지 않으려 했고, 그는 내 손에서 칼을 떨어뜨리기 위해 팔을 잡은 손을 강하게 힘주었단다. 동상도 그때 생긴 거란다. 왕실 근위병들이 때맞춰 우릴 발견했어, 네 시기적절한 명 덕분이었단다. 만약 근위병들이 오지 않았다면, 그가 어떤 일을 벌였을지 상상도 안 가는 구나. 알아 로키, 이 말들로 네가 지금 화가 난다는 거 안다."
로키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는 화가 난 게 아니다. 화라고 표현하기엔, 그건 차분하고 합리적인 것이었으며, 그걸 이미 그는 내버려둔 지 오래였다.
"넌 그럴 자격 있어." 그녀가 말했다. "우리 모두 그렇지. 하지만 그들에게 선고를 내리기 전에 기다려줬으면 한다. 적어도 한주는 기다려줬으면 해. 괜찮다면, 조금 더 오래. 그게 네게서 내가 받고 싶은 약속이란다."
로키는 눈을 뜨고선 그녀를 바라봤다. 그가 말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아스가르드의 백성들은 행동을 바랄 겁니다."
프리가는 도전하듯이 턱을 들어 올렸다. "그들의 왕은 너다. 그들이 원하는 바가 아닌 네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거야. 기다리겠다고 내게 약속해라. 오늘 밤 선고를 내리는 것은 실수일 게야."
로키는 아버지신 역시 제게 실수가 있기 마련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이번이 실수가 생길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인 듯 했다.
그는 그녀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묻고 싶었지만, 그가 제 생부를 사형하는 것을 그녀가 원치 않아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이 로키가 제 진짜 출생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로키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녀라면. 그녀가 단지 무심코 내린 결정에서 그를 지키려고 하고 있단 걸 그는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까지도 그녀가 절 속이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화가 났다.
"지금은 멈춰 서서 생각할 때란다, 행동하기 전에." 그녀가 말했다. "넌 지쳤어, 왕좌를 받아들이고 난 뒤부터 네가 얼마나 불안해했는지 내가 모를 거라 생각지 마라. 넌 너무 서둘러, 너무 생각지도 못한 짐들을 어깨에 메었단다. 널 도울 수 있는 토르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나누지 않은 채 메지 않아도 될 것까지 부담하고 있어. 난 네가 여태 느끼지 못했던 분노나 절박함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네가 이미 오늘 밤 내린 힘든 결정으로 네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단 걸 안다."
로키는 그녀를 바라만 보았다,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은 채 그녀의 말에 의문을 키웠다.
(이게 죄책감이라고요? 이게 죄책감이 들 때의 느낌이라고요?)
(정말이신가요, 나의 여왕님?)
(죄책감은 좀 더 소리 없는 비명이란 느낌이라고 여겼는데.)
(비난으로 가득 찬 거대한 무 안에서, 그 무의 공기 중으로 절대로 내뱉을 수도 없던 비명.)
그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저도 익히 아는 눈길로 그의 얼굴을 뒤졌다. 그는 시선을 떨어뜨리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그녀는 그를 잘 알았으며 그의 무언가가 바뀌었단 걸 알아차렸다. 그가 저의 신랄함을 숨기려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단지 그녀를 명명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조금씩 벗겨지고 있었다. 단지 최근의 환경 변화에 그가 괴로워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조금씩 그녀는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그의 찢긴 아랫입술 위로 그녀는 따듯한 엄지를 톡 가져다 대고는, 조금은 따끔거리는 마법을 보내어 상처가 제 알아서 아물게 했다. "그냥 기다리렴, 로키." 그녀는 어렸을 적 잠이 들도록 어루어주던 목소리로 얘기했다. "넌 기다려야 해."
사람들은 로키가 지나갈 수 있도록 재빨리 길을 비켰다. 그는 감옥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군거림은 그의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잦아 들었다. 눈을 돌리고. 고개를 숙이며. 아스가르드의 백성들이 그를 사랑할 일은 이제 절대로 찾아오지는 않겠지만, 그들에게는 분명히 존중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생겼다. 그들은 왕을 두려워했으며, 그것이 저가 정말로 바라던 것이었다. 그는 그들을 무시하고 걸어갔다. 만약 그들이 그가 저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되려 그 행동에 감사했을 터였다.
그는 어머니를 아직은 멍하며 지쳐있는 아버지신과 함께 있게 했다. 오딘은 깸과 잠 사이 어딘가에 걸쳐진 상태로, 조리 있는 말을 몇 마디 하고는 다시 잠잠해지기를 반복했다. 눈꺼풀은 깜빡임, 외에는 닫히지 않았다. 치료사 중 한 명이 오딘이 아들은 어딨느냐고 물었으며, 어느 쪽의 아들인지는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프리가는 곧 그가 완전히 일어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로키는 궁니르의 주인으로서의 제 시간이 끝나가고 있단 걸 느꼈다. 지난날 다스렸던 보잘것없는 그 삼일보다, 그 직후 때맞춰 깨어나 두 마디로 로키를 자살로 몰고 갔던 그때보다, 오딘은 오래 잠들어 있었다. 오딘은 분명히 이 특별한 잠에서 깨어난다면 혈색이 몰라보게 달라지 터이니, 어쩌면 이번에는 단 한마디로 그 일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신이 깨어날 거라는 바로 그 생각에 로키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삶이란 건, 아버지에게서 인정을 바라는 끊임없는 내면 욕구만 아니라면 훨씬 더 제 입맛에 맞을 텐데. 하지만 이상하게도, 로키는 동시에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였다, 제 다른 아버지에게서—그런 호칭을 붙이기엔 불길함을 가득 담은 의미에 훨씬 가까웠지만. 그래서 그는 그의 실패를 바라보며 흡족해하고 그의 승리를 한껏 즐기기 위해 감옥으로 향했다. 옹졸하다,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쁠 일도 없었다. 그는 적어도 한 주 동안은 라우페이를 죽이지 않겠다고 제 어머니와 약속했었다. 하지만 긁어 부스럼 피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았다.
마법 억제제의 냄새와 씻지도 않은 죄수들이 한데 모여있는 모습은 끔찍할 정도로 익숙한 것이었다. 너무 익숙해서 로키는 목을 타고 신물이 올라오자 계단을 내려가다 멈칫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억누르며, 마지막 단까지 성큼 내려가 라우페이의 감옥으로 곧장 향했다.
그리고는 그는 자세를 바로 하고, 얼굴을 피고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어쩌면 프리가의 말이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편이 라우페이를 즉시 사형에 처하는 것보다 나았다. 그냥 죽였다면, 정말 만족지 못한 결말을 보게 되었을 테니.
라우페이는 감옥에서 똑바로 서 있지 못했다. 등을 굽혀 쭈그려 앉아 억지로 끼워놓은 형태였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로키를 내려다보며 빈정댔다. "굽은 등 곱게 편다고 꽤 고통이겠어, 꼬마."
로키의 끌어올린 입꼬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끝을 더 끌어당겼다. 그의 굽었던 척추는 어렸을 때 치료사들이 고쳤었다. "그러는 넌 그 감옥에서 편안한 자릴 찾으려 등 굽힌다고 꽤 고통이겠군."
그들의 모습을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진실과 한참을 떨어진 말이었다. 그들은 거울이었다, 강한 증오를 내비치는.
(오, 지금 멈추지 마요, 아버지. 듣고 싶은 게 더 있으니까.)
(어떤 다른 이유가 있어서 날 버리려고 한 거지?)
(어서 수많은 내 결점들을 나열해봐.)
(난 정말 궁금해서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왕이시여."
로키는 눈을 깜빡여 저를 잡아먹을 것 같은 라우페이의 눈길에서 눈을 돌렸다. 시프가 그를 바라봤다, 가까이 서서. 그녀의 얼굴은 어울리지 않게 새파랬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로키는 눈썹을 치켜들며 어서 말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돌아가라는 무언의 표시를 했다.
"바이프로스트가." 시프는 라우페이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적이었다면 헤임달이 열어주지는 않을 테니, 아마."
"고맙네, 레이디 시프" 로키는 말했다. "그대의 현명한 자문이 없었다면 이 렐름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겠군."
"지금 날 조롱하는 거야?"
로키는 완전히 평정을 잃고는 근육이 당길 때 까지 눈동자를 굴렸다. "근위병들이 바이프로스트가 열리는 걸 봤겠지. 방문객이라면 호위해 올 테니, 원한다면 환영해주러 가라고."
"허락만 떨어진다면, 곁에 남아 있겠습니다."
언제부터 그녀가 로키의 허락을 신경 썼다고? "음?"
"이곳까지 따라오지 말라고 경비병들에게 명하셨지 않습니까."
"기억해. 그 자리에 나도 있었으니."
"다시 날 조롱하고 있군." 시프는 이를 꽉 물었다. "이곳엔 널 보호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난 여기 있겠어."
"뭐에서 날 보호하려고?" 로키는 말했다. "아스가르드의 적들은 감옥에 있는데. 이곳에 이 녀석들을 쳐넣은 건 나야,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지."
"그래도 같아." 시프는 조용히 말했다. "난 네 옆에 남아 있겠어."
침묵이 가라앉은 그 곳에서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라우페이의 감옥 안을 들여다보았다. 요툰 왕은 다시 그들을 향해서 침을 튀기며 끔찍한 무언갈 퍼부었지만, 로키의 명령에 따라 궁니르는 말의 소리를 없앴다.
"어째서 죄수를 지켜 보고 있는 거야?" 시프는 물었다.
로키는 어깨를 으쓱했다. "병적인 호기심, 이랄까."
"저놈의 치욕에 즐거워하는군."
"넌 아닌가?"
"어린애 같은 면은 그럴지도 모르지. 어쩌면 전사의 면에서도 그럴지도 몰라."
"또 다른 네가 존재하는지 미처 몰랐는데. 정말 뜻밖에도 복잡한 존재였군."
"맙소사, 넌 에시르야. 네가 이겼다고, 로키. 이건 너보다 아래의 것이야."
"정말?" 로키는 조용히 물었다. 그리곤 한 박자 뒤에. "정말?"
시프는 옆에서 조용히 있었다, 마치 저가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가 일어났단 걸 감지한 것처럼. 혹은 논의할 가치를 못 느끼고 뱅뱅 돌려 말하는 그의 되돌이표에 싫증이 났거나.
"어쩌면 네 말이 맞아." 로키는 한참 뒤에 말했다. "이런 괴물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지 말아야 했는데."
"내 말이 그 뜻은 아니잖아." 시프는 그의 팔꿈치 안쪽을 손으로 꽉 집고는 감옥에서 벗어나고자 끌어당겼다.
하지만 라우페이가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데 고개를 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요툰 왕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기분을 더럽게 하고, 비록 그 말을 로키가 소리 내 듣지 못한다 해도, 전달하려는 그 의미는 매우 명확했다. 그는 정확하게 로키가 듣고 싶어 하던 걸 말하고 있었다. 그 이유 하나하나를.
"로키, 제발." 시프가 저의 팔을 당기며 말했다. "뭔가 아니라고 네 얼굴에 쓰여있단 말이야. 그냥 여기서 벗어나자."
"로키." 또 다른 사람이 그를 불렀다.
이 목소릴 그는 알고 있다. 이다지도 따뜻해, 닿는 공기마저도 녹일 수 있는. 집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절대 멈추지는 않는 그 목소리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로키는 다시 익사하고 있었다.
숨을 쉬지도 못한 채, 그는 몸을 돌렸다.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의 형을 보자, 그의 얼굴에서는 갑작스러운 감정 물결을 막지 못한 채 가면이 벗겨졌다.
토르의 머리칼은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짧았다. 기억하는 것보다 어깨는 벌어지지 않았고, 가슴은 넓지 않았으며, 그의 눈에는 많은 어림이 존재했다. 비탄과 쓰라림으로 다져진 토르는 로키 저의 시간대에만 있었다.
(아니. 비탄과 쓰라림으로 죽어갔었다.)
"여기 있었구나." 토르가 말했다. 그리고선 웃음 지었다.
하얀 이, 눈부신 청안, 그리고 빛나는 그 완벽함. 묠니르는 그의 벨트에 의기양양하게 매달려 있었다.
"토르." 시프는 차갑게 이름 불렀다. "이제라도 끼어들 생각을 했으니 참 다행이군, 이 멍청한 놈."